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오른 최강희 감독 ⓒ 전북 구단 제공
[엑스포츠뉴스=완주, 조용운 기자] 국가대표의 명예는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감독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지휘한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이 큰 명예를 안겨준다.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국가대표 감독을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1년 6개월 경험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태극전사의 수장 자리는 최강희 감독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정작 최강희 감독은 빈손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대승적 차원이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됐던 대표팀의 시간은 정작 최강희 감독 자신에게 작은 성공조차 보장하지 않았다.
그는 국가대표 감독 자리를 "아무나 갈 수 없고 경험해보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고 정의했다. 이어서 "가는 과정과 돌아오는 과정에서 해피엔딩을 꿈꿨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지난 1년 6개월을 회상했다.
그래선지 최강희 감독은 다급하게 전북으로 돌아왔다. 전북의 부진한 상황을 이유로 들었지만 최강희 감독 본인 스스로 허한 마음을 달랠 방법이었다. 돌아오자마자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1년 6개월의 떠나있었던 시간을 되찾겠다는 의지였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 돌아온 뒤 선수들과 첫 미팅부터 격노했다. "팀이 망가졌다"고 말할 만큼 선수들의 흐트러진 정신 상태를 꼬집었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난 시즌 후반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우승컵은 허락되지 않았다. 아픔의 2013년을 보내고 맞은 2014년, 최강희 감독의 목표는 변함없이 우승이었다. 그리고 11개월이 흘러 지난 8일 전북은 제주도에서 통산 3번째 정규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평소 무표정하던 최강희 감독도 우승이 확정된 후 옅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흘이 지나 12일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최강희 감독은 우승의 기쁨을 조금 내려놓았는지 농담보다 진솔한 말로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서 올 시즌 우승을 채찍질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운명으로 받아들였고 팀에 복귀해서 빨리 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오래 전 시간처럼 느껴진다"며 "그때 경험으로 지도자 생활에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전북을 더 좋은 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꿈꿔왔던 일들이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는 가끔씩 행복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