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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연애의 온도', 달콤하기만 한 건 사랑이 아니야

기사입력 2013.04.01 07:17 / 기사수정 2013.04.01 10:4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남녀 간의 사랑만큼 달콤하면서도 환타지를 자극하는 것이 있을까.

지난해 많은 관객들은 '건축학 개론'과 '늑대 소년'이 보여준 '첫 사랑의 달콤함'에 열광했다. 대중의 연애에 대한 환상은 TV드라마에서 정점을 이룬다. 특히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평범한 소녀가 남부러울 것이 없이 자란 재벌 2세의 도움으로 꿈을 이룬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사랑이 가진 '환타지' 성을 가장 극대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환타지는 어디까지나 '대리 만족'일 뿐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진짜 연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연인들의 모습은 매우 다정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그들이 함께 나누는 오만가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너없이는 못 살아'하는 것처럼 기쁨에 들떠있다가도 순식간에 언성을 높이고 다툼을 하는 상황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노덕 감독의 영화 '연애의 온도'는 거리를 지나가는 흔한 연인들 중 한 커플을 선정해 다큐멘터리를 찍은 작품처럼 보인다. 다양한 물감을 써서 그린 '수채화'라기 보다는 연필만 사용한 '소묘'에 가까운 영화다. '거품'을 쏙 뺀 현실적인 연애담은 '설렘'과 '풋풋함' 그리고 동화적인 이벤트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서로 다정하게 지내다가 이런저런 일로 다투고 다시 만나는 일만 반복될 뿐이다.

'연애의 온도'는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와 수채화처럼 예쁜 영상을 버렸다. 대신 연애를 하고 있지만 '극과 극'처럼 다른 남녀의 차이점이 들어가 있다. 거친 욕까지 내뱉는 남녀 간의 다툼도 포함돼 있다. '신파극'처럼 끝나는 이별이야기도 '연애의 온도'와는 거리가 멀다. 담담하게 이별을 한 뒤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평소에 나누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달콤하기만 하면 사랑이 아니야, 쌉쌀한 맛도 있어야 사랑이지

동희(이민기 분)와 영(김민희 분)은 같은 은행에서 일하는 '사내 커플'이다. 이들은 3년 동안 동료 직원들의 눈길을 피해 은밀하게 연애를 해왔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애정 전선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결국 직원 회식이 있던 날 호되게 다툰 뒤 결별한다.

동희와 영은 서로 '쿨'하게 헤어지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돌아선다. 그러나 어찌 한동안 사랑을 나눈 연인들의 마음이 한 순간에 돌아설 수 있을까. 입에 담지 못할 험한 욕을 하며 헤어진 두 남녀는 직장에서는 서로에게 매우 차갑게 대한다. 하지만 이들의 머릿속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페이스북을 매일 확인한다. 영은 동희의 페이스 북 비밀번호를 끈질기게 생각해내다가 마침내 알아낸다. 동희가 현재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자신과 연애하던 시절에 찍었던 사진을 아직도 페이스북에 간직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러던 중 동희가 20대 초반의 여대생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장면도 목격한다.



동희도 타 지점의 상사가 영에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을 눈치 챈다. 이들의 관계에 대해 "서로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겉으로는 쿨하게 말하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억제하지 못한다. 결국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조금씩 재결합을 위해 다가선다.

이들이 다시 이루어지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다. 로맨틱한 편지나 이벤트, 혹은 제 삼자의 극적인 도움으로 다시 사랑이 싹트는 경우는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다. 그저 서로를 향한 관심에 조금씩 다가설 뿐이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헤어진 이들은 대화를 나누면서 예전처럼 속마음도 조금씩 공유한다. 동희는 여대생과의 새로운 연애를 통해 영을 잊으려고 했지만 결과는 실패한다. 영도 타 지점 상사가 자신에게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 다시 동희를 향해 다가선다.

점점 마음을 열어간 두 남녀는 서로 나누는 '대화'가 늘어난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마음이 아직 변치 않았다는 점을 확인한다. 또한 다시 시작해도 큰 후회가 없을 것에 동의한다. 동희와 영의 재결합은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이들은 마침내 화해의 입맞춤을 나눈다.

동희와 영은 또 다시 달달한 연애를 나누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이들은 이별에 대해 다시 고민한다. 상대방에 대해 배려 심을 가지려고 하지만 실제로 사랑에 빠지면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다. 그리고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상대방의 치명적인 결점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쉽지 않듯 '연애의 온도'는 사랑이 얼마나 어렵고 아픈 것인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영은 두 번째 이별을 결심했을 때 첫 이별 때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녀는 "우리의 연애는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고 대단한 것도 없었지만 진짜 연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라고 읊조린다.

멕시코의 소설가 라우라 에스키벨은 자신의 작품(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통해 '인생은 달콤하고 쌉싸름한 초콜릿 같다'고 정의했다. 이처럼 '연애의 온도'는 달콤하기만 하면 사랑이 될 수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현실성 높이기 인터뷰 도입, '대리 만족' 대신 '공감' 얻었다.


노덕 감독은 "현실성을 강조한 영화를 만들자는 점 때문에 영화 곳곳에 인터뷰를 삽입했다"고 말했다. '연애의 온도'는 동희와 영의 인터뷰 장면이 극영화와 함께 진행된다. 이들은 영화를 찍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 같이 느껴진다.

또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래서 안정되고 화사한 영상이 아닌 거칠게 움직이는 화면이 얻어졌다. 이런 시도 덕분에 영화는 '가공된 연애담'이 아닌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연애'로 완성됐다.

'연애의 온도'는 사랑을 환타지로 포장해 '대리 만족'을 주는 방법을 피했다. 파릇파릇한 분홍색 방울들을 지운 연애담은 '대리 만족' 대신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지난달 21일 개봉된 이 영화는 열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연애의 온도 스틸컷]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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