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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프리즘] 23. 인디애나 페이서스

기사입력 2007.11.29 01:44 / 기사수정 2007.11.29 01:44

박수열 기자



ABA의 왕자

1967년 팀이 창단되었지만, NBA가 아닌 ABA 소속으로 창단을 했다. 그러나 NBA에 ABA가 합병되면서 1976년에 NBA에 입성했다. 팀명 '페이서스(Pacers)'는 인디애나州의 유명한 자동차 경주 '인디애나폴리스 500마일 레이스'의 유도 차량인 Pace car에서 따왔고, 로고는 경주차의 스피드를 나타내고 있다. 여태 NBA 우승은 못했지만 1999/00시즌에 처음으로 파이널에 올랐다.

그러나 사실 페이서스는 ABA시절엔 리그 최강팀이었다. 1969/70시즌을 비롯한 3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인디애나는 '불독' 멜 다니얼스-로저 브라운-조지 맥기니스의 강력한 프론트라인을 앞세워 ABA를 주름잡았다. 하지만, 1976년 ABA가 NBA로 합병되면서 당시 재정이 부족했던 페이서스는 리그 참가비용 320만 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TV 중계권을 4년간 포기해야 했고, 드래프트 픽을 재정을 메우기 위해 팔아야 했다. 당연히 인디애나는 NBA가입 이후 한참 동안이나 하위권에서 머물러야 했다.

밀러 타임

페이서스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1번으로 레지 밀러를 지명한 이후부터다. 사실, 이 당시 페이서스의 픽 행사는 여기저기서 비판과 냉소를 받았다. "깡마른 체격에 운동능력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선수를 뽑았다"며 비난을 했고 혹은 "그의 누나의 후광이 아니냐"*라는 등 그의 가치를 여기저기서 깎아내렸다.

그러나 사실 날 때부터 다리 기형이 있어 어린 시절 대부분을 다리 체형 보호기구와 함께했던 밀러는 악착같은 훈련 끝에 정상적인 다리를 회복한 집념의 사나이. 그는 부족한 자신의 운동능력과 개인돌파력을 장기인 외곽슛과 특유의 집념, 승부근성으로 메우며 서서히 지역 팬들 사이에 자리 잡았고, 드디어 인디애나를 1990년대 강팀으로 이끌었다.

25,279점 NBA 통산 득점 13위, 2560개 통산 3점슛 성공 1위, 1389게임 출장 통산 5위. 그러나 우리가 아는 레지 밀러는 그러한 숫자로 기억되지 않는다. 통산 평균득점이 20점이 안 되는 선수이지만, 그의 클러치슛은 역대 최고라 할 수 있다. 4쿼터에서 그의 능력은 가히 마이클 조던과도 같은 위력. 그의 최고 명장면은 아무래도 숙적 뉴욕 닉스와의 혈전 중 "MSG의 기적, 밀러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1994/95시즌,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동부 세미파이널 1차전에서, 밀러는 경기 종료 8.9초를 남겨두고 8득점하며 107-105로 뉴욕을 패배시켰다. 그 8득점은 두 개의 3점슛, 한 번의 스틸, 한 번의 리바운드, 두 개의 자유투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의 손끝을 따라 움직이던 2만 명에 가까운 뉴욕팬들의 눈동자들.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좌절하던 스파이크 리(영화감독, 닉스 광팬). 언제나 설전을 벌이던 그에게 다가가 신랄하게 비웃어대던 레지. 버저소리와 함께 침묵에 빠지던 MSG.

주 1. 그의 큰 누나 셰릴 밀러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여자농구 선수다. NBA 중계를 보다 보면 인심 좋고 푸근하게 생긴 흑인여성이 리포터로 선수와 하프타임 때 이야길 나누는 걸 봤을 것이다. 바로 그녀다. 전미 대학농구 최우수선수상을 3회 받은 '유이한' 선수.

레지 밀러는 고교 시절까지 단 한 번도 1 on 1로 누나를 이기지 못했다 하는데, 처음으로 누나를 1 on 1로 이긴 그때가 자신의 농구 인생에서 가장 값진 날이었다 한다. 한 일화로 레지가 학창시절 처음으로 경기에서 30득점을 기록하고 집에 돌아와 자랑했으나, 누나가 그날 50득점을 넣고 와 가족들에게 아무런 칭찬을 못 들었다 한다. 둘째 누나 타미 밀러는 배구선수 출신이고, 형 대럴 밀러는 메이저리그에서 포수로 뛴 경험이 있다.
 
