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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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응답하라 1997' …그때 그 시절 촌스러움을 ♥하는 우리들의 심리

기사입력 2012.09.05 11:09 / 기사수정 2012.09.05 11:11

방송연예팀 기자


[E매거진]
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최고시청률 4%를 돌파하며 매주 '돌풍에 가까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케이블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로는 이례적인 인기다. 복고 코드를 겨냥한 참신한 소재에 드라마 안의 '깨알재미'까지 더해지며 열혈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응답하라 1997'. 전날 벌써 13화, 14화가 끝나 종영까지 2회만 남아서 아쉬움이 더하다. 우리가 이 짧은 드라마에 열광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 복고, 이제는 90년대로

'응답하라 1997'의 주 배경이 되는 1990년대는 아직 복고라기엔 낯선 '신생 복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쎄시봉 열풍을 통해 7080에 대한 향수가 주를 이뤘던 복고코드는 이제 좀 더 가까운 1990년대로까지 눈을 돌렸다.

밀레니엄을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선지 불과 12년째인 지금의 우리에게 90년대는 '복고'라기 보다도 아직 먼 옛날로 치부해 버리기 싫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한국 멜로라는 장르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400만 관중을 기록한 '건축학개론'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이런 풋풋했던 시절의 추억이었다.

요즘 7080에서 8090까지의 음악만 틀며 3, 40대는 물론 20대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밤과 음악사이'의 인기까지 생각하면, 확실히 그곳에는 우리가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뭔가가 있다.

'응답하라 1997'과 같이 특정 시대와 연관된 콘텐츠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데에는 무엇보다도 '공감'이 절대적이다. '맞아, 나도 그랬어', '그땐 정말 그랬었지'라는 연대감이 형성되어야 그때부터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정말 자신의 얘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주인공 성시원(정은지 분)과 모유정(신소율 분)이 HOT에 열광하며 두터운 장갑을 끼고 응원하는 모습과 전 국민이 어려움에 봉착했던 IMF 한파 등, 그곳에는 정말 우리들의 모습이 있었다. 거기다 각종 스타 사진과 브로마이드, DDR과 펌프, 일명 '마이마이'로 불리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힙합바지 같은 90년대 유행 의상 등 드라마에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소품들이 시청자에게 마치 90년대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 공감을 넘어선 '힐링'으로

1990년대는 지금의 20대와 30대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던 시기다. 90년대 코드에 열광하는 마음에는 상실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이를테면 이제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과 지금은 더 이상 내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그때의 열정 같은 것이다.

음악과 가수만 예를 들어도,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음악 시장을 거의 지배하고 있는 지금은 설령 HOT와 젝스키스가 다시 나온다고 해도 90년대의 그 영광을 누리기는 힘들것이다. 편을 갈라 응원했던 '유치한' 팬덤 뒤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순수한 사랑이 있었다. '응답하라 1997'은 그런 우리만의 아름다운 날들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 불황과 구직난으로 지금 한국의 2,30대 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친 삶을 살고 있다. 이전 세대보다 열심히 노력해도 이전 세대가 얻었던 것의 절반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좌절감을 곳곳에서 느낄 수가 있다.

세련되고 품위 있고 잘 나가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같은 B급 정서에 열광하게 한다. 이제 사랑도 사랑만으로는 못할 것 같은 현실에 대한 반발감은 '건축학개론'의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환상으로 집결된다. '마이마이'와 삐삐를 차고 거리를 활보하고, 노랗게 브릿지를 넣은 스타를 따라 괜히 힙합바지도 입어보고.

가요톱텐은 꼭 본방사수 하면서 자나깨나 오빠들 소식만이 관심사였던 '응답하라 1997'의 그때 그 시절. 촌스러웠지만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 떨어져 순수하게 열정을 발산했던 시절이기에 우리에게는 한번쯤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고 향수일 것이다. 그 마음의 공간을 '응답하라 1997'이 밝고 가볍게 채우고 있다.

곧 종영을 앞두고 있는 '응답하라 1997'. 우리가 정말 다시 불러내고 싶은 것은 그때 그 90년대 안의 힘차고 사랑스러웠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글] 방송연예팀 박수진 기자 enter@xportnsnews.com 


방송연예팀 박수진 기자 enter@xportn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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