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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소치돌풍' 리프니츠카야, 과연 김연아 적수될까

기사입력 2014.02.10 10:12 / 기사수정 2014.02.10 10:2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스타탄생 : 러시아 리프니츠카야의 인상적인 올림픽 데뷔(A star is born: Russia's Lipnitskaia makes an impressive Olympics debut)'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인 폭스스포츠는 지난 9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러시아)를 위와같이 소개했다. ‘스타탄생’이라는 말 그대로 리프니츠카야는 소치올림픽이 배출한 첫 번째 스타다.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개인전에 앞서 단체전이 열렸다. 리프니츠카야를 앞세운 러시아는 미국과 캐나다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남자싱글에서는 '피겨 황제' 예브게니 플루센코(32)가 선전했고 페어와 아이스댄스에서도 러시아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그리고 여자싱글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 모두 '에이스'인 리프니츠카야를 출전시켰다. 이번 소치올림픽 출전 선수들 중 최연소(만 15세)인 그는 쇼트프로그램(72.90)과 프리스케이팅(141.51)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리프니츠카야의 돌풍은 이미 예고된 사건이었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여자싱글의 대결구도는 김연아(24)의 압도적 우위에 아사다 마오(24, 일본)가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라고 점쳐졌다. 아사다는 올 시즌 두 번의 그랑프리 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 일본 NHK트로피)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파이널에서도 정상에 등극했다.

리프니츠카야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에 이어 2위에 그쳤다. 당시 이 대회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렸다. 아사다는 언제나 그렇듯이 홈어드밴티지의 이점을 등에 업고 생애 4번째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전됐다. 올림픽이 열리는 국가는 리프니츠카야의 홈인 러시아 소치다. 리프니츠카야는 만 15세의 어린 나이에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행운을 얻었다. 지난달 초에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그는 209.72점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이 점수는 여자싱글 역대 네 번째 높은 점수다.

그리고 이번 동계올림픽 단체전에서 쇼트 점수(72.90)와 프리 점수(141.51)를 합친 214.41점을 받았다. 올림픽에서 얻은 점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식 공인 점수로 인정을 받는다. 리프니츠카야는 비록 단체전이었지만 214.41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역대 세 번째 높은 점수를 받은 여자 싱글 선수가 됐다.(1위 김연아 - 228.56 2위 김연아 - 218.31)



비범한 선수인 것은 확실, 그러나 아직 김연아에게는 열세


리프니츠카야가 잘하는 선수인 것은 확실하다. 러시아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육성한 선수들 중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그는 주니어 시절인 2011~2102시즌 4번의 대회에 출전해 모두 금메달을 휩쓸었다.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의 장기로 알려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사한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구사하는 점프는 김연아와 동일(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더블 악셀 트리플 플립)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더블 토루프까지 더해진다.

아직 성장기를 거치지 않은 그는 가벼운 몸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피겨 선수들은 성장통을 겪으면 예전에 뛰던 점프조차 힘겨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비교해 리프니츠카야는 아직 성장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행운을 얻었다.

리프니츠카야의 가장 큰 약점은 트리플 러츠와 플립이 부정확하다는 점이다. 특히 러츠는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도 도약하는 점프) 판정을 자주 받았다. 최고 점수를 기록한 유럽선수권에서도 리프니츠카야는 고질적인 플러츠(플립에 가까운 잘못된 러츠)를 범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피겨 규정은 점프의 정확성이 완화됐다. 이러한 규정 때문인지 최근 러츠와 플립을 정확하게 구분해서 뛰는 스케이터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리프니츠카야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유럽선수권에서 받은 롱에지 판정이 이번 올림픽에서는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듯 리프니츠카야는 점프의 성공률은 높지만 정교함은 떨어진다. 하지만 점프와 스핀을 비롯한 전체적인 기술을 균형 있게 소화하는 점은 탁월하다. 체조선수 출신답게 뛰어난 유연성을 갖춘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핀을 구사한다. 스핀의 자세가 굉장히 유연한 것은 물론 회전 속도도 상당하다. 이번 올림픽에서 리프니츠카야는 스핀에서 모두 1점이 넘는 높은 가산점(GOE)을 챙겼다.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대범하게 연기를 펼친 점도 흥미롭다. ‘당돌함’까지 느껴지는 자신감까지 갖췄다. 리프니츠카야는 만 15세의 어린 나이를 생각할 때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리프니츠카야는 9일 열린 단체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를 8.83점차로 제쳤다. 이미 아사다에게 완승을 거둔 상태인 그의 앞에는 김연아가 서 있다.

똑같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점프도 김연아의 퀄리티는 압도적이다. 모든 점프에서 김연아가 우위에 있고 안무소화를 비롯한 예술성에서도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곳은 리프니츠카야의 홈이다. 리프니츠카야가 점프의 정교함을 떠나 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경우 단체전처럼 높은 점수를 받은 가능성은 크다. 4년 전과는 달리 소치올림픽에서는 리프니츠카야가 가장 위협적인 상대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김연아가 제 기량을 발휘할 경우 이변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 리프니츠카야가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지만 김연아도 4년 전과 비교해 전혀 녹슬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캐나다 세계선수권에서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고 가장 최근에 열린 국내 대회에서도 전성기 못지않은 연기를 펼쳤다. 리프니츠카야의 돌풍이 소치를 뒤흔들고 있지만 김연아의 위세를 뛰어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 엑스포츠뉴스DB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 Gettyimages/멀티비츠 2014 소치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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