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유럽은 야구의 볼모지다. 축구, 농구, 핸드볼 등 구기종목의 인기는 많지만 야구는 존재 자체도 모르는 이가 많다.
유럽 야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올림픽 야구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 바 있다. 겉은 분명 유럽이지만 북미 거주 이민 세대와 혼혈 선수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유럽은 야구를 하지 않는다’라는 편견을 깬 이가 있다. 바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의 알레산드로 마에스트리다.
마에스트리는 올 시즌 중반 선발로 이대호가 활약하는 오릭스에 합류한 투수다. 올 시즌 현재 3승 2패 방어율 2점대를 유지할 정도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국적인 그는 고향 체세나에서 야구를 배웠다. 일본 언론은 이탈리아의 열악한 야구 저변 속에서 성장한 그를 '개천에서 용난 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성인이 된 해에 이탈리아 야구리그에서 뛰기 시작했다. 당시 활약을 바탕삼아 이탈리아 국가대표에도 선발 됐다. 도전 의식을 갖고 미국 무대에 뛰어들었다. 마에스트리는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호주,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며 선수로서 내리막길을 걷기도 했다. 일본 독립리그 가가와에서 계투 요원으로 50경기 1.32의 방어율을 기록하던 마에스트리를, 오릭스가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그저 공만 빨랐던 것으로 보였던 투수에게 오릭스가 손을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 마에스트리는 바깥, 몸쪽 공으로 빠지는 투심과 스플리터를 던진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에는 제구가 안된다며 지적받던 사항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에스트리가 지금처럼 던져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리포트가 나왔다. 그 이유로는 넓은 스트라이크존이 꼽혔는데 일종의 비아냥이기도 했다.
오릭스는 넓은 존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공을 던질 수 있다면 팀 전력에 보탬이라는 계산을 했다. 결국 지난 7월 마에스트리는 오릭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피가로의 부진과 맞물려 선발 축을 담당한 마에스트리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6경기에 나서 38이닝 32피안타로 이닝당 평균 1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또 삼진은 33개에 볼넷은 7개만 내줬다.
올시즌 오릭스의 포스트시즌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마에스트리도 다른 목표를 잡았다. 바로 내년 개최하는 WBC다. 이탈리아는 이민자, 혼혈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할 계획이지만 팀의 에이스 역할은 마에스트리에게 맡길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여 순수 유럽인의 편견을 깬 마에스트리를 시작으로 복수의 일본 야구팀들이 유럽 스카우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