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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논어와 스포츠] '베른의 기적' 한켠의 반성과 성찰

기사입력 2013.05.21 12:24 / 기사수정 2013.05.24 22:35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원재 칼럼니스트] 1954년 스위스 월드컵. 헝가리는 절대강자였다. 3년간 국제대회 성적 32전 무패. 52년 헬싱키 올림픽 금메달. 53년 웸블리에서 잉글랜드를 6-3으로 격파. 영국 축구 100년사의 첫 홈경기 패배. 54년 5월 설욕전에 나선 잉글랜드를 부다페스트 홈으로 불러들여 7-1로 유린. 월드컵 본선 첫경기 대 한국 전 9-0승리(33전 무패), 2차전 대 서독 전 8-3승리. 8강전에서 브라질을, 준결승에서 우루과이를 각각 4-2로 꺾고 결승에 올랐을 때 헝가리의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7월 4일 베른의 왕크도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 전반 8분 만에 헝가리가 두 골을 넣고 2-0으로 앞서 나갈 때까지만 해도. 서독은 18분, 27분의 연타로 2-2를 만들었고 종료 6분을 남기고 기어이 역전골을 터뜨리며 대어를 낚는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헝가리는 골포스트와 크로스바를 한 차례씩 두드렸고 종료 직전 푸스카스가 기록한 골은 골처럼 보였지만 오프사이드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것이 저 유명한,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른의 기적’이다.

60년 쯤 세월이 흘러, 80줄에 들어선 노인의 인터뷰를 보다 그만 울고 말았다. 헝거리의 골키퍼 그로시츠. 결승전 이후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꿈을 꾼다. 결승골을 허용하는 장면이다. 꿈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오른손을 조금만 아래로 뻗어볼까, 다이빙을 하기 전에 한걸음을 먼저 전진하면 어떨까. 팔이 아니라 오른발로 막았다면 어땠을까. 공은 여전히 네트를 출렁이고 우리가 졌다는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매일 밤마다. 이제는 수만 번의 골을 허용하고, 늘 땀에 흠뻑 젖어서 잠에서 깬다.

스포츠 경기에서 한 번 지나가버린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변명과 핑계를 댄다고 해서 진 경기가 이긴 경기로 바뀌는 법은 없다. 문제는, 경기 이후의 반성과 성찰이다. 경기에 진 것은 잘못이 아니다. 실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수를 저지른 것이 문제가 아니다. 경기에 지고도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잘못이다.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반성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자기 성찰을 거듭해야 새 날이 열린다. 하늘이 주신 자기혁신의 기회를 외면하거나 걷어차는 것은 스스로를 나락으로 밀어넣는 일에 다름 아니다.


君子 求諸己 小人 求諸人 (군자 구저기 소인 구저인 衛靈公 15/21)

해석: 군자는 모든 책임의 소재를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


君子懷刑 小人懷惠 (군자회형 소인회혜 里仁 4/11)

해석: 군자는 엄히 정죄(定罪)될 것을 마음에 두고, 소인은 적당히 양해(諒解)될 것을 마음에 둔다.


저술가 이수태 선생에 따르면, ‘회형’은 높은 곳에 삶의 기준을 두고 스스로의 허물과 잘못, 미달을 자책하는 엄한 마음이다. 자신의 잘못을 보아 속으로 스스로와 쟁송한다(見其過而內自訟 5/27)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반대로 ‘회혜’는 잘못과 미달이 있더라도 삶의 기준을 제멋대로 낮추거나 왜곡하여 그것을 합리화, 정당화시키는 왜소한 마음이다.

자기 잘못을 합리화, 정당화하는 것은 군자의 길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해야 반성이 가능하고 반성을 제대로 해야 성찰이 가능하며 성찰을 거듭한 연후에야 자기발전이 가능하다.이 평범하고도 무서운 진리 앞에 운동선수나 공직자라고 어떤 예외가 없을 터이다.



장원재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 ⓒ 영화 '베른의 기적' 캡처 화면]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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