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서예지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문득 스페인어에 흥미를 느낀 그녀는 20세의 나이로 '정열의 나라'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했다. 인종차별과 악몽에 시달렸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매일 2시간만 자고 공부했다.
외로운 타지 생활을 이겨내던 서예지는 어느 날 치통에 시달렸고, 결국 치아교정을 위해 귀국했다. 연예계 관계자를 만난 뒤 재능이 없다며 데뷔를 거부했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에만 연기를 해보자'라고 생각을 고쳤다. 이윽고 김병욱 감독의 tvN 일일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 세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출연하게 됐다.
김병욱 감독은 연기 백지 상태였던 서예지를 점찍었고, 노씨 일가의 철부지 딸인 노수영 역을 맡은 서예지는 기대에 부응했다. 최근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원한 것보다 섭섭한 마음이 더 크다. 내게 첫 작품이기에 끝나지 않은 감흥이 있다"라며 아쉬운 종영 소감을 전했다.
서예지에게 데뷔작인 '감자별'은 학습의 장이었다. 연기 경험이 일천했던 서예지는 촬영장에 나갈 때마다 '전쟁터에 총대를 메고 가는 느낌'을 받았다. 생소한 연기의 사소한 것부터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를 느꼈고, 점점 흥미가 생겼다. 120회를 거치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그녀는 개운치 않다.
서예지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노수영을 완벽히 파악하려는 숙제를 내 자신에게 부여했지만, 이를 소화하지 못했다. 시트콤의 거장인 김병욱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 간혹 호평이 있지만, 내가 자연스럽게 연기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봐주셔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주시는 것 같다"
극 중 노수영의 남편 장율 역을 맡은 장기하와의 호흡은 역시나 어려웠다. 두 사람은 상반된 성격을 지녔기 때문. 서예지는 "노수영은 바쁜데, 장율은 여유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서로에 적응이 돼 호흡이 잘 맞았다"라고 밝혔다.
서예지는 자신이 적응을 쉽게 한 것을 제작진의 공이 지대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학생이었던 노수영은 스페인 유학생으로 바뀌었고, 스페인어를 이용한 에피소드에 자신이 일조하면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서예지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120회에 걸쳐 '나만의 전쟁'을 치르던 서예지는 항상 긴장했고, 압박감에 시달렸다. 특히 시트콤 촬영 중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그녀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정말 우울했다. 새벽 3시에 촬영이 끝나고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분향소에 나홀로 갔다. 영정 사진 앞에서 한명 한명 애도의 뜻을 표했다.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서예지는 매회가 슬럼프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충을 통해 연기에 대한 긴장감을 점차 줄였고, 내외적 마음의 성장을 이뤄냈다. '감자별'에서 톡톡 튀는 모습으로 업계의 흥미를 끈 서예지는 현재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다. 걸음마 단계였던 서예지가 본격적으로 돛을 올리는 모양새가 갖춰진 것이다.
"공포 스릴러물을 좋아한다. 영화 '심야의 FM'을 재밌게 봤고, 특히 '악마를 보았다'는 8번 반복해서 시청했다. 잔인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연기력에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배워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쌓고 싶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