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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삿포로 현지 보고서…삿포로의 축구와 야구

기사입력 2013.07.05 14:20 / 기사수정 2013.07.05 16:57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삿포로(일본) 서영원 기자] ‘설국’ 홋카이도의 중심부 삿포로는 스포츠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동계올림픽(1972)과 동계아시아경기대회(1986,1990)를 개최하며 겨울 스포츠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삿포로가 겨울에만 화려하게 빛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삿포로돔을 중심으로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야구) 콘사도레 삿포로(축구) 등의 프로스포츠를 대표하고 있다.

두 팀은 야구, 축구 사상 처음으로 공동 홈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삿포로돔이 건설됐으니 벌써 10년이 지났으며 두 팀은 이 기간 무리 없이 공존과 상생에 성공했다. 6월 마지막주 삿포로돔을 방문했을 때 콘사도레와 니혼햄의 현수막이 고르게 걸려 있었으며 팬샵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축구와 야구를 별개로 인식하는 국내 프로스포츠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니혼햄과 콘사도레의 상생법

콘사도레와 니혼햄은 홈구장을 공동 사용하지만 연고가 다르다. 콘사도레는 삿포로시(한국의 시군구 단위)로 연고를 한정 짓고 있고, 니혼햄은 광역 개념인 홋카이도(한국의 도단위)를 연고로 한다. 니혼햄은 삿포로시 외에 관광지로도 유명한 하코다테, 오비히로, 아사히카와 등으로 떠나 홈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연고지의 개념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레 팀 정책도 달라졌다. 현재 콘사도레는 삿포로 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면 니혼햄은 '홋카이도 프라이드'를 앞세워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 콘사도레의 마스코트는 삿포로의 관광대사, 니혼햄 마스코트는 홋카이도 관광대사로 각각 활용되고 있다.

양 팀의 경기 일정이 겹치는 일은 거의 없다. 콘사도레의 홈경기 때 니혼햄은 원정경기 또는 홋카이도 지방경기를 떠나며, 니혼햄이 홈경기를 가질 땐 콘사도레의 원정경기 혹은 삿포로 아츠베츠 경기장으로 옮겨 경기를 치르고 있다. 양 팀이 서로의 일정을 배려하며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 셈이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두 팀이 함께 대처해 눈길을 모았다. 모금 활동 및 재해 지원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다. 이박에 마스코트 교류 행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서로 홈경기를 방문하는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연중 행사를 통해 “도레군(콘사도레 마스코트)은 니혼햄을 응원합니다”와 “BB군(니혼햄 마스코트)은 콘사도레를 응원합니다”라는 응원 문구를 갖고 나왔다. 축구와 야구 두 종목 간의 싸움이 아닌, 지역을 대표해 승리하지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팬심은 한곳을 향해 쏠렸다. 니혼햄은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옮긴 뒤 신죠 츠요시, 다르빗슈 유 등 기존 스타와 신예들이 잘 섞이며 일본시리즈에서 잇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반면 콘사도레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콘사도레는 2부리그와 1부리그를 오갔으며 니혼햄과 달리 큰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올 초 콘사도레 사장으로 부임한 노무라 요시카즈가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3월 게이오대학 광고연구회와 인터뷰에서 “삿포로 지역에 축구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포터는 물론이고 열혈 팬들이 많다. 그러나 대중적인 일반 팬들은 미디어와 직결되는 법이다. 야구와 싸울 생각은 없지만 콘사도레의 미디어 노출을 야구보다 늘리겠다”라며 공격적인 움직임을 약속했다. 노무라 사장의 말대로 니혼햄은 미디어 노출이 많다. 홋카이도의 지역방송국은 예외 없이 니혼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수가 50여편이 넘는다.

