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의 차기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엔 FC바르셀로나와 연결됐다.
스페인 언론 '문도 데포르티보'는 19일(한국시간) 한 남미 매체를 인용해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이 이번 여름 바르셀로나 감독직에서 물러난다면 후임으로 히딩크가 유력하다"며 히딩크의 바르셀로나 감독 내정설을 제기했다.
문제의 발단은 바르셀로나 내부에 있었다. 스페인 현지에선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마르티노 감독의 사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눈치다. 문도 데포르티보는 이와 관련해 "펩 과르디올라 전 바르셀로나 감독과의 비교로 불편한 마르티노 감독이 다가오는 여름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내려 놓을 예정"이라며 사임을 기정사실화했다.
자연스레 차기 감독후보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유력한 후보로는 히딩크 감독이 지목됐다. 바르셀로나측은 현재의 팀 사정과 지도 스타일, 스페인 무대 경험 등을 고려해 히딩크 감독을 적임자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소수 매체들은 히딩크 감독과 바르셀로나 간의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그 현실화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부분은 히딩크의 스페인 무대 경험이다. 이 속엔 바르셀로나와의 악연도 포함돼 있다. 히딩크 감독은 1998년부터 1999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을 지휘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까지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반한 레알은 히딩크 감독을 곧바로 사령탑으로 앉혔다.
바르셀로나의 숙적을 이끈 히딩크 감독은 초기 비교적 좋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레알과의 동행을 오래가지 못했다. 그 단초를 제공했던 것이 다름 아닌 바르셀로나였다. 1999년 2월 14일 히딩크는 바르셀로나를 마주했다. 자존심과 리그 우승 경쟁이 걸린 중요한 엘클라시코 더비에 히딩크 감독이 두번째 선을 보인 순간이었다.
당시 누캄프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레알은 승리를 벼렀다. 83년이래 한번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가 없던 레알은 히딩크의 지휘아래 지독한 누캄프 징크스 탈출을 노렸다. 첫 맞대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던 히딩크는 다시 한번 바르셀로나 공략에 도전했다.
결국 경기는 바르셀로나의 완승으로 끝났다. 히딩크의 레알은 호베르토 카를로스의 퇴장 열세를 안고 루이스 엔리케의 두 골과 히바우두에게 실점해 0-3으로 완패했다. 패배의 후유증은 컸다. 라이벌 바르셀로나가 리그 선두로 올라서며 우승 순항을 도와 자존심을 구겼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패배로 시즌 도중 경질되고 말았다.
이후 히딩크에게 설욕의 기회는 없었다. 스페인 무대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면서 바르셀로나와 다시 마주할 기회도 없었다. 잠시 접어뒀던 악연의 고리는 새로운 인연으로 재생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엔 레알이 아닌 바르셀로나의 유력한 사령탑 후보로 히딩크 감독이 떠오르고 있다. 과연 99년의 악연을 뒤엎고 히딩크 감독이 바르셀로나를 이끌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거스 히딩크 (C) 엑스포츠뉴스DB]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