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임지연 기자] “선수들의 마음, 자신감이 살아있다.”
한국시리즈를 이틀 앞둔 22일 잠실구장. 정규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넥센과의 전쟁 같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이어 한 지붕 라이벌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혈투를 치른 두산 베어스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뛰어 나갔다. 전날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이틀 만에 나선 그라운드다.
대구로 향하기에 앞서 간단한 훈련을 소화한 선수단은 고작 하루 휴식에 여전히 몸이 무거울 법도 한 상황에도 연신 밝은 얼굴로 러닝, 타격, 수비, 주루 훈련에 임했다.
5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앞둔 두산 선수단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는 자신감이다. 꼭 우승해야겠다는 부담감, 혹은 여기까지 왔으니 만족한다는 안일함과 구별된다. 모두가 ‘열세’라고 예상하는 상황을 이겨내며 마지막 무대까지 밟게 된 선수단은 “지금까지 너무 잘했어, 우승도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김진욱 감독은 “넥센전에 앞서 모두가 우리의 열세를 점치지 않았나.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열세를 극복해 왔다. 넥센전을 치른 후 자신감을 얻었다. 일단 선수들의 마음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 번 두산표 화수분 야구가 빛났다. 소위 말하는 ‘주전’과 ‘백업’의 벽이 허물어지고 자기 몫을 해냈다. 시즌 내내 활약해준 선수가 부진할 경우, 다른 선수가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워줬다. 또 ‘불안하다’고 지적받던 투수들의 뒤를 야수들이 든든하게 받치며 서로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장 고마웠던 점은 시즌을 치르면서 주전 선수임에도 주전으로 못 나온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럴 때마다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속상한 이야기를 털어놓을지언정 야구장에서는 내가 아닌 다른 선수가 나가는 걸 인정해줬다. 그런 부분이 참 고마웠는데, 포스트 시즌에 와서도 내가 나갔을 때 잘하고, 다른 선수가 나갔을 때 인정하는 걸 선수들이 잘 받아들여 줬다. 그 힘이 계속 이어져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제 몫을 해준 힘이 두산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는 의미였다.
준플레이오프에 앞서 넥센 박병호를 잡겠다는 공언을 한 뒤 실행에 옮겼고, 플레이오프에서는 4차전에서 끝내겠다는 말을 성사시킨 유희관은 “여기까지 왔는데 꼭 우승해야죠. 요즘 너무 말한데로 돼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럽지만, 다음 목표는 무조건 한국시리즈 우승이죠”라며 웃어보였다.
귀중한 홈런포 두 방으로 팀에 승리를 안 긴 '4번타자' 최준석 역시 “한국시리즈에서 MVP 안 받아도 되니, 우승만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공,수 맹활약 중인 내야수 이원석도 “(계속)경기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신나는데…전혀 지치지 않는다”며 “우리 팀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 같다.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앞둔 소감을 전했다.
정규리그 4위가 한국시리즈를 무대를 밟게된 역사를 만들어 낸 두산 베어스의 가을 잔치는 현재 진행형이다. 4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0%. 두산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두산 베어스 선수단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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