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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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보자'는 왜 황우석의 이름을 지우려하나

기사입력 2014.10.02 13:50 / 기사수정 2014.10.02 13:50

박지윤 기자
영화 '제보자' 메인포스터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제보자' 메인포스터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엑스포츠뉴스=박지윤 기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제보자'가 실화와 '거리 두기'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제보자'는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 박사(이경영)와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윤민철PD(박해일), 그리고 진실을 밝히는 제보자 심민호 박사(유연석)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영화는 "본 영화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으나, 영화적으로 재구성된 픽션임을 밝힙니다"라는 고지와 함께 시작된다. 이 문장의 맥락은 결국 '영감'보다는 '픽션'에 무게감이 실려있다. 영화 개봉에 앞서 진행되었던 기자간담회에서도 '픽션', '모티브', '극화' 등의 단어들을 강조했으며, 황우석 박사를 '그 분'으로 지칭하며 실화와의 선긋기에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개봉됐던 영화 '변호인'도 故노무현 대통령과 부림사건을 다뤘음에도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변호인'은 "실화를 모티브로 했지만, 영화는 어차피 픽션이다"며 자칫 일어날 수도 있을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애썼다.  

'변호인'이나 '제보자'가 이러한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명예훼손 등의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함이다. '제보자' 홍보 담당자는 "기사 작성 과정에서 실명이나 단체, 프로그램 이름을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혹시나 모를 법적 다툼을 피하기 위한 예방책이다. 실제로 영화 '명량'의 경우는 '변호인'이나 '제보자'와는 달리 현대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배설 장군의 후손인 경주 배씨 문중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제작자와 감독 등을 고소했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양극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도 '픽션'임을 강조하는 또다른 이유다. 황우석 박사에 대해서는 아직도 옹호와 비난의 여론이 공존한다. 누군가는 그를 '희대의 사기꾼'으로 기억하는 반면,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후원회 등이 존재한다. 실제로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은 혹시나 모를 외압과 후폭풍을 우려했다. 

'제보자'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을 뿐이라고 못 박는다. 하지만 영화를 살펴보면 실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과 전체적인 사건 진행이 대부분 일치한다. 거기에 윤민철PD(박해일)의 프로그램 'PD추적'이라는 이름부터, 난소 제공 병원명, 제보자의 미국 유학 도시명 등 디테일한 부분 역시 실제 사건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허구적인 요소보다는 사실적인 요소가 훨씬 더 많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영화제작사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와 영감을 얻은 픽션"이라며 '픽션'을 강조하는 것이 되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2011년 개봉한 '도가니'의 경우 실제 사건임을 굳이 숨기지 않으면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별칭 도가니법)을 이끌어낼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동 성폭행을 다룬 '소원' 역시 '실화'임을 강조하며 따뜻한 감성으로 피해자들을 끌어안았다.

영화 전체적으로 허구적인 내용이 더 많다면 "실화에서 '영감'과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영화의 태반이 실제 사건을 떠올리고 디테일에서까지 부합하는데 굳이 '픽션'임을 강조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꼼수'로 비친다. 누가 봐도 실제 인물이 누구인 줄 빤히 아는데 '그 분'이라며 애써 실명 거론을 피하는 것은 '관객 모독'의 느낌마저 준다. 이제 영화에 제대로 된 분류명을 붙여주자. '픽션의 탈을 쓴' 실화영화가 아닌 떳떳한 실화영화를 만나고 싶다.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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