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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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삼매경] KT, 한국의 라쿠텐이 돼 주세요

기사입력 2007.12.28 02:38 / 기사수정 2007.12.28 02:38

장강훈 기자

[엑스포츠뉴스 = 장강훈 기자] 새해를 몇일 앞두고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던 현대유니콘스가 재창단 형태로 내년에도 야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KT의 한 고위 관계자가 “(참여)한다고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밝힌 것을 보면 현재 기류 상 농협이나 STX 때보다는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내년에도 8개 구단이 자웅을 겨룰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지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있던 현대유니콘스 구단 선수 및 프론트를 그대로 인수하는 형태라니, 더더욱 반가운 소식입니다. 누구보다 마음 졸였을 현대유니콘스 관계자들은 누구보다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테지요.

KT의 프로야구 참여를 놓고 이견이 많습니다. 헐값에 매각이 됐다는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헐값이든 비싼 값이든 프로야구에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는데 야구인들은 의견을 같이 합니다. 여기에도 전제는 있습니다. 모 구단의 한 관계자는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혹자는 “매년 수백억의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룹의 홍보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될 수 없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단의 현실”이라며 “홍보효과 마저도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성과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단의 위치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모기업의 홍보를 위한 독립 아닌 독립 법인인 셈이지요.

눈을 돌려 일본 프로야구만 해도 프로야구단은 엄연한 하나의 기업입니다. 2005년 창단한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경우 해마다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단 매출은 창단 이후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의 이승엽은 “관중 3만 명도 들어오지 않고, 작은 도시를 연고로 하는 라쿠텐이 흑자를 내는지 궁금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야구 관계자들에게 “라쿠텐의 경기를 많이보고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해답은 라쿠텐의 마티 키너트 단장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키너트 단장은 “창단 때부터 이 팀을 사업체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팬과 가까워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창단 첫해 2억엔의 흑자를 내 효과를 거뒀다”고 회고했습니다.

홈구장의 이름을 인터넷 회사인 풀캐스트에 3년간 6억 엔을 받고 팔고, 인터넷 중계방송의 유료화나 토속음식 판매코너 운영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두산베어스가 입장료와 매점 판매 수익을 합쳐 30억 원을 벌어들인 것이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는 것은 양국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구장의 운영권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국내 구단들이 할 수 있는 마케팅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이 역시 지자체와 구단이 상호 윈-윈 작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자칫 ‘자기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 이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선뜻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 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KBO가 독점하는 방송 중계권료도 해결돼야 할 과제입니다. 홈페이지가 활성화 된 일부 구단의 경우, 인터넷 중계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어도 중복투자라는 모그룹의 인식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인터넷이나 위성 DMB, IPTV 등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시즌 한국프로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KT는 이점에서 분명 비교우위에 있습니다. IPTV나 휴대전화, 초고속 인터넷 등의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장의 네이밍 판매 역시 서울시와 충분히 협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될 목동야구장이 서울시의 지원으로 현재 리모델링 중에 있기 때문에 공사비를 부담하고, 구장을 임대해 사용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한국 프로야구판에 싼값에 진출했다는 따가운 눈총을 과감한 마케팅으로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로 떠올랐다는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꿔주길 기대합니다. 당장의 성적보다 팬들이 찾아갈 수 있는 프로야구단이 돼 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제9, 제10의 프로야구단이 창단되고, 모든 야구인들의 염원인 ‘인프라 확충’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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