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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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정수, "'우와한 녀', 막장으로 치부할 순 없죠"

기사입력 2013.06.30 23:12 / 기사수정 2013.06.30 23:29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배우 한정수(40)를 떠올리면 우선 거친 수컷의 내음을 풍기는 짐승남 이미지가 거론된다. 중저음 목소리와 탄탄한 근육질 몸매, 그리고 중후한 인상을 지닌 한정수는 그간 여러 작품에서 마초 역할로 선 굵은 연기를 펼치며 입지를 다져왔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한정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선 한정수는 다부진 체격과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등장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영화 '해바라기'에서 엉뚱한 조직폭력배로 맛깔나게 쏟아낸 육두문자와 드라마 '추노'에서 선보인 절도있는 무술 연기도 순간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입견은 이내 산산조각이 났다. 한정수는 "커피 대신 딸기 스무디 먹고 싶어요. 제 기존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죠? 사람들이 덩치에 안 맞는다고 놀리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최홍만 씨가 키티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거 맞죠?"라며 상남자 속에 가려진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한정수는 현재 케이블채널 tvN '우와한 녀'에서 소장 계급의 군인 최고야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우와한 녀' 제작진은 방영 전부터 '드라마판 SNL 코리아'를 표방하겠다며 막장 요소를 거침없이 다루겠다고 밝혔다. 극 중 최고야는 막장의 대표적 요소인 '불륜'의 중심축 역할이다. 아내 안선영(진보여 역)을 두고 이웃집 여자 오현경(조아라)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며 불륜을 저지른다. 하지만 한정수는 최고야의 관점에서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최고야의 입장에서 불륜은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순수하고 아이의 동심을 지닌 캐릭터이기에 불륜이 아닌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봅니다. 분명 최고야는 진보여 외에 다른 여자를 만나보지 못해서 유혹에 쉽게 넘어간 것이 아닌듯 싶습니다"

"물론 조아라의 입장에서는 다르겠죠. 사랑에 대한 갈증을 해갈해야 하는 시점에서 매력적인 짐승남 최고야는 단연 번뜩이는 존재였고, 삶의 돌파구가 필요했죠. 조아라의 미끼를 최고야가 덥석 물었고 뜻밖에 집착을 보여 조아라는 당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사랑하지 않았고 서로의 필요로 만났을 뿐입니다"

불륜 외에도 '우와한 녀'는 동성애, 공소시효, 뺑소니, 국회의원 아들의 병역면제, 현대인들의 정신적 공허감, 겉과 속이 다른 스타의 삶 등 사회 시사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이에 한정수의 생각을 들어봤다.

"'우와한 녀'는 막장 드라마라고 소문이 났어요. 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풍자하고, 전면에 내세운 시사적인 드라마라는 것에 한 표를 선사하고 싶네요. 한국 사회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비일비재한 문제를 드라마에 배치해 날카롭게 찔렀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막장으로 치부하기에는 곤란한 면이 있죠"



재밌는 드라마 대본과 함께 한정수는 최고야라는 캐릭터에 끌려 드라마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그간 코미디에 욕심을 드러내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어했던 그에게 최고야는 안성맞춤이었다.

"최고야는 장군이지만 웃긴 인물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지한데, 사랑에 우직하며 허당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어, 오히려 웃음을 유발하죠. 잘 소화하면 코믹적인 요소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기자가 '몽당연필'을 조심스레 언급했고 한정수는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지난달 9일 방송된 '우와한 녀'에서 최고야와 조아라는 파격적인 베드신을 보였다. 달아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조아라는 "왜 다리 사이에 몽당연필을 달고 다녀?"라며 깔깔거리며 찬물을 부었다. 한정수는 아직도 이 장면이 무안한 듯 입을 열었다.

 "실제로 제작진이 어리바리한 최고야를 좋아하셨어요. 제가 생각할 때 그렇게 웃긴 건 아니었는데 특히 최고야가 '몽당연필'의 걱정을 안고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장면에 열광하셨어요. 그때 장면이 떠오르는지 지금도 저를 보면 알 수 없는 미소를 띱니다"

최고야 안에 내재해 있던 유머 요소는 마초 이미지가 강한 한정수가 끄집어내 새로운 허당 캐릭터로 탄생했다. 언뜻 보기에 근엄하고 위엄 서려 있을 것만 같던 장군의 이미지는 한정수만의 캐릭터 소화로 극 중에서 한층 부드러워지고 친근해졌다.

"저는 외형상 이미지와 달리 개그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XTM 캠핑 예능프로그램 '아드레날린'에서도 끊임없이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배우로서 당연히 연기에 녹여내고 싶죠. 제가 외형은 산적 같아 보여도 '로맨틱 코미디'에 열망이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한정수는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자신을 털어놨다. 가슴 속에 담긴 이야깃거리를 늘어놓는 도중에 유머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인터뷰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마지막으로 결혼 계획에 물었다.

"적령기가 한참 지났지만 아직 와 닿지 않는 머나먼 얘기네요. 저는 아직 제가 철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언젠가 '이 여자라면 평생을 함께해도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하는 여성분을 만난다면 하고 싶습니다"

질문에 답한 뒤 한정수가 도리어 기자에게 "여자친구 있으세요?"라고 역공했다. 기자가 고개를 푹 숙이자 "앞으로 창창하신데요. 뭐…"라며 희망고문을 선사했다. 내내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던 인터뷰는 '웃긴 남자' 한정수의 예능감으로 훈훈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동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남을 휘두르는 역할에 충실했던 한정수는 이제 타의에 휘둘리며 웃음을 유발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허당 마초' 한정수가 로맨틱 코미디에서 제대로 망가질 날을 그려본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한정수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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