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첫 선발 등판서 보여준 호투는 우연이 아니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투수 데니 바티스타가 '무결점 투구'로 국내 무대 첫 선발승을 챙겼다.
바티스타는 2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완벽투로 국내 무대 첫 선발승의 감격을 누렸다. 7이닝 동안 바티스타가 내준 안타는 단 2개, 볼넷은 1개였다. LG 타자들은 바티스타의 구위에 꼼짝없이 눌리며 연신 헛방망이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최고 구속 152km의 직구는 여전히 위력이 있었고 간간히 섞어 던진 커브와 슬라이더도 효과를 봤다. 별다른 실점 위기조차 없었을 정도로 완벽한 투구였다. 제구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이날 바티스타가 내준 볼넷은 단 1개에 불과했다. 8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던 그의 메이저리그(당시 캔자스시티) 선발 데뷔전을 보는 듯했다.
1회부터 깔끔했다. 선두 타자 오지환을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 처리한 바티스타는 양영동을 2루수 땅볼, 박용택을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첫 이닝을 넘겼다. 2회에도 선두 타자 정성훈을 삼진 처리한 뒤 정의윤을 유격수 땅볼, 김용의를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 이닝을 마감했다. 하지만 김용의와 10구 승부를 펼치는 바람에 투구수가 36개로 불어났다.
3회에는 1사 후 김태군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정주현을 삼진, 오지환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4회 세 타자를 삼자범퇴 처리한 바티스타는 5회말 1사 후 김용의에게 8구 승부 끝에 2루수 방면 내야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윤정우를 초구 3루수 파울플라이, 조윤준을 3구 삼진으로 속아내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후는 완벽했다. 6회말에는 공 7개로 세 타자를 삼자범퇴 처리했다. 6회 마지막 타자 양영동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에는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하늘이시여'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7회에는 선두 타자 박용택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정성훈을 좌익수 뜬공, 정의윤을 병살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7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낸 바티스타는 8회부터 송창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국내 무대 첫 퀄리티스타트를 넘어선 '완벽투'였다. 이후 마운드에 오른 송창식-마일영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바티스타는 2경기만에 첫 선발승을 올릴 수 있었다.
지난 시즌 3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 팀의 '수호신'으로 자리잡은 바티스타는 무리 없이 재계약에 성공했다. 올 시즌 한화의 뒷문을 지켜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올 시즌 구원 등판한 34경기에서 1승 3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5.70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지난 시즌 보여줬던 '끝판왕'의 위력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런 그에게 선발 전환은 모험과도 같은 마지막 선택이었다. 한대화 감독도 "중간-마무리가 안 되니 선발로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큰 기대를 하진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는 선발 데뷔전인 지난달 27일 KIA전서 5⅔이닝 1실점 호투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KIA의 타선이 침체기였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하지만 5일 휴식 후 나선 이번 등판에서 보여준 완벽투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려 속에 선발로의 변신을 시도한 바티스타, 그에게 숨어 있는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한 의미 있는 무대다. 물론 '조금만 더 빨리 변신을 시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성공적인 변신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외국인선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볼 수도 있다. 바티스타의 성공적인 변신이 최하위에 처진 한화를 어떻게 바꿔놓을 지 주목된다.
[사진=데니 바티스타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