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요즘 왜 이렇게 볼만한 공포 영화가 없나"라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관객들이 있다면 '숨바꼭질'을 추천한다.
물론 끊임없이 사람이 살육되거나, 좀비들이 걸어다니거나, TV 밖으로 귀신이 기어 나오는 류의 공포 영화는 아니다. '숨바꼭질'은 일상과 공포를 결부시키면서 묘하게 보는 이를 압박하는 새로운 유형의 스릴러물이다.
그래서 관람하는 내내 "우리 집에도 저런 사람이 찾아오면 어떡하지"하고 끊임없이 영화 속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공포가 엄습한다. 분명 죽은사람이 원한을 품고 혼령으로 등장했을 때의 무서움과 다른 두려움임에 틀림없다.
특히 평소 겁이 많아 심약하고, 혼자 거주하고 있는 자취생들은 '숨바꼭질' 관람에 주의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늦은 시간 집에 들어갈 때마다 초인종 아래에 별다른 표식이 없나 두려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
'숨바꼭질'은 드러낸 것보다 감춰진 것이 더 많은 영화다.
예고편이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전달하는 주요 스토리는 진짜 '숨바꼭질'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감춰졌던 이야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가장 중요한 반전도 어렴풋이 공개된다.
그런데 여기서 아쉬운 점이 함께 발견된다. 반전이 드러나면서 '숨바꼭질'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되는데 이 과정이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마치 이 영화의 속편인 '숨바꼭질 2'를 후반부에서 미리 보는 기분이랄까. 그만큼 전혀 다른 줄거리 두개가 억지로 등 비비며 붙어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반전의 정체가 드러날수록 심각해야할 분위기임에도 피식 피식 웃음이 나게 하는 몇 씬이 아쉬움을 배가시킨다.
지난해 방영된 화제의 드라마 '추적자'에서부터 느꼈던 점이지만 손현주가 왜 그동안 스릴러를 많이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늘 수더분한 아빠, 책임감 넘치는 과장, 사랑 앞에 쭈뼛대는 노총각 정도로 인지됐던 손현주는 '추적자'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재확인시켰고, 이는 '숨바꼭질'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애 첫 스크린 주연작인 '숨바꼭질'에서 손현주는 보기만 해도 함께 손을 씻고 싶어지는 결벽증 환자 '성수'를 연기했다. 그가 풀어낸 묘한 표정연기와 끝으로 갈수록 폭발하는 감정 표현은 과거의 어떤 트라우마가 약간의 정신질환과 결벽증으로 전이된 '성수' 그 자체를 드러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자신의 것과 자기 가족에 대한 엄청난 애정과 책임감을 보이는 '주희'를 연기한 문정희의 연기는 다소 연극적이다. 좋게 말하면 풍부하고, 나쁘게 말하면 과장됐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얼굴에 검정칠을 하고 마른버짐 분장까지 하며 열연을 펼친 문정희의 열정은 충분히 박수받을만 하다.
세명의 주연배우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허정 감독이 쓴 시나리오에 주저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단숨에 읽기가 어려울만큼 흡입력있고 색다른 시나리오였다"며 입모아 칭찬했다.
그러나 첫 언론시사회 이후 손현주는 "완성작을 처음 보고 나니, 다 표현되지 못한것 같아 허정 감독에게 미안한 부분도 다소 있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확인하지 못했으니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아쉬운지 확담할 순 없다. 그러나 "허정 감독은 '숨바꼭질' 이후로도 정말 엄청난 영화를 계속 만들 사람이라 확신한다"는 손현주의 두터운 신뢰만큼 허 감독이 보여준 가능성은 분명히 작지 않은 크기였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영화 '숨바꼭질' 포스터, 스틸컷 ⓒ 배급사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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