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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벽을 뚫는 남자' 듀티율씨,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네

기사입력 2012.12.19 02:08 / 기사수정 2013.11.19 14:39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자신의 존재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성공한 삶이 아닐까.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바로 이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준다. 소심한 한 사내가 어느 날 갑자기 벽을 뚫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상상력과 유머를 바탕으로 풀어나간 이 작품에는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관객 스스로 묻게 하는 묵직한 힘이 있다.

연출가 임철형은 한 편의 짧은 동화를 보는 듯 유쾌하면서도 끝까지 진정성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근래 보기 드문 뛰어난 뮤지컬을 완성했다. 흔히 말하는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이란 이런 것을 가리키는 것이리라.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혼란스러운 1947년의 파리 우체국 공무원으로 일하는 듀티율(임창정·이종혁 분)은 그야말로 별로 보잘 것 없는 소시민이다. 퇴근 후의 향락거리를 찾아 오후 5시가 되자마자 '칼퇴근'하는 동료들과 달리 듀티율은 쳇바퀴 돌 듯 단조로운 일상만을 반복한다. 묵묵히 타이핑을 하면서 그저 자기 일에 열중할 뿐인 것이다.

그런 그를 주변에서는 바보처럼 취급하지만,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유일한 삶의 즐거움이 있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미모를 가졌지만, 폭력적인 남편 때문에 불행한 삶을 이어가는 이사벨(오소연)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듀티율에게 신기한 힘이 주어진다. 벽으로 지나다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듀티풀은 무력한 소시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힘을 자기 이익을 위해서 행사하지 않았다. 몽마르뜨의 매춘부(구원영)와 신문팔이(이지송), 거지(송형은), 가난한 화가(강연종) 등은 듀티율을 통해 삶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안타깝게도 듀티율과 이사벨의 사랑은 꽃을 피우지 못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듀티율 덕분에 행복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는다.



사실 듀티율이 뚫는 것은 '벽' 그 자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소통의 불능'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벽을 자유자재로 지나다니게 된 그는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게되는데,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도 결국은 듀티율과 진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연출가 임철형은 '코믹연기의 대가'라는 호칭에 어울리게 풍자와 위트, 유머 등을 적절히 섞어내는데 성공했다. 음울하고 황량한 시대 분위기를 배경에 깔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연기와 톤, 움직임을 희화화하는 방식을 전면에 내세워 대비시킴으로써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들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누구하나 연기력이 빠지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에 걸맞게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특히 이종혁, 임창정, 고창석, 임형준이 눈에 띈다. 겁많고 위축된 듀티율로 완벽하게 빙의한 임창정은 '임창정표' 연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이종혁은 감정적인 요소를 잘 잡아내 이종혁만의 듀티율을 완성했다. 고창석, 임형준은 무대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주면서 1인3역을 멋지게 해냈다.



미셀 르그랑의 감미로운 뮤지컬 넘버도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몽마르뜨 풍의 무대와 조명, 오소연, 김대종, 구원영 등 출연진들의 호연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듀티율이 벽을 뚫고 지나다니는 장면 설정에서는 연출의 재치가 번득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1월 27일 개막한 '벽을 뚫는 남자'는 내년 2월 6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다. 만 7세 이상. 120분.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7시/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2시, 6시. 문의: 1577-3363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벽을 뚫는 남자 ⓒ 쇼노트]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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