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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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의 프로존] '테러 위험국' 레바논이 품은 아름다운 속살

기사입력 2013.06.03 12:39 / 기사수정 2013.11.10 14:56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베이루트(레바논), 조용운 기자]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여유와 유흥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삶은 한국이나 레바논이나 매한가지다.

레바논 원정 취재가 확정된 이후 측근들이 기자에게 건넨 말은 언제나 같았다. '몸조심하라, 살아 돌아오라(?)' 등 신변 걱정이 줄을 이었다.

국내 뉴스를 통해 바라본 레바논은 피하고 싶은, 피해야만 하는 국가였다. 총탄이 박힌 건물과 어딘가 모르게 어두운 분위기,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무표정한 얼굴로 근무를 서는 곳이 한국에서 바라본 레바논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를 거쳐 총 19시간을 날아 베이루트에 발을 내딛기가 무섭게 군인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순간 머릿속은 '아! 진짜 위험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지배했다. 비행기에서 보낸 지난 19시간 동안 레바논이 시리아의 반군으로부터 미사일 2기를 맞은 것을 알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 소식까지 알았다면 지금의 레바논을 느끼지 못했을 테니.

공항에서 시가지까지 들어가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레바논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전쟁과 내전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건물들이 눈에 스쳐 갔고 이틀 뒤 찾을 카밀레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 주변은 벌써 장갑차와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 계속해서 힘만 주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자가 묵은 함라 지역은 한국으로 말하면 명동 혹은 가로수길과 같은 곳이다. 해가 지면 거리는 젊은 남녀로 뒤덮인다. 자동차 경적 소리와 젊은이들의 웃음소리, 휘황찬란한 불빛들은 한국을 빼다 박은 듯했다.


▲한적한 주말, 무더위를 식히는 레바논의 현지 분위기. 베이루트 시내 거리에는 무장한 군인과 장갑차가 삼엄한 경계태세를 보이지만 레바논의 대표 휴양지 라오쉬(Raouche) 비둘기 바위에는 보트를 타고 주말을 즐기는 레바논인들이 많았다. 

한낮에는 지중해 연안의 바닷가에 사람들이 몰리고 밤에는 그들이 자랑하는 맥주, 와인을 곁들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 전쟁과 테러의 위협으로 가득한 레바논이 맞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위험성에 대해 물으면 레바논 현지인과 교민들의 대답은 항상 같다. "그러한 모습은 레바논의 일상이나 다름없다"는 것. 어쩌면 휴전국인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가장 이상적인 대답이 아닐까 싶다. 외국이 바라보는 한국, 북한의 위협에 전쟁위험이 도사리는 지역이겠지만 자국민인 우리는 얼마나 평화롭게 살아가지 않는가. 레바논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도 아직 긴장의 끈을 놓거나 안심할 수는 없다. 테러를 예고한 날과 장소는 바로 한국과 레바논의 경기 당일 그리고 그 경기장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안전담당관을 급히 레바논에 파견시킬 만큼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금처럼 몸 건강히, 좋은 기억만 가지고 레바논을 떠나길 바랄 뿐이다. 한국의 승리와 함께.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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