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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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가 말하는 '그라운드의 지휘자 포수' [인터뷰]

기사입력 2015.02.16 11:52 / 기사수정 2015.02.16 11:53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투수 그리고 모든 야수들이 저를 보고 있잖아요. 저는 절대 선수들의 등을 볼 수 없어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이죠. 경기가 무실점으로 끝났을 때의 감동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생각보다 부진이 길었다. 2년 연속 2할대 초반 타율은 '공격형 포수'로서 강민호가 가지고 있었던 자부심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긍정, 유쾌, 쾌활한 그가 압박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FA 대박'이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4년 총액 75억원이라는 거액에 롯데와 FA 계약을 맺었던 강민호는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졌던 것 같다"며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예민한 편은 아닌데 돈에는 흔들리네"라고 웃으며 건네는 농담 속에도 진심이 묻어났다.

하지만 이종운 감독의 두터운 신임 아래 그는 올해 절치부심을 꿈꾸는 거인 군단의 정중앙에 서있다. 어깨가 여전히 무겁지만 롯데의 명예와 '강민호의 자존심'을 위해 요령 없이 훈련에 집중했다.

물론 국가대표 포수로서의 강민호의 입지는 여전하다. 야수와 투수의 접점에서 그라운드를 오케스트라처럼 지휘하는 포수의 매력을 강민호에게 직접 들어봤다.


-스프링캠프가 끝나간다. 힘들지 않았나.

"예전에는 캠프에 오면 지루하기도 하고 한국이 그리웠었는데 올해는 잘 모르겠다. 팀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지겹다는 생각이 들만 하니까 일본에 갈 때가 됐다."

-롯데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강민호 본인에게도 좋은 변화가 아닐까.

"느끼기에 팀 분위기가 확실히 좋다.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자체가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증거다. 내게도 좋은 변화다." 

-아무래도 가장 스트레스 받는 부분은 공격력일 것 같다.

"그렇다. 구단에서도 나를 '공격형 포수'로서 좋은 평가를 내려 높은 금액에 FA 계약을 맺은 것 아닐까. 이런 스트레스도 다 내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진짜 내 자신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강민호를 가장 힘들게 했던게 무엇인가.

"잘 안풀렸다기 보다도 내 스스로에게 졌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압박감을 못 이기고 스스로 무너진게 패인이다. 팀이 나에게 원하는 부분이 명확히 있다. 그것을 해내지 못했을때 조바심도 들고, 부담감도 생긴다. 원래 예민하지 않고 털털한 편이고, 생각이 많은 성격도 아니다. 참 이상하다."

-힘든 서른살을 보냈다. 어떻게 털어냈나.

"이번 캠프에서 와서 '멘탈'을 잡은 것 같다.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겨울동안 운동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그동안 야구를 한 것보다 앞으로 할 날이 더 많다. 2년동안 부진했지만 앞으로 만회할 수 있는 날이 많다고 생각하니까 지난 2년이 '죽은 날'들이 아닌 것 같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와중에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차출됐었다.

"사실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 역시 군대를 국가대표에 뽑힌 것을 계기로 면제를 받았는데, 성적이 안좋다고 거절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래서 기쁘게 갔다. 국제대회는 늘 재미있다. 다른 팀의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좋은 시간이다. 근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강정호(피츠버그), 박병호, 김민성(이상 넥센), 손아섭(롯데), 홍성무(kt) 등 쟁쟁한 선수들이랑 방을 썼는데 그 선수들에게 오히려 기를 빼앗긴 것 같다(웃음)."

-'먹튀'라는 일부 팬들의 비난에 마음 고생 했을 것 같다.

"홍성흔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네가 FA로 받는 돈을 사람들에게 욕먹는 마음의 상처까지 포함된 가격이라고 생각해.' 와닿더라. 나는 지금 '튀어나온 못' 같은 선수다. 튀어나온 못은 어디에서나 치이고 걸린다.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래도 지난해 스스로 얻은 성과가 있다면.

"작년에 많은 경기에 나선 것도 아니고, 이닝 소화도 부족했다(지난해 강민호는 98경기에 출전했다. 83경기에서 마스크를 썼던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경기다). 하지만 포수로서의 역할은 잘 소화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공격은 몰라도 수비만큼은 기복이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 나처럼 많은 시간을 포수로 뛴 선수는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기준치를 벗어나면 안된다."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이 수비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포수가 그렇다. 티가 안난다. 만약 투수가 완봉승을 하면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투수에게 간다. 하지만 그 투수와 다른 야수들은 포수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팬들은 잘 몰라준다. 왜냐면 보이는게 투수의 멋진 모습이니까. 하지만 포수들은 투수와 손가락 사인을 교환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대화를 나눈다."

-강민호가 생각하는 포수의 매력은.

"경기가 무실점으로 끝났을때 내가 느끼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포수는 어떻게 보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 바이올린, 플루트, 피아노가 연주를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버무리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잘 이끌어야 한다. 특히 포수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선수들이 다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선수들의 등을 볼 수 없다. 그게 좋다." 

-포수 마스크를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야구를 시작할 때 부터 포수라는 포지션에 매력을 느꼈었다. 당연히 마지막까지 포수이고 싶다. 현역 은퇴하는 날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것이 꿈이다."

-그래도 '롯데의 강민호'다. 롯데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내 성적이 안좋은데 무조건 팬들에게 야구장에 많이 와달라고 말씀드리는 것도 조금 그렇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야구를 재미있게 하고, 팬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야구를 한다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오실 것이다. 롯데팬들은 그런 분들이다. 그래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야구를 하는게 첫번째다. 팬들은 스트레스를 풀러 야구장에 오고싶으실텐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오고싶지 않을 것 같다. 올해는 꼭 팬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강민호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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