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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코리아 그랑프리 침몰하나'…F1 상하이 GP의 교훈

기사입력 2013.12.05 12:08 / 기사수정 2013.12.10 18:56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린 지난 10월 3일 전남 영암 서킷. 빈 자리 없이 관중석을 메운 수많은 팬들은 '오감만족'이라는 F1에 열광했다. F1 개최 4년 째를 맞이하며 흥행에 대한 걱정이 컸으나,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기우였다. 대회는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듯보였다. 그런데 같은 시간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코리아 그랑프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F1 드라이버 마크 웨버(레드불)는 "코리아 그랑프리는 외톨이다. 드라이버를 돈으로 산다면, 재능있는 드라이버의 F1 진출이 막히는 것처럼 대회 개최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코리아 그랑프리를 비꼬았다.

불과 두 달 전 일이었는데 실제 코리아 그랑프리가 좌초 위기에 몰렸다. 국제자동차연맹(FIA) 산하 세계모터스포츠평의회(WMSC)가 내년 F1에서 한국 개최를 제외하면서 코리아 그랑프리가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F1 대회조직위원회도 개최권료 인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예산 확보, 마케팅의 어려움 등으로 내년 개최에 난색을 표했던 바 있다. 게다가 F1 운영사인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는 코리아 그랑프리의 내년 일정을 애초 10월에서 4월로 변경했다. 접근성이 좋은 상하이 그랑프리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으나 조직위, 전남도 측은 6개월 만의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2014년 F1 개최 포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예고된 침몰이었다. 해마다 티켓을 강매하다시피 하면서 서킷은 인파로 붐볐으나 정작 F1에 매력을 느낀 팬들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난 4년간 한국에서 F1이 주목받지 못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한국과의 연관성 부족'을 꼽는다. F1에는 한국 출신 드라이버가 없고 한국산 머신도 없다. 일부 기업들이 스폰서로 참가하고 있지만 이것 만으로 팬들이 생기지는 않는다. 한국과 연관성이 부족하다면 F1, 나아가 자동차와 레이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련 문화를 전파하고 활용하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F1 저변이 넓은 일본에서는 지난 10월 "숙박 시설 부족으로 관계자들이 모텔서 묵는 괴상한 일이 영암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조직위의 준비 부족을 꼬집기도 했다. 



F1 상하이 그랑프리는 여러모로 한국과 환경이 비슷했다. 상하이 그랑프리는 지난 2004년 시작됐다. 대회가 열린 3일간 26만명이 서킷을 가득 메웠다. 그런데 이듬해 부터 팬들이 줄기 시작했다. 생소했던 F1에 대한 궁금증으로 상하이 그랑프리 첫 해 관심을 보였으나 이후 흥미를 잃으면서 발걸음마저 끊긴 것이다. 중국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F1과의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현재 중국에는 F1 드라이버가 없다. 중국산 머신도 F1 서킷을 누빈 적이 없다. 지난 달 30일 한국을 찾은 상하이 그랑프리 대행사 주스 그룹의 양이빈 마케팅 이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팬들에게 F1, 나아가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를 심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 작업이 이어졌다. 방송, 신문 등 미디어에서 집중했고 F1 관련 인프라가 구축됐으며 각종 부대사업도 펼쳐졌다. 중국에서 크게 관심받지 못하던 상하이 그랑프리에 변화의 조짐이 생긴 것은 지난 2009년. 내리막길을 걷던 관중수가 5년 만에 오름세를 탔다. 양이빈 이사는 "올해 상하이 그랑프리 관중수는 3일 동안 19만 명을 찍었다. 조금  더 노력하면 2004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팬들의 질적인 향상이다. 상하이 그랑프리가 시작된 지난 2004년 F1에 대해 이해도와 충성심 높은 팬이 20%에 불과했다면 올해는 80% 정도는 된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그랑프리만의 특색을 살리는 데도 남다른 신경을 썼다. 서킷을 상하이의 '上'자로 제작했고 자동차를 상징하는 온갖 테마로 도시를 꾸몄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많은 국제도시 상하이의 특성을 살려 국제 자동차 전시회를 F1 기간에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상하이 그랑프리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지중해 배경의 시가전 모나코 그랑프리, 도시 야경이 아름다운 싱가포르 그랑프리, 자동차 테마파크를 보유한 스즈카 그랑프리처럼, 국제적인 모터쇼를 통해 상하이 그랑프리의 격을 높이는  작업을 펼쳐왔다. 안타깝게도 영암 서킷에는 아무것도 없다. 레드불 소속의 F1 드라이버 웨버가 "코리아 그랑프리는 외톨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직위, 전남도 측은 내년 일정을 건너뛰고 2015년 4월이나 10월 다시 F1을 개최할 수 있게 FOM과 재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F1 유명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레이서 출신 판용용은 코리아 그랑프리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 이렇게 얘기했다. "F1은 자동차 보급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동차 보급률이 높으면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자연스레 레이싱 팬들이 형성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중국보다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레이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 매력을 알리려는 작업이 필요하다. 잘 뒷받침이 된다면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새로운 F1의 메카로 떠오를 것으로 믿는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F1 코리아 GP, 양이빈(왼쪽)과 판용용 ⓒ 게티이미지 코리아,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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