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눈동자', '하늘만 허락한 사랑', '배반의 장미', '포이즌', '초대', '몰라', '다가라'.
'가수' 엄정화가 배출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히트곡들이다. 요즘 그 어떤 여가수도 가지지 못한 전국민적 인기를 모았던 엄정화의 주옥같은 명곡들이다.
요즘 10대와 20대 초반들이 엄정화와 '섹시디바'는 매치되지 않는 호칭일 수도 있다. 이효리, 아이비, 현아 등의 섹시 스타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엄정화를 섹시 스타로 기억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20대 후반 30대들에게 '가수 엄정화'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가요계의 전성기인 90년대 중후반 활동했던 엄정화는 쟁쟁한 선후배 가수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최고의 가수로 10년 가까운 세월 군림해 왔다.
뿐만 아니라 배우로도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면서 요즘 걸그룹들의 최종 목적지인 '배우돌'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엄정화는 1993년 1집 앨범 'Sorrowful Secret'으로 데뷔했다. 타이틀곡 '눈동자'는 고 신해철이 참여한 곡으로 사실상 엄정화의 가수 데뷔 자체가 신해철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볼 수 있다. 당시 가요계에서는 배우의 가수 겸업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이 강했다. 특히 '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에 출연하는 등 주목을 받던 엄정화의 가요계 진출을 보던 시각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엄정화는 1989년부터 MBC합창단으로 활동해 온 '준비된 가수'였다. '눈동자'는 일약 히트곡으로 떠올랐고 '가수' 엄정화의 인기 또한 높아졌다.
이후 2집 '엄정화'를 통해서는 발라드 넘버 '하늘만 허락한 사랑'을 히트 시키면서 가창력 또한 입증했다. 하지만 엄정화의 비상은 1995년 발표한 '후애'의 수록곡 '배반의 장미' 부터다. 파격적인 무대 퍼포먼스와 의상, 그리고 강렬한 도입부가 어우러진 '배반의 장미'는 엄정화를 최고 스타로 만들었다. 90년대 중반 지금처럼 관대하지 않았던 방송가에서 엄정화의 퍼포먼스는 논란이 됐고 '섹시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특히 90년대 후반 발표된 '몰라'와 '다가라', '페스티벌'은 여성들의 노래방 애창곡 1,2위를 다툴 정도로 전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엄정화는 이후 데뷔하는 여가수들의 워너비 모델로 꼽힌다. 2008년 빅뱅 멤버 탑과 함께한 '디스코'까지 엄정화는 시대를 넘나드는 콘셉트와 나이를 잊은 무대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가수의 수명이 짧은 한국 가요계에서 엄정화는 장장 15년 동안 정상의 위치를 과시했다.
배우로도 2003년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백상연기대상 영화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엄정화는 가수와 배우 양쪽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유일한 여성이다.
최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토토가'가 끝나자 엄정화의 '포이즌'이 음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시대를 거스른 명곡의 귀환인 셈이다.
엄정화는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수로 언제나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은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며 가수에 대한 열망을 밝히기도 했다. 소속사 심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또한 "무대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고 엄정화의 가수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2015년 '섹시디바' 엄정화의 귀환을 기대한다면 그건 지나친 욕심일까?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