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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혹은 성인의 세계로…기획사에 따른 걸그룹의 데뷔

기사입력 2014.08.04 06:55 / 기사수정 2014.08.04 00:02

한인구 기자
레드벨벳이 높은 관심 속에서 데뷔했다. ⓒ SM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이 높은 관심 속에서 데뷔했다. ⓒ SM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최근 데뷔한 여성 4인조 그룹이 둘 있다. 그런데 두 그룹의 데뷔 방식이 '극과 극'이다. 한 그룹은 데뷔 이전부터 사람들 사이에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별다른 활동 없이도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다른 그룹은 19금(禁) 티저 영상을 앞세웠다가 '선정적'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앞의 걸그룹은 SM엔터테인먼트의 '레드벨벳', 후자는 한 중소기획사의 '포엘(4L)'이다. 이처럼 거대 기획사 소속이냐 영세 기획사 소속이냐에 따라 데뷔 방식 자체가 다른 게 현재 가요계의 풍경이다. 자본력과 인적 네트워크에 크게 밀리는 중소 기획사들은 소속 가수들을 알리려고 선정성과 같은 '무리수'를 택하고, 반면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은 '기득권'을 활용해 보다 손쉽게 대중에게 다가간다. 가요계에도 '승자 독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포엘(4L)의 데뷔곡 'Move(무브)'의 티저 영상과 뮤직비디오는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이라는 콘셉트 아래 여성의 신체 각 부분을 과장되게 안무로 표현하고 있다. 영상이 공개되자 수많은 비난이 이어졌다. 음악보다는 영상, 영상보다는 성적인 춤으로 관심을 끌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무브'는 노래를 위한 곡이라기보다는 안무를 위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강조하려는 춤은 동작 자체가 어색할 정도다. 포엘의 소속사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지도가 전혀 없는 신인이다. 관심을 받기 위한 (어쩔 수 없는)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레드벨벳도 포엘과 비슷한 시기에 티저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음악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다. 데뷔곡 '행복'은 어른들의 세계와는 다른 순수하고 풋풋한 소녀 감성을 담은 곡이다. 레드벨벳의 멤버 슬기는 슈퍼주니어 규현이 방송에서 언급을 하며 데뷔 전부터 이름을 알렸다. 규현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레드벨벳은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또 'SM루키즈'라는 시스템도 '연습생 양성'이라는 목표와 더불어 소속 신인에 대한 '카탈로그(일람표)' 역할을 했다.

같은 여성 4인조 그룹이지만, 데뷔 방식은 이토록 달랐다. 한쪽은 노골적으로 성을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다른 한쪽은 어른들의 세계와 선을 긋는 방법으로서다. 양분화된 가요계의 자본력 싸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포엘 또한 데뷔를 앞두고 있지만 노골적인 선정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제이드컨텐츠미디어
포엘 또한 데뷔를 앞두고 있지만 노골적인 선정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제이드컨텐츠미디어


중소기획사들은 "우리는 힘이 없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름을 알려야 한다"고 절박하게 말한다. 손가락질을 당하고 '악플'이 달려도 좋으니까 '일단 알리고' 난 다음에 대중으로부터 음악적 선택을 받아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힘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음악에 대한 고민 없이 성공만을 바라는 듯한 인상도 준다. 과거보다 중소기획사에서 스타를 만들기 어려워진 환경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런 예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음악에 대한 고민'이 빠진다면 '노이즈 마케팅'만 남는다.

한편, 현재 음악 순위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자리는 몇 개의 기획사가 독식하고 있다. 성공한 가수들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손쉽게 소속 가수들도 출연한다. 이 바탕에는 '제2의 ○○' '○○ 동생' 등 같은 소속사의 높은 인지도를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도 존재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여름을 맞아 수많은 그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 미뤄져 있는 그룹도 엄청나다"며 "중소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음악 프로그램 한 번 출연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노력해 스타를 만든 대형 기획사에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순 없다. 이들 또한 살아남기 위해 소속 가수들의 컴백을 더욱 빠르게, 더욱 빈번하게 잡아야 한다.

이러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가요계가 음반시장에서 음원시장으로 변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음악팬들의 반응과 스트리밍 서비스는 곧 수익 창출의 수단이다. 이에 따라 정규 앨범보다는 싱글 및 미니앨범 형식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환경이 됐다.

한 가수는 "정규 앨범을 발매해도 관심이 없으면 이내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져 버린다. 앨범은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상황이 마음이 아파 정규 앨범을 내놓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가요계에서 사용하는 광고 수단은 티저 영상을 시작으로 한 뮤직비디오다. 한두 곡만이 담긴 앨범을 맛깔나게 담을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걸그룹에게 4분가량의 영상으로 자신들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예쁘고 순수한 이미지로 현실 세계 밖의 것을 보여주는 것과 섹시한 이미지로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다.

시장의 속성이 바뀌고, 그러면서 더욱 자본력 싸움이 돼 버린 가요계. 자본력에서 밀리는 중소기획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가요계는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 선정성이나 노이즈마케팅 같은 방식은 당장은 달콤할 지 모르지만 결국은 부베랑이 돼 돌아온다. 

음악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없는 가요계는 그저 '이슈'만이 모이는 공간일 뿐이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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