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김상우 MBC스포츠해설위원이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아시아청소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김상우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 청소년대표팀은 5일(현지시간) 이란 우르미아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청소년 남자배구선수권대회 5~6위전에서 대만을 3-0(25-12, 25-15, 25-19)로 완파했다. 8강전에서 ‘복병’인 인도에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은 호주와 대만을 잡으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지난 2010~2012 시즌까지 LIG손해보험을 이끌었던 김 감독은 지휘봉을 놓은 뒤 TV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해박한 배구 지식은 물론 깊이 있는 해설로 배구 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감독은 성균관대학교와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또한 오랫동안 국가대표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장신 숲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속공을 구사했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훤칠한 외모로 ‘코트 위의 훈남’이었던 그는 마흔 줄을 넘긴 현재 '코트의 미중년'으로 여전히 배구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임도헌(현 삼성화재 코치) 신진식(현 홍익대 감독) 장병철(전 삼성화재) 신선호(전 삼성화재) 등과 함께 성균관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대학 팀에서는 라이트로 활약했지만 국가대표에서는 주전 선수로 뛰지 못했다.
대표팀에는 '월드스타' 김세진(전 삼성화재)이 버티고 있다. 당시 김세진은 '숙적'인 일본은 물론 세계 강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2m에 가까운 신장을 갖춘 김세진은 높이는 물론 라이트에서 왼손을 쓰는 선수였다.
김세진 때문에 주전 선수로 나서기 어려웠던 김상우는 대학교 4학년 센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라이트에서 오픈 공격과 백어텍을 구사했던 김상우는 중앙에서 위력적인 속공을 구사했다. 제 자리에서 뛰는 타법이 아닌 코트로 달려들어 오면서 전광석화같이 내리치는 속공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공격을 책임지는 라이트와 비교해 센터는 ‘음지의 포지션’이었다. 김상우는 대표팀의 좌우날개를 책임진 신진식과 김세진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수행했다.
어린 시절부터 절친 관계였던 김세진과는 프로무대에서 재회했다. 두 선수 모두 삼성화재의 창단 멤버였고 1995년 팀 창단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동고동락했다. 삼성화재는 1997년부터 당시 실업리그인 슈퍼리그에 참여해 9연패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양쪽 날개에는 세계적인 공격수인 신진식과 김세진이 버티고 있었다. 여기에 최고의 세터였던 최태웅이 팀을 지휘하면서 '무적함대'로 거듭났다.
성균관대 시절부터 함께했던 장병철, 신선호 등도 삼성화재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한양대와 성균관대의 최고 선수들이 모인 삼성화재는 프로 출범이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내 정상을 지키고 있다.
김상우 감독은 김세진과 신진식의 그늘에 가려졌던 '고독한 황태자'였다. 하지만 센터로 포지션을 옮긴 후부터 국내 최고의 속공 구사능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블로킹 감각도 뛰어났다. 김세진과 신진식의 가치가 더욱 빛났을 수 있었던 이유도 기습적인 속공을 책임져 준 김상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김상우의 계보를 잇고 있는 센터는 신영석(27, 러시앤캐시)이다. 두 선수 모두 공격수 출신 센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유럽 선수들의 높은 블로킹을 뚫어내는 속공 능력을 갖췄다. 배구 지도자겸 해설가로 '제2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 그는 한국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 센터'였다.
[사진 = 김상우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