1%의 부족함 그리고 더?

평소에 인터넷을 이용하며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때, 마지막 99%에서 더는 올라가지 않는 바를 본 적이 있는가. 말 그대로, 속이 뒤집히면서 애가 타고 계속해서 시계의 초침을 바라다보게 된다.

페이서스가 그랬다. 레지 밀러의 전성기가 시작이 되었던 90년대 초반 뉴욕 닉스와의 혈전은 전미와 세계에 그와 페이서스를 각인시켰지만, 이후 페이서스의 앞날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고비를 못 넘기며 동부의 강호였던 뉴욕 닉스, 올랜도 매직, 시카고 불스 등에 밀려 파이널에도 오르질 못했다.

그러던 중 99/00 인디애나 지역이 배출한 역대 최고의 스타 '레전드' 래리 버드가 페이서스의 감독으로서 팀과 밀러를 파이널에 올려놓는다. 비록 그 시즌, 괴물시즌을 보내던 샤킬 오닐과 '신성' 코비 브라이언트의 LA레이커스에 2-4로 아쉽게 물러났지만 이제 100%를 찍기만을 기다리면 되었다.

래리 버드 - 아이재이아 토마스 - 릭 칼라일로 좋은 감독들이 계속 팀을 맡으며 팀을 정비해갔다. 마지막 1%를 찍기 위한 선수영입도 성공적이었다. 드래프트에서 알 해링턴을 얻고, 포틀랜드 벤치에서 썩히고 있던 저메인 오닐과 시카고 불스의 젊은 선수들인 론 아테스트와 브래드 밀러 등을 데려오는 등 프런트의 판단 역시 적재적소를 메워가며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할 날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2004/05시즌 전 세계에 다시 한번 페이서스를 알려버린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홈 관중과의 주먹다툼은 레지 밀러와 페이서스의 모든 꿈을 앗아갔다. 이후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레지 밀러는 미련없이 깨끗이 은퇴했으며, 알 해링턴 - 스테판 잭슨 등은 골든스테이트로 떠났고, 론 아테스트는 새크라멘토로 가서 말썽을 부리고 있다.

현재, 페이서스의 앞날은 너무나 불투명하다. 샐러리캡(연봉상한제)의 유동성은 제로에 가까우며, 장기계약자들이라 트레이드도 쉽지 않다. 그나마 팀의 기둥인 저메인 오닐은 몇 년째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고, 팀과 자신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며 트레이드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가오는 시즌 역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 과연, 레지 밀러가 일궈내지 못한 NBA 첫 우승을 언제쯤이면 페이서스가 이루어낼지 지켜보자.

07/08 인디애나의 현안

1. 2번 슈팅가드

팀의 2번(SG) 자리를 그레인저로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는 분명 6-9의 3번(SF)자리에 어울리는 선수. 그의 성장을 위해서도 3번에서 뛰게 해주는 게 좋을 것이다.

개선 방안 - A.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게 나은데…. 마땅한 카드가 없다.
                     B. 내년 드래프트에 좋은 듀얼 가드가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

2. 저메인 오닐

그의 마음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그의 정신적 지주였던 레지 밀러가 떠나고, 팀은 나락에 빠지고, 성적은 안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 그의 몸도 82경기 전체를 소화하기 힘든 상황. 이런 상황에서 계속하여 트레이드 루머가 흘러나오고 있다.

개선 방안 - A. 팔기로 작정했다면,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팔아라. 
                    B. 현재 J.오닐의 몸 상태로선 제값을 받기 힘들다. 팀과 선수 양쪽을 위해서는 모두 합심해서 다시 도전하는 수밖에.

3. 저멀 틴슬리

데뷔 시절, 엄청난 모습을 보여 기대를 갖게 했지만 도무지 발전이 없다. 오히려 늘어난 게 있다면 부상자 명단 등록일수. 사실상 팀에 포인트가드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의 기량이 문제다.

개선 방안 - A. 틴슬리가 건강하게, 그리고 '잘' 해주길 바랄 뿐
                     B. 던 리비 주니어에 대한 래리 버드의 무한사랑을 감안할 때, 그레인저를 팔아 PG를 영입하는 게 나을지도.



박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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