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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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아닌 예능이다

기사입력 2013.02.12 16:25 / 기사수정 2013.02.26 16:4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예능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넘치다보니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전쟁'도 치열해졌다. 스튜디오에서 펼쳐지는 토크쇼를 넘어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현장을 소개해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정글의 법칙'은 매우 신선한 프로그램이었다. 세계 각국의 오지를 방문해 문명과 단절된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오리지널리티'였다. 정글에서 느닷없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출연자들은 혼비백산하는 표정을 보여줬고 시청자들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리얼'들이 조작된 것이었다면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는 SNS 글을 통해 정글의 법칙의 리얼함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을 뒤흔들었고 '정글의 법칙'은 위기의 올무에 걸렸다.

이 사태는 직접 글을 올린 박보영 소속사 대표의 해명과 방송국의 공식 성명을 통해 무마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현장의 생생함'을 믿었던 시청자들은 허탈함을 느꼈고 이 프로를 보고 느낀 '환상'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들이 방송에서 '목숨을 걸고 탐험'한 오지가 관광코스라는 점이 의혹으로 제기됐다. 발 빠른 누리꾼들은 병만족들에게 "우리가 처음으로 보는 문명인"이라고 말한 오지인이 일반 관광객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면서 '정글의 탐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프로에 직접 참여했던 몇몇 출연진들은 "문명과는 다른 오지를 직접 탐험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는데 정말 아쉽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사건의 중심부에 있었던 박보영도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병만족'의 기둥인 김병만은 "카메라 앞에서 100% 리얼은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리얼'을 표방하는 프로라 할지라도 '연출'을 요구하는 카메라를 벗어나지 못한다.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는 '설정'이 필요했고 출연자들은 현실적인 탐험 외에 재미를 위한 연기도 병행해야 했다.

사전 답사 없이 무작정 정글이나 사막 그리고 시베리아 벌판을 뛰어드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예능 프로 하나를 위해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할 수 없다. 제작진들은 오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안전하게 촬영을 할 수 있는 코스를 마련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정해진 코스를 탐험할 출연자들을 위해 미션을 던졌다. 출연진들은 '리얼'과 '허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만 했다. 이러한 설정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제아무리 '정글의 탐험'이 ‘리얼’을 표방해도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다큐멘터리가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정글의 탐험'은 예능프로이고 자연에 대한 생생함과 지식을 전하기에 앞서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글의 법칙'이 지나치게 '리얼함'을 과대 포장했다는 점이다. 김병만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허구의 설정'도 '사실'인 것처럼 연기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더욱 이 프로가 '리얼'임을 굳게 믿었다.

이번에 터진 '진정성 논란'으로 인해 '정글의 탐험'은 아슬아슬한 줄타기 곡예를 마치게 됐다. 정글의 법칙이 '100% 리얼'이 아님이 밝혀진 상황에서 남은 것은 '예능다운 리얼함'을 살리는 것이다. 재미를 위한 설정은 예능답게 처리하고 실제로 이루어지는 탐험은 더욱 성의 있게 되살려야 한다.

2년 동안 순항했던 '정글의 법칙'은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이 프로가 '진정성 논란'을 극복하고 다시 돛대를 올릴 수 있을까.

[사진 = 김병만, 박보영 (C) SBS 방송화면 캡쳐,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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