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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아름다운 새가 지저귀는 희망의 찬가

기사입력 2014.01.21 07:53 / 기사수정 2014.01.22 01:06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거칠고 투박한 진흙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듯, 영화 '변호인'도 희망의 열매를 맺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객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변호인'은 전날 누적 관객 수 1016만 2511명을 기록했다.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도 힘도 없는데다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81년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더욱 화제가 됐다.

더구나 개봉날인 지난달 19일은 고인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지난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날과 같았기 때문에 '영화의 저의'를 의심한 시선들이 존재했다. 엇갈린 관심의 시각은 평점 테러와 불법 영상파일 유포 등으로 이어지며 갖은 논란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변호인'은 거침없는 상승세와 식지 않는 열기를 보이며 결국 한국영화 사상 아홉 번째로 1000만 관객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1362만)를 포함하면 국내에서 10번째 천만영화다.

영화의 인기 요인으로는 세대가 공감하는 소재가 1등 공신으로 꼽힌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태프와 배우들의 의기투합과 함께 탄탄한 시나리오가 인상적이다. 1980년대를 회상하게 하는 영화 배경은 40~50대 중장년층의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재미 요소가 곳곳에 보이고, 무엇보다 악인이 잘 설정돼 있어 어린 영화 관객들에게도 공분의 감정을 잘 이끌어낸다"라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도 "보통 영화는 10~20대층의 예매율이 높다. 하지만 '변호인'은 달랐다. 초반 예매율은 영화가 반영하는 시대에 친숙한 중장년층이 압도적이었다. 이후 입소문을 타며 젊은 관객들도 흥미를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적정 시기에 개봉한 점도 흥행에 가속을 붙였다는 평이다. 이 관계자는 "'변호인'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만들어지기 힘든 영화다. 또 현 세태에 대한 답답한 감정과 각박한 현실에 대한 염증은, 가슴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싶은 관객들의 심리에 영향을 끼쳤다"라고 분석했다.



재미와 공감이 거시적인 측면이라면 그 속을 들춰봤을 때 '변호인'이 지닌 가장 큰 무기는, 울분으로 인한 상식에 대한 갈증이었다. 그리고 이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매개체가 됐다. "국가는 국민이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등의 명대사와 더불어 송강호와 곽도원의 대립은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곽도원은 최근 진행된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문 장면을 많이 촬영했지만 분량에 비해 적게 나왔다. 고문이라는 물리적인 체벌보다 사람이 지닌 잘못된 사상과 신념이 더 악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송우석과 차동영(곽도원 분)의 4차 공판에서의 대립 장면에서 극적 긴장감 조성을 위해 '멱살을 잡을까'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절제했다. 서로의 사상과 신념의 대립만 가지고도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분노가 더 커질 것이라 내다봤기 때문이다"라며 '울분'과 '상식'을 언급했다.

'변호인'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돈만 쫓던 부동산 등기·세무 변호사가 인권 변호사로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민감한 소재로 제작과 투자,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영화가 전하는 울림은 관객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냈다.

송강호는 이날 열린 '변호인' 관객 감사 무대인사에서 "양우석 감독이 예전에 '이 영화가 거칠고 투박하지만 우리가 힘차게 쏜 희망의 화살이 아름다운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마음속 깊은 곳으로 날아다니게 하겠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새가 훨훨 날아다니는 것은 온전히 관객 여러분의 힘인 것 같다. 그 힘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지금까지 걸어왔던 모든 과정을 축약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변호인 ⓒ 엑스포츠뉴스 DB,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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