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김유진 기자] 투수 류현진에 대한 기대치가 커졌다. 타자 류현진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주루 자세와 관련해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했고 야수 실책 얘기가 불거지자 되려 덕을 봤다고 했다. 대체로 긍정적이던 국내 반응과, 인터뷰룸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류현진의 모습은 묘하게도 이질적이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3년 4월 3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AM 11:10 류현진 투구 분석
류현진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내줬지만 5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무사사구 3실점(1자책)으로 선방했다. 데뷔전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것이다. 류현진의 투구수 80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55개였다. 비율로 환산하면 68.8%에 이른다. 7회 1사 2, 3루 위기에서 로날드 벨리사리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후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지만 비자책으로 기록됐다. 다저스는 이날 0-3으로 패했다.
MLB.COM의 '게임데이'에 따르면 류현진은 최고 구속 92마일(약 148km) 직구(50개)에 체인지업(25개), 커브(5개)를 적절히 섞어 던졌다. 전체적으로 직구와 체인지업을 2대1의 비율로 섞었고, 간간히 커브를 곁들였다. 시범경기에서 간간히 사용한 슬라이더는 한 개도 던지지 않았다. 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사용한 결정구는 직구와 체인지업이었다. 2회 브랜든 크로포드, 3회 범가너, 6회 헌터 펜스를 삼진 처리한 결정구는 직구였다. 4회 안드레스 토레스와 6회 버스터 포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4회 실점 과정은 아쉬웠다. 류현진은 1사 후 포지와 펜스에게 연속 안타를 내준 뒤 호아킨 아리아스에게 적시타를 맞고 빅리그 데뷔 후 첫 실점을 허용했다. 직구(포지, 아리아스)와 커브(펜스) 모두 높게 형성됐다. 높은 코스에 제구된 공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통해 10피안타를 허용하고도 병살타 3개를 유도하는 등 1실점만 허용한 위기관리 능력, 지난 시즌 MVP와 타격왕을 거머쥔 포지를 비교적 잘 막아냈다는 점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3일 경기를 마친 류현진의 시즌 성적은 1패 평균자책점 1.4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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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02:00 류현진에게 쏟아진 야유, 비판
샌프란시스코전이 끝난 직후에는 데뷔전을 치른 류현진의 투구 내용과는 별도로 현지 언론의 따끔한 지적이 있었다. '투수' 류현진이 아닌 '타자' 류현진의 자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6회말 두 번째 타석 때 류현진이 3루 쪽 느린 땅볼을 친 뒤 1루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다저스 홈팬들의 야유가 있었고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현지 언론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평생 소원이던 빅리그 데뷔전을 무난하게 소화했으나 홀가분할 수는 없었다. 류현진은 의기소침해 있었고 인터뷰룸에서 유난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류현진의 해명에 진정성이 묻어났다. 불성실한 주루 자세를 탓하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서 뛰었어야 했는데 투구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체력 안배 차원에서 천천히 뛰었다. 무조건 내 잘못"이라며 깊은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7회 실점 장면과 관련해 야수 실책 얘기가 불거지자 "오늘 투구를 하면서 야수의 도움을 받은 적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투수 류현진에 대한 현지 평가가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압박과 흥분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빅리그 데뷔전이었다. 6회 야유가 있긴 했으나 7회 마운드를 내려올 때는 기립박수로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환영했다.
