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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19금뮤지컬 '애비뉴Q', 야하다고만 생각하면 큰 코 다칠걸

기사입력 2013.09.10 10:23 / 기사수정 2013.11.18 18:27



▲ 애비뉴Q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귀여운 퍼펫(Puppet:인형)들의 입에서 19금 대사가 튀어나온다. 격렬한 베드신(?)은 물론이다. 낯부끄러운 장면들이 즐비하건만 시종 유쾌하기 짝이 없다. 뮤지컬 '애비뉴Q' 이야기다.

'인형극=어린이용'이라는 고정관념은 잠시 주머니 속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어덜트 퍼펫 뮤지컬. 말 그대로 성인을 위한 인형극이다. 인형극이라서 단순하고 유치할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애비뉴Q'는 분명 쇼킹하게 다가갈 만한 작품이다.

작품 탄생 10주년을 맞아 한국에 상륙한 '애비뉴Q'는 브로드웨이의 악동 콤비라 불리는 로버트 로페즈와 제프 막스(작곡/작사)가 지난 2003년 탄생시켰다. 2003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72회 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했으며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를 제치고 토니상 최고작품상, 극본상, 음악상을 휩쓴 화제작이다.



화려한 이력에 걸맞게 뉴욕 애비뉴Q에 살고 있는 각양각색의 퍼펫들은 놀랄 만큼 발칙한 입담을 선사한다. 동성애, 포르노 중독 등 입 밖에 내기 껄끄러운 사회문제에서 청년실업과 직장의 문제, 섹스와 사랑에 관한 보편적인 문제까지 19금 이슈를 풍자와 해학을 통해 낱낱이 들춰낸다.

야동 마니아 트래키 몬스터가 '인터넷은 야동용'이라고 노래하거나, 주인공인 유치원 보조교사 케이트 몬스터와 청년백수 프린스턴이 '사랑을 나눌 땐 마음껏 소리쳐'라고 주문하는 장면 등은 퍼펫들의 사랑스러운 외모와 대조를 이루며 관객의 폭소를 이끈다.

하지만 '애비뉴Q'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야한 농담에 멈추지 않는다. 프린스턴과 케이트 몬스터가 서로에 대한 진심을 알게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우리 자신 혹은 이웃과 친구들에게 일어날 법한 일을 소소하지만 솔직하게 담아냈다. 애비뉴Q 사람들의 2시간짜리 이야기를 함께하고 나면 진짜 인생은 집밖에 있고 무서워도 행복해도 인생의 모든 것은 잠시 뿐이며, 남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라는 당연한 가치를 만나게 된다.



할렘보다 못사는 동네인 애비뉴Q에는 백수부터 게이, 고객 하나 없는 일본인 심리치료사, 한물간 아역배우 출신 경비원까지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지만 어느샌가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닫게 된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 외치는 한 때의 아역스타 게리 콜맨도, 야동에만 관심 있던 트레키도 결국 이웃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통해 이 작품은 '팍팍한 삶에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배우들은 퍼펫과 한 몸이 돼 표정부터 몸짓까지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 이들의 손에 들린 인형의 입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은밀한 내면이 직설적으로 까발려진다. '엿 같은 내인생(It Sucks to Be Me)', '네가 게이라도(If You Were Gay)', '종이 한 장 차이(There's a Fine, Fine Line)' 등의 넘버는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가며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2009년 호주에서 제작된 무대 세트는 단조롭지만 재치 있는 자막과 번역, 영상 등이 있어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사도 곳곳에 숨어있으니 놓치지 말아야겠다.

10월 6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다. 130분. 만 15세 이상 (19세 이상 관람 권장). 공연문의: 1577-3363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애비뉴Q ⓒ 설앤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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