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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 수트남들의 도전장, 홍명보호의 정장 스토리

기사입력 2014.05.23 10:23 / 기사수정 2014.05.24 02:34

김형민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파주에서 공식 단복을 입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파주에서 공식 단복을 입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조금 무더워진 22일, 아침부터 홍명보호는 분주했다. 전날까지 이어지던 훈련에는 잠시 쉼표가 붙었다. 훈련구장에 들어 선 이들의 복장은 훈련복이 아닌 정장이었다.

홍명보호는 월드컵을 한 달 여 앞두고 공식 단복을 공개했다. 월드컵대표팀은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공식 단복 '프라이드 일레븐'을 입고 사진 촬영을 가졌다.

촬영은 두 번에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는 하복이었다. 빨간색 반팔티와 흰색 긴 바지를 입은 선수들과 홍명보 감독 등 코칭스텝들의 모습은 고스란히 사진 속에 담겼다. 캐주얼한 패션 감각을 선보인 이들은 곧 말끔한 수트를 입고 다시 돌아와 두 번째 촬영에 임했다.

단복은 홍명보호의 '패션 리더십'의 결정판이었다. 동시에 슬로건으로 내세운 '원 팀(One team), 원 스피릿(One sprit), 원 골(One goal)'을 더욱 부각시킨 장면이 됐다. 정장 안감에는 슬로건이 그대로 새겨졌고 대표팀은 '원 팀'의 정신을 가슴에 안고 브라질 땅을 밟을 예정이다.

◆ 수트의 또다른 이름, 존중과 품격

옷은 곧 그 사람을 대변한다고 한다. 수트도 이러한 복장의 원리를 준수하고 있다. 누가 입고, 어느 상황에서 입느냐에 따라 수트는 여러 의미를 담아내고 표출한다. 특히 수트에 대해 의상전문가들은 존중과 품격에 중점을 둔다. 수트를 입고 등장했을 때 느껴지는 품위는 보는 이들을 향한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수트는 본래 영국 빅토리아 시대 상류계층의 남자들이 라운지 룸에서 담소하는 동안 편하게 입었던 옷에서 유래됐다. 이는 라운지 수트 또는 색(Sack)수트로 불리기도 했다.

수트의 용도는 무엇보다 '어울림'이었다. 빅토리아시대의 상류계급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매너와 관습이 있었는데 이에 맞춰 활용되고 변형되어 생겨난 패션이 바로 수트다. 이는 수트가 예의와 존중, 매너의 역사를 함축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수트를 애용했다. 위와 같은 수트의 남다른 의미도 한몫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취임 당시 홍 감독은 대표팀을 '원 팀'으로 묶는 것이 중요했다. 사령탑 교체와 주변의 논란으로 인해 흔들리는 팀을 바로 잡고자 수트를 선택했다. 수트는 곧 대표팀의 남다른 자세와 품격 유지, 진지한 태도를 선수들에게 요구한 홍 감독의 암묵적인 메시지였다.

홍명보호는 출범이후 줄곧 정장을 입고 소집에 임해야 한다는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홍명보호는 출범이후 줄곧 정장을 입고 소집에 임해야 한다는 원칙을 이어가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DB


◆ 정장 입고 소집, 홍명보호의 패션리더십

2013년 6월 27일은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처음으로 쥔 날이었다. 이날 그는 선수들에 특별령을 내렸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주문할 것이 옷을 잘 갖춰 입었으면 좋겠다. 티셔츠에 모자, 찢어진 청바지 차림은 보기 안 좋다"며 "깨끗하고 간결한 차림으로 파주NFC에 입소하라"고 말했다.

이후 파주 입소날에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선수들은 정장을 차려 입고 대표팀 소집에 임했다. 정장은 이제 홍명보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과거 각종 캐주얼, 운동복 등의 차림으로 개성과 패션감각을 선보이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졌다.

이렇게 되자 스포츠브랜드들이 당황했다. 선수들이 입고 가는 티셔츠, 모자, 가방 등을 통해 광고 효과를 봤던 유명 스포츠브랜드들은 갑작스러운 '정장 소집령'에 비상이 걸렸던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악세사리로 공략 대상을 옮겼다. 마케팅 목적으로 계약이 되어 있는 선수들은 정장을 입는 대신 가방 등에 해당 브랜드 마크를 노출하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편 선수들은 정장으로 입소함으로써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한층 더 느끼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식 단복은 패션리더십의 연장선 상에 있었다. 정장이라는 점은 같았지만 모두 같은 옷을 입었다는 사실에 선수들의 눈빛은 달라졌다. 주장 구자철은 "파주 들어올 때 입은 정장과는 자체가 다르다"면서 "단복은 말그대로 아무나 입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가짐이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도 단복에 대해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꼈을 것"이라 말했다.

◆ 패션에 눈뜨다, 대표팀의 단복 스토리

최근 월드컵에서 공식 단복, 일명 수트는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다. 세계적인 축구 강국들도 앞 퉈 자국 브랜드의 수트를 단복으로 착용하고 있다. 휴고보스 수트를 입은 독일, 돌체 앤 가바나를 입은 이탈리아, 막스 앤 스펜서를 입는 영국, 던힐 수트를 입는 일본 등 세계적인 스타들의 '수트빨'은 월드컵을 바라보는 팬들의 또 다른 재미가 됐다.

우리나라도 패션에 눈을 떴다. 본격적으로 단복을 착용한 것은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때부터다. 이전에 단복 착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처녀 출전한 한국은 헝가리와의 첫 경기 전날에야 도착한, 안타까운 스토리 외에 공식 단복을 외상으로 구입해 입고 간 사연도 있었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두 번의 월드컵 대표팀 공식 단복을 모두 입어 본 선수들에 속한다. ⓒ 엑스포츠뉴스DB
이청용과 기성용은 두 번의 월드컵 대표팀 공식 단복을 모두 입어 본 선수들에 속한다. ⓒ 엑스포츠뉴스DB


이후 50년 가까이 축구대표팀은 공식 단복을 가지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처음으로 축구대표팀에 공식 수트를 갤럭시가 후원하기 시작하며 패션을 가까이 하게 됐다.

갤럭시 관계자는 "2010년 대회 때 축구협회와의 단복 후원 협의 과정에서 단복으로 정장을 선호하지 않아 설득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단복은 선수들의 탄력있는 신체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슬림 핏'을 강조하는 한편 최첨단 원단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직접 입어 본 선수들도 만족감을 보였다. 손흥민은 "양복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편안한 느낌이다.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에도 단복을 입어봤던 이청용 역시 "수트를 입으니 감회가 새롭다. 이전 대회의 수트보다 조금 더 슬림해지고 편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단복 촬영이 끝난 후 대표팀은 오후부터 훈련을 재개했다. 이날 훈련은 이전보다 강도를 높였다. 한 차원 높은 패스 훈련이 전개됐다. 조끼팀과 비조끼팀이 나눠 서로 엇갈려 선 채 장애물 삼아 삼자패스를 이어갔다. 이어진 헤딩 훈련과 3팀이 돌아가면서 진행한 미니게임에서 선수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단복 촬영은 훈련에 임하는 분위기도 바꿔 놓은 듯 보였다.

훈련 후 이청용은 "단복도 입어보고 공식 훈련복도 꺼내 입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월드컵 분위기를 느낀다"면서 "월드컵에서 개인적으로 골을 넣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팀이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이 이긴다면 나는 상관 없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도 홍명보호는 이동시나 공식 행사 등에서 공식 단복과 함께 한다. 대표팀의 정장 스토리가 어떤 결말을 낳을 지 주목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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