◆ PM 04:00 류현진을 향한 솔직한 현지 평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 대한 현지 언론들의 평가가 줄을 이었다. 먼저 'LA 타임스'는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은 존재감이 큰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날 데뷔전을 통해 꾸준한 투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라며 "가장 불확실해 보였던 류현진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면, 그 다음으로 불확실해 보였던 저스틴 셀레스의 실책은 결국 승부를 갈랐다"고 평했다. 스포츠전문채널 'ESPN'도 "7회 다저스의 위기 상황에서 매팅리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갔다 내려오자, 류현진이 땅볼을 만들어내며 이에 화답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FOX스포츠'의 평가는 보다 구체적이다. 이 매체는 같은 날 '퍼펙트 게임'을 아쉽게 놓친 다르빗슈 유와 류현진을 비교한 칼럼을 통해 눈길을 모았다. 'FOX스포츠'는 "다르빗슈는 지난해 데뷔전에서 5⅔이닝 동안 5실점 볼넷 4개를 허용했다. 류현진은 단 하나의 볼넷도 없었다"라며 "류현진과 다르빗슈는 다른 유형의 투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매한가지"라며 류현진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류현진의 데뷔전 상대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샌프란시스코였다. 류현진에게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배짱"이라고 덧붙였다.
◆ PM 06:00 류현진을 향한 조언과 격려
3일 오후 대전구장서 열린 한화 이글스-KIA 타이거즈전에서도 류현진은 단연 화제였다. 한국의 대표투수 류현진을 워낙 잘 알고 있는 선배들이기에 그들의 따듯한 조언과 격려가 뒤를 이었다. '극도로 긴장했다'고 했고 '그래도 잘 했다'고 했다. 류현진은 8일 오전 5시 10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승에 재도전한다.
선동열(KIA 감독, 전 日 주니치 드래건스)
"현진이답지 않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도 잘 던졌다. 마음이 앞서다 보니 힘이 들어가서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 한국 대표라는 부담을 버려야 한다.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로테이션 적응이 관건이다. 야구 선배로서 인터뷰 때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했으면 좋겠다."
박찬호(메이저리그 통산 124승, 2012 한화)
"안타 10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잘 던졌다. 데뷔전 패배가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다. 내 경우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선 다리에 느낌이 아예 없었다. 소통 가능한 친구를 만들면 적응이 빠를 것이다.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친해지면 된다. (류)현진이가 성격이 좋으니 잘 할 것이다."
송진우(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잘 던졌다. 구속이 1~2마일 정도만 더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표정에서 긴장한 것이 보였다. 투수는 긴장감이 조금은 있어야 더 잘할 수 있다. 오늘 바깥쪽 승부구가 많았는데 큰 것 한 방을 맞지 않으려고 한 것 같다."
서재응(KIA 투수, 2006 LA 다저스)
"잘 던졌다. 미국에서 10안타 이상 맞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류)현진이도 오늘 경기로 느낀 점이 많을 것이다. 현지 언론이나 선수들은 신인으로 보고 있다. 타격 후 열심히 뛰는 모습도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이라 긴장도 했겠지만 흥분도 했을 것이다.
양상문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WBC 대표팀 투수코치)
"확실히 긴장했다. 여유가 없고 몸쪽 공략이 아쉬웠다. 스트라이크 존도 좁았다. 각도가 아쉬웠고, 긴장해서인지 평소보다 구위가 좋지 않았다. 커브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직구도 살아나야 한다. 일단 무너지지 않고 6⅓이닝을 막아낸 것 자체가 훌륭하고 대견하다."
[글] 강산, 김유진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LA다저스 트위터, 엑스포츠뉴스DB]
▶ 주말판 '엑스포츠뉴스+' 3호 발행…LA 다저스 류현진 조명
엑스포츠뉴스의 주말판 매거진 '엑스포츠뉴스+(PLUS)' 3호가 발행됐습니다.
6일 발행된 '엑스포츠뉴스+(PLUS)' 3호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LA 다저스의 류현진을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류현진 투구 분석과 현지 매체들의 객관적 평가를 소개합니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국내 야구인들의 전망도 곁들였습니다.
이밖에 문상열(LA라디오서울 해설위원, 전 스포츠서울 특파원) 칼럼니스트가 전하는 로스엔젤레스 현지 소식과 장원재(평창동계올림픽 자문위원) 칼럼니스트가 소개하는 '논어와 스포츠' 코너가 독자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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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산, 김유진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