한편 2010년 홋카이도 도민신문에서 ‘니혼햄의 홋카이도 입성 후 콘사도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6%가 콘사도레를 그대로 응원하겠다고 밝혔고, 37%는 니혼햄을 응원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27%는 니혼햄과 콘사도레를 모두 응원하겠다고 밝혀 균형을 이뤘다. 보이는 바와 달리 축구 팬이 적지도, 야구 팬이 많지도 않은 지역민들의 민심이었다. 두 팀의 사례를 더 끄집어보면 콘사도레는 극성 팬을 상대로, 니혼햄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일반 팬을 확보해 왔다. 콘사도레는 노무라 사장 주도 아래 ‘1만명 회사’라는 모토를 내걸어 서포터도 우리 회사라는 인식을 심었다. 팬 투표로 선발 라인업을 예상하고 팀과 서포터가 공동으로 한 경기당 유치 관중수 목표를 정해 '경기장 가기' 운동을 전개했다. 니혼햄은 야구의 혜택을 덜 받는 지역으로 떠나 ‘캐러밴’이라고 하는 길거리 응원을 주도했다. 2군 경기까지 상업화에 성공해 다양한 지역에서 야구를 볼 수 있게끔 했다.

문제는 새로운 팬 유입의 방법. 야구 기준으로 보자면 니혼햄이 유리하다. 역으로, 충성도 높은 팬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콘사도레가 우위다. 두 팀의 인기도와 지역 공헌을 척도로 구분할 수 없지만 각자의 방법이 다르고 시장도 차이가 있다. 삿포로 시내의 한 스포츠 펍을 운영하는 사장이 인상 깊은 말을 남겼다. “니혼햄이 없어진다고 콘사도레 관중이 증가하진 않는다. 콘사도레가 없다고 해도 니혼햄 관중이 늘지 않는다. 결국은 개인 취향이다. 두 팀이 할 일은 취향에 맞는 팬을 끌어들이는 것이지 서로의 팬을 빼앗는 일이 아니다.”



콘사도레, K리그 챌린지에 방향을 제시하다

콘사도레의 모티브는 1935년 창단된 ‘도시바 호리카와 마을 축구부’였다. 이 팀은 전자회사 도시바(TOSHIBA)의 축구팀으로 실업축구에서 주로 활약하다 1995년 콘사도레의 모체가 되면서 팀 해체를 피할 수 없었다. 콘사도레로 탈바꿈하며 도시바는 자금 및 경영에 대해 아예 손을 뗐다. 사실상 시민구단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클럽의 최대 주주는 29.71%를 보유한 ‘콘사도레 삿포로 서포터즈 지주회’다. 또 지역기업들도 주주로 참가해 의사결정권이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지난 2011년 발표에 따르면 콘사도레는 자본 약 100억원, 매출 150억원, 영업이익 10억원, 순이익 3억원 수준으로 비교적 건실한 경영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선수는 올림픽대표팀 출신인 조성현과 골키퍼 이호승이 뛰고 있다. 과거에는 조성환을 비롯해 적지않은 한국 선수가 몸 담은 적이 있어 우리와 친밀한 구단이기도 하다. 공식파트너, 팀 스폰서, 플랜 파트너까지 총 97개의 스폰서와 계약을 맺어 구단 수입에 도움을 받고 있다. 콘사도레의 마스코트는 삿포로 관광청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콘사도레는 경기마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팬들에게도 경기진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CVS 활동으로 불리는 이 행사를 통해 구단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팬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주로 고객 응대, 미디어 접수, 좌석 안내 등 팬들의 참여로 홈경기가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행사는 15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목표 관중수 함께 만들어가기 운동이 눈길을 끈다. 다가오는 7일 열리는 아비스파 후쿠오카와 경기에는 7,777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어 예매 인원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팬들 개개인을 홍보대사로 지정하고 그 팬의 지인까지 끌어들여 콘사도레의 축구를 즐기게 하고 있다.

