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여름 한국 여자배구는 기나긴 동면에서 벗어나 런던 하늘 높이 비상했다.
36년 만에 달성한 '올림픽 4강 신화'는 배구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비록 동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쳤다.
5월초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 모인 12인의 '태극 낭자'들은 동일한 목표를 향해 진군했다. 모진 파도와 비바람이 닥쳤지만 모든 것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이러한 원동력은 하나로 뭉친 끈끈한 '동료애' 때문이었다. 선수 대부분이 "우리는 자매 같다"라고 말한 이들의 추억을 되돌아보기 위해 12인이 서로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코너를 마련했다.
두 번째 러브레터 - 한유미(30, 전 인삼공사)가 친동생 한송이(28, GS칼텍스)에게 보내는 편지
▶ 이제는 나보다 언니 같은 내 동생
사랑하는 내 동생 송이. 너한테 이렇게 손편지를 쓰는 건 처음인거 같다. 한창 시즌을 준비할 때라 많이 힘들 텐데 같이 선수생활을 해본 입장이라 걱정이 돼. 올해는 정말 많이 바빴지? 정규 시즌은 물론 대표팀에서 뛰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어. 제대로 쉬지 못해 고생이 많았지. 하지만 이번 정규시즌에서도 잘 해낼 것이라 믿고 있어.
어렸을 때는 네가 마냥 귀찮고 어리게만 느껴졌어. 한편으로는 짐이라고도 생각이 들었지만 이젠 오히려 내가 너한테 의지를 많이 한다. 정말 어쩔 때는 네가 언니라는 느낌도 들어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고.
▶ 손연재의 공연을 함께 끝까지 보지 못해 아쉽다
지난 5월부터 내내 운동 만했는데 올림픽이 끝난 뒤 재미있는 경험이 많았지. 함께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본 것 같아. 특히 네가 친하게 지내는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의 갈라쇼를 보러 갔을 때 정말 즐거웠어. 연재는 너무 예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선수인데 이렇게 인연이 생겨 기쁘게 생각한다.
모처럼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었지만 넌 (이)숙자 언니와 함께 중간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 시즌을 앞두고 한창 훈련 중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끝까지 공연을 함께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도 든다.
둘이서 같은 운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이렇게 올림픽도 함께 나갈 수 있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널 상상하며
내가 일 년을 쉴 때나 은퇴를 한 지금이나 늘 친구 같이 곁에서 힘이 돼 주고 있어. 매년 시즌만 되면 너와 코트를 앞에 두고 경쟁했지만 이제는 그런 일도 없어졌어. 부모님 또한 한 팀만 응원하시게 되니 어쩌면 편하실 지도 모르겠다.
올 시즌 네가 간절하게 염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길 기원한다. 그리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항상 응원할게 부디 네가 목표했던 것을 꼭 이루었으면 좋겠어.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고 아플 때는 참지 말고 무리하지 마 몸이 재산이야 알지? 올 시즌 너의 활약을 기대할게.
[사진 = 한유미 (C) 엑스포츠뉴스DB, 한송이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