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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마드리드의 남자,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기사입력 2015.02.18 17:53 / 기사수정 2015.02.20 03:46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페르난도 모리엔테스(38, 스페인)가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예전의 몸놀림은 찾기 힘들어도 노장의 불타는 열정은 그대로다.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 출신인 모리엔테스는 알바세테, 레알 사라고사에서 활약하며 친정팀인 레알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단짝인 라울 곤살레스와 최전방에 포진한 모리엔테스는 1998년, 2000년, 2002년에 연거푸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들어 올리며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황금기의 중심에 선 모리엔테스는 2000년 발렌시아와의 결승전이 더욱 각별하다. 모리엔테스는 이날 미첼 살가도의 도움을 결승골로 연결했고, 레알의 8번째 우승으로 향하는 길의 터전을 닦았다. 3-0 승리를 이끈 득점 장면은 모리엔테스가 꼽은 최고의 순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다컵(현 클럽월드컵) 2회, 프리메라리가 2회, 코파델레이 3회 우승으로 백곰군단에 환희를 안겼지만, 애석하게도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이 확립한 갈락티코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한 호나우두가 합류한 뒤 설 자리를 잃었고, 2003년 프랑스 AS모나코로 이적해 임대의 전설을 써 내려갔다.  

당시 모나코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중심에는 스페인에서 건너 온 사나이가 있었다. FC포르투와의 결승전까지 12경기에서 9골을 몰아 넣으며 준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자신을 내쳤던 레알과의 8강에서는 득점포를 가동하며 제대로 분풀이했다. 레알의 수뇌부는 탈락의 비수를 꽂은 모리엔테스를 모나코에 넘긴 것을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귀환했지만, 여전히 그의 자리는 없었다. 레알은 마이클 오언을 영입했고, 모리엔테스는 팀의 4번째 스트라이커로 격하됐다. 그렇게 모리엔테스는 9년간의 동행을 끝내고 2005년 겨울이적 시장을 통해 리버풀에 새로이 몸을 담았다. 발렌시아, 마르세유를 거친 그는 2010년 34세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스페인 2부리그 우라칸 발렌시아를 거쳐 레알의 유소년 팀을 지도하며 후진 양성에 힘을 쏟은 모리엔테스의 열정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모리엔테스는 스페인 6부에 해당하는 마드리드 내 아마추어 클럽인 데포르티보 산타 아나에 입단하며 5년 만에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환희와 좌절을 안긴 마드리드에서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맨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수' 모리엔테스는 지난달 24일(한국시간) 오후 마드리드에 위치한 클럽의 연습장에서 첫 연습을 가졌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선수의 복귀에 현지 팬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2300석의 좌석이 있는 연습장에 팬들이 몰려 모리엔테스의 몸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모리엔테스의 모습을 본 한 팬은 "모리엔테스의 입단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만족스럽고 기쁘다"고 들뜬 마음을 보였다. 

조르제 안텔로 감독은 "모리엔테스와 몇 달간 함께 훈련했다. 컨디션이 좋은 그는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며 "모리엔테스는 스스로 복귀를 결정했다. 그는 경기에 뛰고 싶어한다. 모리엔테스가 말하길 자신은 준비가 잘 돼 있고, 산타 아나와 함께해 기쁘다고 한다"고 굉장한 만족감을 표했다. 

연습 경기에서 왕년의 날렵함은 부족했지만, 날카로운 발끝은 살아 있었다. 노병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 팬들은 박수 갈채를 보냈고, 팀 동료들은 유럽을 호령한 스트라이커와 함께 뛰는 것에 흡족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엔테스는 "당연히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몸이 둔탁해져 재빨리 반응할 수가 없다. 목표는 그저 경기를 잘 해내는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축구 인생의 대부분을 레알에 헌신했던 모리엔테스는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최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했던 과거보다 수준이 낮아졌을 지 몰라도 모리엔테스는 녹색 필드에 다시 선 것이 그저 기쁠 뿐이다. 

모리엔테스는 "몸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시 뛸 수 있어 즐겁다. 이 곳에서 젊은 느낌을 받으려 한다"고 흐뭇해 했다. 언제, 어디서나 공을 찰 수 있다는 사실은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 아스TV 캡처]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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