팬들에게 훈련장을 공개한다. 물론 K리그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나 콘사도레의 경우 훈련장 공개가 하나의 사업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콘사도레 훈련장인 시로이코이비토 축구장은 '콘사도레 콜렉션 하우스'가 자리잡고 있어 구단 역사, 상점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훈련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그럴듯한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곳은 언제나 공개되고 있어 이른바 구단과 팬이 소통하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구단 관련 행사는 물론 자체방송 제작까지 모두 이 곳에서 실시하며 사실상 콘사도레 팬들의 '아지트'가 됐다. 팬들과 소통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팬들에게 주인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K리그 챌린지는 이제 막 태동했다. 팬들과 함께 할 기회를 늘리고 공통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오랜 시간 함께 할 파트너를 얻을 수 있다.



니혼햄, 그들이 팬을 끌어들이는 법

니혼햄은 홋카이도 중심 도시 삿포로에 위치한 삿포로돔을 홈구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1년 내내 삿포로에서만 경기를 하진 않는다. 니혼햄은 관광지로 유명한 오비히로, 아사히카와, 하코다테 등에서 페넌트레이스를 소화한다. 뿐만 아니라 2군경기를 활성화해 더 외진 곳까지 찾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도시당 1년에 3,4번씩 찾아가 홈경기를 치르는 일은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지방으로 뻗어가는 일은 니혼햄 뿐만 아니라 원정팀에게도 부담이 된다. 하지만 니혼햄이 내건 모토는 ‘홋카이도 프라이드’로 그들의 자부심을 의미한다. 이동의 불편함 정도는 충분히 참아내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홋카이도의 대표성은 팀 유니폼에도 나타난다. 니혼햄의 홈 유니폼은 '파이터즈(Fighters)를 가슴에 새기고 있지만 원정경기에서는 '홋카이도 니혼햄(Hokkaido Nipponham)'을 가슴에 새긴다. 그리고 니혼햄 선수들의 야구모자 역시 니혼햄의 'N'이 아니라 홋카이도의 앞 글자를 따서 'H'를 그려넣었다. 시즌 중 일정 기간 특별 유니폼으로 니혼햄을 지우고 홋카이도를 내세우기도 한다. 홋카이도 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그들의 정체성이 잘 표현돼 있는 사례다.

프로야구단의 근본적 목표는 승리를 하고 우승을 해 팬들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니혼햄은 야구도 잘하고 팬에게도 사랑받는 구단을 추구한다. 지역연고 밀착을 위해 홋카이도 출신 인재들을 채용하고 지역문화를 이해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니혼햄만 가지고 있는 마케팅은 ‘캐러밴’이라 불리는 행사다. 야구 영향권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니혼햄이 찾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 행사에서 니혼햄은 대형전광판을 통해 길거리 응원을 유도하고 니혼햄 상품 그리고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작은 마켓도 운영한다. 치어리더 공연, 각종 이벤트 등을 실시해 야구에서 소외된 지역 팬들을 끌어들였다.

니혼햄의 구단 이념은 '스포츠 커뮤니티(Sports Community)’다. 야구로 인해 홋카이도 도민을 하나로 묶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모토 아래 홋카이도 지역 중소 사업자들은 니혼햄을 응원한다는 문구로 작은 후원을 하고 있다. 일개 야구단이 팬클럽, 후원회 등 5개 이상의 응원 단체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이밖에 니혼햄은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에 걸친 스포츠 교실과 농장체험, 환경운동을 통해 도민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갔다. 프로야구단은 야구를 잘하면 된다. 하지만 팬들과 함께하며 잘해야 한다는 것을 니혼햄은 온 몸으로 말하고 있다. 비단 야구 뿐 아니라 타종목에서도 '재밌으니 보러와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왜 우리팀을 응원해야 하는지 설명해서 이해시키고 뇌리에 각인시켜야 한다. 니혼햄이 살아가는 법이다.

서영원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콘사도레와 니혼햄 ⓒ 엑스포츠뉴스 서영원 기자]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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