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무한 경쟁과 프로그램의 수명이 짧아지는 등 온갖 칼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방송계에서 '열린음악회'는 조용히 20년간 음악의 힘을 전파하며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유난을 떨지 않고도 찬찬하게 쌓아 온 공든 탑은 어느덧 경험이 쌓여 위대한 유산이 됐다.
29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대분장실에서 열린 KBS1 '열린음악회' 1000회 특집 20주년 기자간담회에는 이미자, 조영남, 인순이, 주현미, 자우림, 김태우, 소냐, 알리, 소녀시대, 2NE1, 성악가 김영미·김동규, MC 황수경, 김종윤 PD가 참석했다.
지난 1993년 5월 9일 첫 방송된 '열린음악회'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클래식, 국악, 대중가요 등의 다양한 장르 공개와 다방면의 가수 출연, 그리고 타 분야와의 협연 등 파격적인 실험 무대를 펼치며 전세대를 아우르는 음악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미자, 인순이, 주현미 등 '열린음악회'의 산증인들은 축사 무대에서 초창기 시절 무대를 회상하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 사람은 '열린음악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1,000회라는 이 기념비적인 숫자가 상징하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열린음악회'는 대중가요 외에도 다양한 음악도 조명했고, 대중가요와의 협연으로 관객들에게 음악의 신선함을 전하기도 했다. 성악가 김동규와 김영미는 "'열린음악회'는 클래식과 대중을 이어주는 소통 창구"라고 치켜세웠고, 알리는 "'365일' 이라는 곡으로 무대에 올라섰을 때 6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성악가가 아니어도 대중 가수로서 풍부한 느낌을 펼쳐낼 수 있구나'하고 감탄했다. 또 어렸을 때 했던 국악 무대를 펼칠 수 있는, 그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열린음악회'는 선후배 장벽 없이 무대를 꾸며 세대 간의 화합을 잘 표현해냈다. 자우림은 "선후배와 함께 특집 무대를 꾸며 영광스럽다. 선배님들을 보니 명절에 고향 집에 내려온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이 든다"라고 밝혔다. 김태우는 "데뷔 15년 차인 나를 캐스팅한 이유는 선후배 사이에서 허리 역할을 잘하라는 얘기인 것 같다. 결혼해 보니깐 허리의 중요성을 느낀다. 허리 역할 잘해서 선후배 사이의 가교 역할에 충실하겠다"라고 허리를 중시해 웃음을 자아냈다.
20년이 흐르면서 '열린음악회'를 보며 꿈을 키운 이들도 자리를 빛냈다. 소녀시대 서현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한 무대다. 가수의 꿈을 이뤘고, 이어 꿈의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라고 전했고, 티파니는 "소녀시대도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날의 막내 가수인 2NE1의 산다라박은 "멤버 모두 '열린음악회'와 성장했다. 앞으로 10,000회까지 방영돼 여기 계신 선배님들과 함께 이 자리에 다시 서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열린음악회'가 출연 가수에게 선사한 감동은 쏘냐의 발언에서 그대로 묻어났다. 쏘냐는 "1999년 첫 음반이 나온 뒤 무대에 서게 됐다. 정말 꿈꿔왔던 가수였고, 제 인생에서 큰 박수를 받은 건 이 무대가 처음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열린음악회'는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무대에서 새로운 무대를 시도했을 때 나 자신이 만족하면 기분이 좋은데, 반대로 실수하면 반성하게끔 하는 나침반 같은 존재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5년간 MC로 임하며 안방마님이자 마스코트로 자리 잡은 황수경 아나운서는 "사실 얼마 전부터 축하 인사를 받으며 가슴이 벅찼다. 지난 1998년부터 15년간 진행했는데 이런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열정과 혼신의 힘, 그리고 열렬한 성원을 보내준 관객들이 함께 이뤄낸 성과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애정과 관심 보내줬으면 한다"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시간의 누적은 찬란한 역사를 완성했지만, 이러한 영광 속엔 따끔한 지적도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바로 때때로 불거진 MR(Music Recorded) 사용 논란이었다. 이날 취재진은 제작진에 "'열린음악회'에서도 MR과 립싱크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훌륭한 KBS 관현악단이 있는데 MR의 등장이 초창기의 취지와 퇴색되지 않느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황수경 아나운서는 "열린음악회는 철저하게 라이브 무대를 꾸민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 예를 들어 가수의 컨디션이 안 좋고, 이 순간만큼은 음원을 삽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곤 한다"며 "최대한 라이브로 생생하게 들려드리겠다. 질책 감사하다"라고 답했다.
김종문 PD는 "일단 '열린음악회'의 특징은 KBS관현악단이 들려주는 현장음이다. 관현악단이 연주해낼 수 없는 젊은 댄스 가수들의 음악의 멜로디에 MR을 차용해 메우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라이브로 임하되, MR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렇게 따끔한 지적을 수렴하면서 앞으로 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줄 것을 약속했다.
총 293회의 야외공연, 총 16,311명의 출연자, 총 35,451개의 연주곡, 총 5,248,800명의 관객은 20년이 남긴 기록이었고, 1994년 '21회 방송대상 대상'을, 2004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고품격 음악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열린음악회' 1000회 특집인 '천 번의 만남'은 황수경 아나운서와 스페셜 MC로 낙점된 개그맨 신동엽이 진행한다. 앞서 언급한 출연진들이 화려한 무대를 수놓을 예정이며, 다양한 장르의 출연진들이 함께하는 '열린' 음악회로 풍성함을 더한다는 심산이다. 오는 11월 10일 오후 5시 10분에 방송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열린음악회 1000회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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