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최근 신곡 '젠틀맨'을 발표한 가수 싸이와 새 앨범으로 컴백한 조용필은 단연 핫이슈였다. 두 가수의 소식은 TV와 온라인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반면 다른 한 명의 가수는 이들의 뉴스에 묻혀 지난 14일 조용히 대한민국을 떠나 원대한 포부를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잠시만 '안녕'이지만 그 동안 이 가수가 걸어왔던 자취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싸이와 조용필의 노래에 열광하는 사이,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우리 국민을 울분에 떨게 하는 행태가 '또 다시' 벌어졌다. 지난 20~21일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각료 3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데 이어, 26일엔 일본 국회의원 168명도 참배를 강행한 것이다. 더욱이 아베 총리는 이들의 행동을 두둔하며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기까지 했다.
국제 사회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심지어 일본 내부에서도 양심적인 이들로부터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잊을만하면 도지는 '도발' 탓에 한일 양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일본 사이에 역사인식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 우익세력의 망동과 망언을 접하면서 김장훈을 떠올렸다. '독도 지킴이'로 활약했던 지난 시간들을 회상해보면 더욱 그렇다. 김장훈은 본업인 가수 외에도 '기부 천사'의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다. 소외된 이들을 향해 손을 뻗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선행 연예인'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리잡았다.
그는 또한 방송보다 공연에 집중하며 역사 문제를 건드리기도 했다. 공연 기획에 관심이 많았던 김장훈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을 알리려는 의도로 자신의 콘서트에 '살수대첩', '부국강병설' 등 애국주의 아이템을 접목하며 대중의 의식을 깨우치기도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 왜곡을 비난하는 공연 포스터를 제작했고 '고(故) 이즈미를 생각해본다', '고이자미 드소서' 등의 공연을 개최했다.
김장훈은 2007년 7월 사이버 외교활동 단체 '반크'에 CF모델료 1억을 전액 기부하면서 독도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이후 반크의 홍보대사에 위촉됐고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씨와 손잡고 미국 3대 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본해 표기가 틀렸음을 지적하는 전면광고를 잇따라 실었다. 2010년 1월에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실리는 독도 광고를 전액 후원했다. 이 일로 일본 극우파로부터 협박메일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열린 '김장훈의 독도 사진 독립운동'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휴대전화 바탕화면을 독도로 지정한 모습을 공개했다. 자신의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바탕화면을 독도 사진으로 변경하는 소소한 실천 방안을 제시하며 국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독도 이외에도 위안부 문제를 꼬집으며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하이킥'을 날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김장훈이 날선 비판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일본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화합과 상생을 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반일 가수가 아닌 일본의 죄만 미워하는 이성적인 비판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의 동북공정 추진,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기피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역사 과목은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런 풍조에서 김장훈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연예인이 아닐 수 없다. 그는 평소 우리 국민의 심정을 대변하는 시원시원한 발언으로 '쾌변'의 느낌을 선사했고, 공연에 역사 문제를 접목하면서 잠자는 우리의 인식을 깨우치고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어찌보면 그의 행위 하나하나는 매우 외로운 길을 가는 것이기도 했다.
김장훈은 지난 2003년 미국 유학을 떠났지만 공황장애를 안고 돌아왔다. 이제 다시 해외 활동을 시작한 그가 3년 후에 그토록 사랑하는 대한민국 땅을 밟을 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새삼 궁금해진다. 더욱 건강하고 원숙한 모습으로 복귀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하여 '역사를 노래하는 음유시인 김장훈' 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바람아 불어라, 못다한 얘기들, (그녈 만난다면) 대신 전해주겠니." 김장훈의 노래 '난 남자다'의 가사 중 일부다. 바람에 전해지는 그의 얘기들이 언제나처럼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김장훈 ⓒ 엑스포츠뉴스 DB, 김장훈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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