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강산 기자] "전반기 끝나기 전에는 해야죠."
LG 트윈스 이동현은 3일 잠실구장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9차전서 1⅓ 무실점투로 팀의 9-8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이동현은 팀이 7-8로 추격하던 7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한 점이라도 내준다면 흐름이 완전히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불안할 만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그는 한화 최진행을 4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매 1구에 혼을 실어 던진 결과였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LG 타자들은 7회말 2득점하며 9-8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동현은 "짜릿했다. 1점 차였기에 만루 위기를 벗어나면 역전할 거라 믿었다"며 "막으면 승리한다는 생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야수들도 잘 도와줬다"고 말했다. 믿음으로 똘똘 뭉친 LG의 최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동현은 올 시즌 LG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다. 4일 현재 팀 내 투수 중 가장 많은 35경기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14경기 중 3일 연투만 3차례였다. 김기태 LG 감독은 이동현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믿음이 이동현을 춤추게 했다. 시즌 성적은 5승 무패 1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1.83. 피안타율(.239), 이닝당 출루허용률(1.12)도 나쁘지 않다. 특히 리그 홀드 부문에서 동료 정현욱과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동현은 "승리를 지켜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독님이 믿고 내보내면서 믿어주셨다.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LG는 6월 이후 22경기에서 17승 5패(승률 .773)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다. 4일 휴식 후 첫 경기 패배로 리듬이 끊기는가 싶었지만 이후 다시 3연승이다. 5할 승률 -6에서 +11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5월 19일 KIA전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연패가 없다. 이동현은 이 기간에 총 19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등판한 최근 19경기에서 LG의 성적은 무려 18승 1패에 달한다. '승리의 아이콘'인 셈이다.
이동현에게 '가을야구'의 의미는 남다르다. 데뷔 2년째인 2002년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이후 10년 동안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없었다. 팬들이 아파할 때 그의 마음도 아팠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무려 3차례나 받은 뒤 2009년 기적적으로 마운드에 다시 섰다. 그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마운드에 오른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마운드에 오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든든한 팀 승리조의 일원으로 거듭났다. 어려운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됐다.
LG는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39승 28패를 기록, 리그 선두 삼성에 2경기 차 뒤진 2위가 됐다. 선두 등극에 대한 욕심이 없을 리 없다. 이동현은 "전반기 끝나기 전에는 (1위) 해야죠"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의 말 한 마디에서 '가을야구'는 물론 우승에 대한 간절함마저 느껴졌다. "내가 (위기에서) 막아내면 팀도 이긴다고 생각한다"는 이동현, 이제 LG 불펜의 윤활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의 위력투와 함께 11년만의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LG의 꿈도 영글어가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이동현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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