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어쩌면 마지막까지 축구의 로맨스를 간직했던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이 돈보따리를 풀면서 올여름 이적 시장이 막을 내렸다.
유난히 시끄러웠던 이적 시장이 문을 닫았다.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와 네이마르 다 실바(FC바르셀로나)의 막대한 이적료로 포문을 연 돈의 싸움은 메수트 외질(아스날)의 이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유난히 거물급 선수들의 이적이 비일비재했던 올여름 마지막 주인공은 아스날이었다. 타 구단들이 뜨거운 무더위를 보내는 동안 뒷짐 지고 바라만 보던 아스날이 최후의 거래로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7000만 파운드(약 1190억 원)를 손에 쥐고도 제대로 쓰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벵거 감독은 마감일에 화끈한 지출로 그간의 질타를 말끔히 씻어냈다.
아스날은 3개월 가까이 돈보따리만 품고 있었다. 곤살로 이과인(나폴리)과 스테판 요베티치(맨체스터 시티),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등 염문은 많았지만 현실화된 것은 없었다. 가까스로 데려온 야야 사노고와 마티유 플라미니마저 자유계약이라 아스날이 선수 이적을 위해 지불한 금액은 0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는 사이 아스날의 팬들이 들고일어났다. 아스날이 개막전에서 패하면서 벵거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고 그는 "이적 시장이 미쳤다"는 말로 쩐의 전쟁으로 변질된 축구계를 비판했다.
그랬던 벵거 감독이 마지막날 칼을 꺼냈다. 벵거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자리를 잃은 외질에게 4240만 파운드(약 721억 원)를 제시했다. 재정 건전성과 축구 본질을 이유로 그동안 유스 활용과 긴축 정책을 주장했던 벵거 감독의 철학이 변한 대목이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부자 구단들이 생겨나고 그에 맞춰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현실에 벵거 감독도 이상만 추구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올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에게 역대 최고 이적료인 8500만 파운드(약 1460억 원)를 투자했다. FC바르셀로나도 네이마르 영입에 상당한 금액을 사용했고 지난 시즌 트레블의 위업을 달성한 뮌헨도 괴체에게 분데스리가 최고 이적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더불어 변방리그로 분류해도 될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과 AS모나코까지 에딘손 카바니와 라다멜 팔카오를 위해 1000억 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쓸 만큼 현대 축구는 투자가 곧 우승컵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벵거 ⓒ 아스날 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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