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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4강행 女배구, '기적'넘어 '신화창조' 도전

기사입력 2012.08.08 10:24 / 기사수정 2012.08.08 10:2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선수들이 자신에 대한 약속과 팀에 대한 약속 그리고 동료를 위한 약속을 모두 지켜나가고 있다. 개인적인 목표는 8강이었지만 다시 목표를 수정했다. 여기까지 온 선수들이 너무나 고맙고 한국여자배구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줘 더욱 고맙다. 남은 미국전도 전력투구 하겠다."

김형실 한국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꿈에 그리던 '메달 획득'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한국은 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세계랭킹 4위인 이탈리아를 3-1(18-25, 25-21, 25-20, 25-18)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열악한 선수층과 부상 선수들이 많은 현실 속에서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는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후 36년 동안 '노메달'에 그치고 있다. 36년 간 올림픽 메달이 없었던 사슬을 끊는 것이 대표팀의 최종 목적이다.

김형실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마친 뒤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한국여자배구가 안고 있는 사슬을 하나씩 끊고 있다. 일본전 22연패의 사슬을 끊었고 7연패를 당하던 세르비아와의 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10년 가까지 이겨보지 못한 브라질과 아탈리아도 꺾으면서 '사슬 끊는 도사'들이 됐다"고 말했다.



경험 많은 이숙자와 황연주의 활약이 이탈리아 승리의 요인


김 감독은 8강전 상대로 일본을 예상했지만 이탈리아와 만나게 됐다. 일본보다 까다로운 이탈리아를 만난 점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지금은 자국의 경제 사정으로 리그의 퀄리티가 많이 떨어졌지만 이탈리아는 한 때 '세계배구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리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러한 선진 시스템에서 성장한 이탈리아 선수들은 높이와 힘,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를 고루 갖췄다. 세계 최고의 세터인 엘레노라 로비앙코가 팀을 이끌고 있고 가장 빠른 이동속공을 펼치는 시모나 지올 리가 버티고 있다. 여기에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프란체스카 피치니니도 팀을 지키고 있었다. 피치니니는 뛰어난 실력과 함께 빼어난 외모까지 지녀서 '런던올림픽 8대 미녀'로 선정됐다.

한국은 '죽음의 조‘인 B조 예선에서 세계랭킹 1(미국),2(브라질),3(중국)위를 모두 상대했다. 그리고 A조에서 세계랭킹 순위가 가장 높은 이탈리아와 만나게 됐다. 세계 최강들과 연이어 경기를 펼쳤지만 "저 팀한테는 절대로 안 돼"라는 생각을 버렸다. 어느 팀도 해볼만하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던 한국은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했고 중국과는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그리고 준결승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탈리아를 통쾌하게 제압하고 4강행을 결정지었다. 김 감독은 "이탈리아의 장점 중 하나는 이동속공이 빠르다는 점이다. 지올리의 이동속공을 차단하는데 집중했고 결국 이것이 주효하면서 승기를 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맏언니'인 이숙자(32, GS킬텍스)의 눈부신 활약도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이숙자는 2세트부터 주전 세터인 김사니(31, 흥국생명)을 대신해 코트에 들어섰다. 다양한 볼배분 능력을 보인 이숙자는 김연경과 한송이(28, GS칼텍스), 황연주(26, 현대건설)는 물론 중앙에 포진한 양효진(22, 현대건설)과 정대영(31, GS칼텍스)도 살려냈다.

모든 공격수가 고르게 살아나면서 한국의 콤비플레이는 빛을 발휘했다. 다른 선수들의 공격 지원에 힘을 얻은 김연경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28점을 올렸다.



강팀들만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


이탈리아를 제압한 한국이 넘어야할 산은 '세계 최강' 미국이다. 한국은 B조 조별예선전 첫 경기에서 미국에 1-3으로 패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 1순위 후보로 평가받는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김 감독은 "예선전부터 산 넘어 산이다. 그러나 강팀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정신력과 조직력이 나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연일 강팀들과 선전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견스럽다. 지금까지 나무랄 데 없이 잘해왔지만 이제 남은 경기가 얼마 없는 만큼 눈앞에 보이는 경기에 전력을 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힘과 높이 여기에 세계최고 수준의 기본기와 탄탄한 조직력을 갖췄다. 이 경기를 포기하고 동메달 결정전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경기에 전력을 다한다는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김 감독은 힘주어 말했다.

한국여자배구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췄음을 증명해냈다. 박미희 KBSN 배구해설위원은 "우리가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적인 강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요인은 '높이'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장점과 이전 세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높이가 있는 것이 큰 힘이 됐다. 또한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하나로 뭉친 정신력도 끈끈한 조직력을 완성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최악의 대진 운이 한국을 찾아왔지만 이를 극복하며 준결승에 안착했다. 서브리시브가 안정감을 찾고 세터의 토스가 원활하게 진행되면 강호들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이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통해 증명됐다.

김 감독은 "우리가 잘하면서 많은 분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것 같다. 그만큼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에 고맙게 생각하며 메달의 색깔을 떠나 끝까지 전력투구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모든 선수들이 팀의 목표를위해 희생한 점. 그리고 강팀을 상대로 기죽지 않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승리해 온 점. 이러한 점이 한국여자배구의 신화 창조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대체 자원 없이 12명의 선수들만 가지고 여기까지 온 점은 '기적'에 가깝다. 이제는 기적을 넘어 '신화창조'에 도전하겠다는 '김형실 호'의 의지는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사진 = 김연경, 이숙자, 한국여자배구대표팀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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