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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활이 지겹다" 한기주가 돌아온다

기사입력 2015.01.01 09:39 / 기사수정 2015.01.01 09:39

나유리 기자
한기주(왼쪽) ⓒ 엑스포츠뉴스DB
한기주(왼쪽)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4년의 시간이 흘렀다. 1년, 1년, 1년 또 1년. 그리고 드디어 끝이 보인다. 한기주(28,KIA)가 재활을 마치고 기지개를 켠다.

팔꿈치 수술, 손가락 수술, 어깨 회전근 수술. 총 5번 오른팔에 매스를 댔다. 말이 쉬워 5번이지 보통 사람이라면 그 고통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여러번의 대수술이었다.

그동안 한기주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지겨운 재활 일상이 반복되는 사이, 올 시즌에도 여러번 팀 동료들이 뛰고 있는 챔피언스필드를 찾아 안경 속 눈동자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모든게 낯선 새 구장에서 싱싱한 어깨로 공을 던질 그 날을 상상하면서.

야구 인생에서, 아니 자신의 짧은 인생을 통틀어서도 가장 큰 고비였지만 한기주는 더 낮은 곳을 바라봤다. 한창 재활 중이던 지난 2011년 절친한 친구 김현수(두산)와 마음을 모아 시작한 자선 행사도 어느덧 4년차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는게 그의 진심이었다.


- 어떻게 지냈나. 근황을 알려달라.

"그냥 놀면서 지내고 있다(웃음). 오후에 개인 훈련을 하고, 가끔씩 공도 던진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공을 많이 던지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서두르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 재활 상황은?

"아직 괜찮다. 재활은 이미 끝났고 혼자 훈련하면서 스프링캠프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아직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혼자서 캠프를 해본적도 있으니 특별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의사 선생님들도 어깨 상태가 괜찮다고 진단하셨다. 무리없으니 해보라고."

- 공백이 길었다. 마음이 급할 수도 있을텐데.

"서두르면 안될 것 같다. 조바심을 내면 또 아플 것 같아서 두렵다. 처음부터 2014년 목표는 아프지 않고 몸만 잘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과가 좋아진다면 2015년에는 단 한번이라도 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 서고 싶다. 나는 아직 챔피언스필드의 마운드를 밟아보지 못해 아쉬웠다. 하긴 그러고보니 (윤)석민이 형도, (곽)정철이 형도 못 밟아봤구나. 못 밟아본 선수들이 많으니 한결 안심이 된다(웃음)."

- 신임 김기태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저번에 한번 뵀다. 긴 이야기는 못 나눴다. 감독님이 짧게 "잘해보자"라고 하셔서 나도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웃음)."

- 공백은 길었지만, 매년 겨울 자선행사로 꼬박꼬박 팬들과 만나고 있다. 올해도 한다고 들었다.

"1월 5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청담동 킹콩빌딩 지하 1층 청담리에서 다시 한번 자선 일일호프를 한다. 나와 현수, 황재균이 참석하고, 군대간 (이)원석이와 (안)치홍이를 대신해서 (임)준섭이랑 윤명준, 정수빈이 함께한다. 그동안 수익금으로 독거노인을 돕기도 했었고,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쓰기도 했다. 올해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치홍이 덕분이다. 치홍이가 그동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혼자서 기부를 해왔더라. 치홍이도 우리와 자선 행사를 2011년부터 함께 해온 멤버인데 군입대로 떠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이번에는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 귀찮은 일일 수도 있는데 앞장 서서 자선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나도 힘들었을때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래서 2011년에 친한 선수들에게 내가 제안을 꺼냈다. 사실 내가 더 능력이 있는 선수였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걸로 도움을 주고 싶은데, 지금은 이것이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어릴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들이라 마음도 잘 맞는다. 특히 대부분 서울에 살고 있어서 언제든 부르기도 편한 선수들이다(웃음)."



- 준비는 잘되고 있나.

"잘하고 있다. 가게 장소도 협찬을 받았다. 사실 장소 구하는게 가장 힘들다. 특히 팬들이 대기하는 장소도 넓어야 하고, 날씨도 추우니 최대한 안기다리게끔 하고 싶다. 또 가게 입장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장사를 하는 곳이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운이 좋게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던 중 기꺼이 협찬해주시겠다는 좋은 사장님을 만났다. 본인들도 '좋은 일을 하는데 돕고싶다'고 하시더라. 가게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월요일로 잡았다."

- 이제 해가 바뀌어 스물아홉살 한기주가 됐다.

"그렇다. 벌써 스물아홉살. 그리고 프로 10년차다. 그러고보니 아홉수네(웃음). 아홉수라는 걸 의식하지 않겠다. 그것보다도 부상 당하지 않고, 아프지 않는게 내 최우선의 목표다. 아픈건 지긋지긋하다. 또 아프면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만큼 지겹다."

- 팀 동료 중에도 긴 재활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곽정철도 그렇고, 이범석도 그렇다. 셋 다 2008~2009년에 좋은 활약을 했다는 공통점도 있고.

"형들이랑 연락하면 늘 아프지 말고, 1군에서 같이 뛰자는 이야기를 한다. 이제 팀에 복귀하면 더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다. 고참까지는 아니어도 중고참 정도 되는 나이가 됐다. 사실 말이 프로 10년이지 실제 야구를 했던 건 3~4년 밖에 안되는 것 같아 아쉽다. 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당연히 선수라면 누구나 아프지 않고 싶겠지. 내가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이 들어가고, 아니고는 큰 상관이 없다. 시즌 개막을 1군에서 하느냐, 2군에서 하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 '어디서'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

"나는 경기 감각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다. 4년 가까이 뛰지 못했으니까. 오히려 1군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2군에서 시작해 경기 감각을 우선적으로 찾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어디서든 상관 없다. 건강한 팔로 내 공을 던지고 싶다. 정말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단 1개라도 마운드 위에서 공을 뿌리고 그만두고 싶다."

- 여전히 많은 팬들이 한기주를 기다리고 있다.

"변함없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새해가 됐든, 혹시 그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그라운드로 돌아가는 날까지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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