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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 '성격차이'가 이혼 사유가 될까?

기사입력 2013.06.28 13:01 / 기사수정 2014.03.07 18:24

[글] 기자
- '사랑과 전쟁'은 법률 전문가인 박현정 변호사를 통해 연예 뉴스 등을 토대로 가족법 이슈들을 쉽게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박현정] 최근 세계적인 언론재벌인 루퍼드 머독이 세 번째 부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8살이나 어린 부인, 세 번째 이혼, 위자료 액수 등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과연 어떤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머독의 경우 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이나 다른 분야의 유명인들이 이혼을 하는 경우 그 원인을 '성격차이'라고 발표하는 사례가 많다. 오정연 아나운서와 서장훈 선수, 탤런트 이세창씨와 김지연씨도 성격차이를 이혼사유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이혼한 방송인 은지원씨도 같은 이유를 언급했다.

연예인이나 다른 유명인들이야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다 보니 다른 문제가 있어서 이혼을 할 때에도 그냥 성격차이라도 얼버무리고 사람들의 관심이 잦아들기만을 바란다. 좋은 일도 아닌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단순한 성격차이만으로 재판상 이혼은 힘들어

이들 뿐만 아니라 이혼상담을 해오는 사람들 중에서도 도저히 배우자와 살 수 없다며 이혼이 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바람을 피워서도 폭행을 해서도 아니라 '성격이 안 맞아서' 도저히 못살겠다는 얘기다. 

협의이혼이야 어떤 사유가 있건 당사자들이 헤어지자고 합의하면 그만이지만 이혼소송은 다르다. 민법상 규정된 사유에 해당되어야 하며, '기타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려면 단순한 성격차이로는 이혼이 안 된다. 성격차이로 인해서 혼인생활을 지속하기 힘든 정도에 이르러야지 이혼을 판결하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얼마 전 어떤 남자분이 상담을 통해 이혼의사를 밝혔다. 부인과 성격차이로 못살겠다고 이혼소송을 하고 싶다고 했다. 부인이 집안살림을 지저분하게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10년을 살았는데도 그 습관이 고쳐지지 않고 앞으로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소장을 접수하고 변론이 열렸다. 부인은 이혼을 원하지 않으며 살림도 할 만큼 했다고 항변했다. 남편은 입에 거품을 물면서 부인의 '행태'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이 소취하를 해서 끝나긴 했지만 끝까지 갔다고 해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과연 이혼이 됐을지는 의문이다.

성격차이가 직접적인 이혼사유 만들기도

물론 '성격차이'가 모든 문제를 파생시키기도 한다. 성격차이로 말다툼이 발생하고 그러다 보니 참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성격차이로 배우자가 싫어져 외도를 하다가 이혼에 이르기도 한다. 이럴 경우엔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이라기 보다는 폭행 및 외도가 직접적인 원인이 셈이다. 즉 정말로 순수하게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소송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성격차이 이혼 점점 늘어나는 추세

하지만 성격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하고자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얼마 전 연령별 이혼사유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20~30대 응답자 중 40%가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했다고 답해 이혼사유 중 1위를 차지했다. 40~50대의 21%만에 비하면 그 비율이 거의 두 배에 달했다. 그 만큼 젊은 사람들이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는 점점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성격차이로 폭행이나 외도 등 직접적인 이혼사유가 생긴 경우라면 어쩔 수 없다. 이혼소송을 통해서라도 갈라서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단순한 성격차이라면 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소한 말다툼이나 갈등이 서로에 대한 대화와 배려의 부족으로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정말 저 사람과는 안 맞는구나"라며 성격차이를 기정사실화 시키고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대화와 배려로 서로의 차이부터 인정을 

누구보다 뜨거운 연애기간을 보냈다. 어떠한 작은 흠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좋았고 좋아 보였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신기하리만큼 선명하게 그 흠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점점 커져 간다. 급기야 그 흠은 하늘을 가릴 만큼 커지고 도저히 메울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결심한다. "성격차이로 도저히 안되겠어"

30년 이상을 남남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맞지 않는 게 너무도 당연하지 않은가? 정말 성격차이라면, 그것 때문에 못살겠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라. 과연 그 차이를 얼마나 인정해왔는지를, 또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글] 김남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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