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피토-쇼' 스틸컷
[엑스포츠뉴스=이준학 기자] 19일 개막하는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의 박진형 수석 프로그래머와 유지선, 홍보미 프로그래머가 올해 PiFan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16편의 영화들을 공개했다.
▲'제25제국' 스틸컷
PiFan에서만 만날 수 있는 판타스틱 여행
PiFan에서 기존의 영화에서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작품을 만나고 싶은 관객이라면 '샤피토-쇼'(감독: 세르게이 로반)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10대 소녀와 중년 남성 커플, 정신줄 놓은 보이스카웃, 청력을 잃은 소년들과 게이들 같이 파편적인 인물들 이야기가 작은 천막 유랑극단의 초현실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연결되는 매혹과 같은 영화로 2011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수작.
또 '점쟁이 문어 파울의 일생'(감독: 알렉산더 필립)도 PiFan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지난 8번 매치의 승리팀을 모두 맞춘 2010 독일 월드컵의 점쟁이 문어 파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파울의 선택에 따라 거액의 스포츠 도박 판돈이 왔다 갔다 했으며 홍보담당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 흥미로운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제25제국'(감독: 스티븐 에이미스)을 통해 SF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겠다. 펄프픽션의 원조 격인 JJ. 솔로몬의 고전 소설 '내일은 5만년 후'를 원작으로 영화화됐으며 1950년대 전쟁영화에 나치, 타임머신, 괴물, 로봇, 동성애, 우주선 등을 등장시킨 장르영화 종합선물세트로 영화를 통해 판타스틱한 여행이 가능하다.
▲ '좀바딩 제1탄: 레밍턴의 저주' 스틸컷
호러 vs 코믹호러, 무섭거나 혹은 웃기거나
여름에는 역시 뼛속까지 오한이 들게 만드는 귀신 영화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실버폴스의 유령'(감독: 브렛 도노후)을 주목하자. 우연히 숲에서 주운 반지를 낀 후 환상과 악몽에 시달리는 조던이 겪는 끔찍한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섬뜩한 공포감과 손톱을 잘근잘근 씹게 만드는 긴장감이 일품이다.
2012년 선댄스영화제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사운드 오브 보이스'(감독: 잘 배트맹글리)도 독특한 배경을 통해 관객들의 심리를 옥죈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한 컬트 종교단체에 들어간 커플 피터와 로나는 점점 단체에 동화되면서 미스터리한 일을 겪게 된다. 영화 전반에 감도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회색 빛이 감도는 퇴색한 화면을 통해 심리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다.
호러라고 해서 꼭 공포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해내는 블랙코미디는 PiFan이 가장 사랑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필리핀에서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을 거둔 '좀바딩 제1탄: 레밍턴의 저주'(감독: 제이드 카스트로)는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장르를 완벽하게 비벼냈다. 평범한 청년인 레밍턴이 갑작스럽게 게이로 변하고 마을에 벌어지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이 이어지며 변형된 장르를 만들어 낸다.
이어 '그래버'(감독: 존 라이트)는 마을을 습격한 바다 괴물 그래버가 알코올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술을 잔뜩 마신 채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 2012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은 영화로 헐리우드 괴수물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재미는 블록버스터급이다.
사람을 먹는 살인마가 되는 몽유병에 걸린 자폐증환자 에디의 이야기를 다룬 '잠자는 에디를 조심하세요'(감독: 보리스 로드리게즈)도 얼핏 들으면 섬뜩하고 묵직한 호러물의 소재이지만 경쾌한 코미디 톤으로 풀어냈다.
▲'불가리아' 스틸컷
도발과 섹시의 그 어디쯤, 성(性)을 말하다
PiFan은 끊임없이 성에 대한 표현과 수위에 대한 도전을 계속해왔다. 올해도 가끔은 도발적이고 평소에는 섹시하기 그지없는 작품들이 관객과의 짜릿한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금지구역'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어느 프랑스 가족의 섹스 연대기'(감독: 장 마르끄 바, 파스칼 아놀드)는 평범한 10대 소년인 로맹의 왕성한 성적 호기심을 시작으로 유독 가족 사이에서 금기시 되어지는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섹스의 다양한 양상을 가족을 통해 조망하는, 일종의 섹스를 통한 삶의 우화다.
전작이 과감하고 발칙하다면 '불가리아'(감독: 팡호청)는 섹시하다. 하는 일마다 망치는 PD 토는 궁지에 몰려 에로영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겪는 화장실 19금 농담 같은 에피소드. 장르영화의 악동 팡호청 다운 유쾌함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킹 켈리'(감독: 앤드류 니일)도 섹시라면 빠질 수 없다. 평범한 여고생처럼 보이지만 인터넷 포르노 스타인 켈리가 섹스와 폭력, 마약으로 얼룩진 위험한 하루를 SNS를 통해 쫓아가는 페이크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더욱 흥미롭다.
▲'모터웨이' 스틸컷
액션 장르 특유의 쾌감을 즐겨라
올해 PiFan은 강력한 영화는 물론 장르교본에 충실한 영화들이 다양해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액션의 짜릿한 쾌감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아찔한 카체이싱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할 '모터웨이'(감독: 소이청)을 놓칠 수 없겠다. 경찰 내 비밀 유닛인 '스틸스 라이더스'와 전설적인 드라이빙 실력을 갖춘 범죄자 젠슨의 숨막히는 대결을 CG를 사용하지 않은 리얼 액션으로 선보인다.
또한 피가 낭자하는 고어 액션을 맛보고 싶다면 올해는 '블러드-C: 더 라스트 다크'를 통해 특별하게 애니메이션을 선택해보자. 고교 2학년 소녀 사야가 비밀 조직에 대항하여 맞서는 내용이지만 그 잔혹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19금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잔혹한 고어의 미학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델리 벨리' 스틸컷
번외, PiFan만의 훈훈한 영화로 마음을 녹여보자
PiFan이라고 유혈이 낭자하고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훈훈한 감동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던질 영화들도 준비되어 있다. 먼저 '락앤롤 비만소년'(감독: 매튜 릴라드)는 출렁이는 살 때문에 우울한 트로이가 학교 인기남 마커스의 강요로 억지로 시작한 드럼에 재능을 보이면서 시작되는 어색한 우정과 가족애를 그린 영화로 훈훈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훈훈하면서도 유쾌한 즐거움을 원한다면 청춘과 우정에 대한 영화인 '델리 벨리'(감독: 아비나이 데오)를 빼놓을 수 없다. 발리우드의 킹 아미르 칸이 제작한 영화로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세 친구 타시, 니틴, 아룹의 좌충우돌 한바탕 소동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못말리는 세 친구'를 연상시키는 세 명의 남자로 구성된 트리플 버디영화는 느낌처럼 잘 만들어진 유쾌한 오락영화다.
더 잔잔한 느낌의 영화를 찾는다면 '파트 오브 하트'(감독: 폴 아구스타)를 주목해야 한다. 자카르타의 게이 남성 피터의 삶과 사랑을 8개 스토리로 엮어낸 작품. 10살 때 찾아온 첫사랑부터 40살의 피터까지 삶의 편린을 통해 한 인간의 기억들에 대해 담백하게 보여준다.
한편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PiFan은 더욱 재밌고 강력해진 프로그램들과 관객 편의에 집중한 행사 공간 등, 세계 최대의 장르 영화 축제에 걸 맞는 행사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 중이며 19일부터 29일까지 11일 간 부천에서 개최된다.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
[사진 = Pifan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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