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이 10승 고지를 밟았다. 다른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다'는 평가가 가장 어울리는 투구였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 등판, 5⅓이닝 동안 101구를 던지며 11피안타 6탈삼진 무사사구 2실점으로 시즌 10승에 성공했다. 자신의 손으로 데뷔 첫해 10승을 거둔 첫 한국인 빅리거가 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류현진의 구위는 지난 등판(7월 28일 신시내티전)과 견줘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92마일이었지만 평균 구속 90마일을 넘긴 이닝이 한 차례도 없었다. 101구를 던지면서 직구 평균구속은 88.5마일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변화구가 아닌 직구로 정면승부를 택했다. 류현진다운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안타는 많이 맞았지만 적재적소에 상대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ESPN도 "류현진이 11안타를 내줬지만 시카고 타선을 2점으로 묶었다"고 전했다. 또한 삼진 6개를 솎아낸 결정구는 직구(3개)와 슬라이더(2개), 체인지업(1개)이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류현진은 1회말 선두타자 데이비드 데헤수스와 주니어 레이크에 연속 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 두 선수를 상대하는 데만 13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앤서니 리조를 6-4-3 병살타로 잡아낸 뒤 계속된 2사 3루 위기에서 웰링턴 카스티요는 유격수 땅볼 처리,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넘겼다. 류현진의 병살타 유도 능력은 그동안 익히 보여줬듯 탁월했다.
2회도 아쉬웠다. 선두타자 스탈린 카스트로를 2구 만에 유격수 직선타, 코디 랜섬은 80마일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공 8개로 2아웃을 잘 잡았다. 그러나 콜 길레스피와 다윈 바니에 연속 2루타를 얻어맞고 1-1 동점을 허용했다. 투수 트래비스 우드를 3구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으나 아쉬움이 남았다.
3회를 안타 1개만 내주고 막아낸 류현진은 4회말 선두타자 카스트로에 인정 2루타를 내줬다. 랜섬을 삼진 처리했지만 길레스피에 우중간 2루타를 맞고 2점째를 내줬다. 팀이 5-1까지 격차를 벌린 상황에서 깔끔하게 끊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다윈 바니와 네이트 쉬어홀츠를 나란히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5회도 위기였다. 1사 후 레이크에 좌전 안타를 내줬다. 리조를 삼진 처리했지만 카스티요에 우전 안타를 맞아 1, 3루 실점 위기가 찾아왔다. 다행히 카스트로의 뜬공을 푸이그가 잘 잡아낸 덕에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5회까지 투구수는 88개, 단 한 차례도 삼자범퇴 이닝은 없었다. 직구 평균구속은 90마일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버텨낸 류현진이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랜섬을 삼진 처리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길레스피와 바니에 연속 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 90마일 직구와 77마일 체인지업을 공략당했다. 빅리그 데뷔 후 최다 피안타(11개) 타이. 그러자 트레이 힐먼 감독대행이 마운드에 올라 교체를 단행했다. 돈 매팅리 감독은 4회초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해 자리에 없었다.
바뀐 투수 J.P 하웰이 실점을 막아낸 덕에 류현진의 자책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하웰과 브랜든 리그, 로날드 벨리사리오, 카를로스 마몰이 나머지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류현진의 시즌 10승이 완성됐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3.14에서 단 0.01 오른 3.15. 11개의 안타를 맞고도 단 2점만 내준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이 유독 빛난 한판이었다. 직구 구위가 지난 등판보다 현저히 떨어졌음에도 피하지 않는 승부를 했다는 점이 특히 돋보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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