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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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마라카낭에서 25년전 악몽을 씻어내다 [스페인-칠레전]

기사입력 2014.06.19 12:06 / 기사수정 2014.06.19 14:16

박지윤 기자
칠레가 스페인을 2-0으로 격파하고 16강행을 결정지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칠레가 스페인을 2-0으로 격파하고 16강행을 결정지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박지윤 기자] 칠레가 '무적함대' 스페인에게 '2-0'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16강을 확정 지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칠레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경기가 열렸던 장소가 리오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칠레에게 '마라카낭'은 악몽 같은 장소였다. 칠레는 1989년 9월 3일 마라카낭 구장에서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브라질과 지역예선 최종전을 치렀다. 똑같이 2승 1무를 기록하고 있던 양 팀은 반드시 상대를 꺾어야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대규모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경기는 치열하게 흘러갔다. 브라질 경찰들은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관중들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하지만 후반 4분 카레타의 골로 브라질이 앞서가자 7만 관중은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하기 시작했고, 후반 24분 조명탄이 경기장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그 순간 칠레의 골키퍼 로하스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칠레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고 이런 공포 분위기에서는 경기를 계속할 수 없다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브라질에게 관리 소홀을 책임을 물어 몰수패 선언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FIFA 징계위원회의 조사 결과, 이 사건은 칠레의 '꼼수'로 밝혀졌다. 조명탄은 로하스 골키퍼의 뒤에 떨어졌고, 그에게는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스스로 이마를 자해한 것이다. 칠레는 FIFA 징계위원회로부터 2-0 몰수패를 선고받았고, 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94년 미국 월드컵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10만 스위스 프랑(약 1억 1천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고, 로하스 골키퍼와 칠레 축구협회 회장은 영구 제명당했다.

지금까지 칠레에게 '마라카낭'은 굴욕과 치욕의 장소였다. 그리고 25년이 흐른 2014년, 칠레는 바로 그 장소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몰락시키는 역사를 창조했다. 칠레 축구는 실력을 앞세워 어두운 과거를 지워냈고, 이제 '환희'의 땅으로 마라카낭을 기억할 것이다.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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