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2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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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컵 논평 - 디펜딩 챔피언들의 딜레마 2.

기사입력 2007.10.09 18:49 / 기사수정 2007.10.09 18:4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좌우 거포에 의존하던 흥국생명

더 이상 김연경과 황연주(사진), 그리고 구기란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 장기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새로운 리빌딩을 해야 할 시점이 바로 흥국생명의 현주소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필요로 한 것은 결코 과정이 아니다. 성적표를 보고 결과로 따지는 것이 냉혹한 프로의 세계이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승리를 위해 장기적인 포석을 등한시한다면 과연 팀에게 긍정적인 미래가 있을까? 현재 천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빠진 딜레마는 바로 이것이다.

2006'~2007' 시즌 종료 후, 무릎 수술 이후 재활 치료 중인 한국 여자배구의 대들보 김연경과 황연주는 모두 어린 선수들이다. 그러나 김연경의 경우 만 20세도 안된 나이에 배구 선수에겐 치명적인 무릎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다. 그리고 흥국생명의 유일한 라이트 공격수이자 국가대표팀의 오른쪽 날개로 지속적으로 출전한 황연주 역시 수술대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플레이로 여자배구 인기구단으로 군림하며 2연패를 달성한 흥국생명. 그러나 그들의 경기력을 꼼꼼히 살펴보면 내실 있고 창의적인 배구를 했다고 평하기엔 여러모로 미흡해 보인다.

공·수 모두 뛰어난 기량을 갖춘 김연경의 플레이에 의존하는 경향이 너무도 극심했다. 또한, 주전과 벤치 멤버들(특히 좌우 공격수) 간의 현저한 실력 차로 인해 나타난 주전 선수들의 혹사가 흥국생명에겐 치명적인 결과로 다가왔다.

특정 선수가 시즌 내내 지속적으로 한 팀에서 공격 점유율을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차지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배구가 아니다. 걸출한 선수 한, 두 명을 앞세워 승리를 했다고 쳐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팀에 독이 된다.

지난 V-리그에서 보여 준 흥국생명의 플레이는 베테랑 리베로 구기란의 안정적인 리시브를 바탕으로 그리 녹록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기지를 발휘한 세터 이영주의 토스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토스를 강력한 양 날개인 김연경과 황연주, 2006'~2007' 시즌 한국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외국인 레프트 케이티 윌킨스(현 미국 여자배구 국가대표)가 뜨는 족족 강타로 연결하며 타 팀을 압도, 시즌 내내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KOVO컵에 참가한 멤버들을 살펴보면 위에서 언급한 선수는 한 명도 주전으로 뛰지 않았다. 세터 이영주의 은퇴와 윌킨스의 귀국을 고려해도 그 누수는 컸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공수한 신입 외국인선수 마리 헬렘은 신장 면에서나 파괴력 면에서나 지난 시즌의 윌킨스와 비교하면 어딘지 부족하게 느껴진다.

결국, 지난 시즌의 주전들을 제외하면 흥국생명의 고유한 색깔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는 분명, 흥국생명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구기란으로부터 이어지는 안정적인 리시브를 바탕으로 두 걸출한 양쪽 날개와 외국인선수에게 의존하는 단조로운 플레이로는 이제 더 이상 우승을 부를 수 없다.

현 시점에서 KOVO컵을 돌아봤을 때, 흥국생명은 '디펜딩 챔피언' 타이틀 방어만이 아닌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야 하는 길에 들어서야 한다. 더 이상 김연경과 황연주에 의존해 활로를 찾는 팀이 아닌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팀으로 거듭나는 것이 흥국생명에 닥친 가장 큰 숙제다.

다가오는 2007'~2008' V-리그에서 3연패를 달성하는 것도 흥국생명에겐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값어치 있는 것은 팀 자체가 새로운 분위기와 조직력을 토대로 발전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김연경의 입단 이후 2년간 특정 공격수에 의존했던 답습은 이제 멈추고 팀 전체가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플레이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이란 수식어에는 명예가 따른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현재 진행형이 아닌 과거형일 뿐이다. 배구의 메카 천안을 주름잡는 동시에 많은 남성팬의 사랑을 받고 있는 흥국생명이 앞으로 어떤 노선을 걸어갈지는 지켜볼만 할 관심사다.

<사진=소속팀과 대표팀을 종횡무진 하던 황연주는 결국 지난 5월 무릎수술로 재활 중에 있다. 한국배구연맹>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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