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박태환(23, SK텔레콤)과 쑨양(21, 중국) 아시아 수영을 한 단계 격상시킨 주인공들이다. 또한 런던올림픽 400m 우승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펼칠 이들이다.
박태환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아시아 수영의 '1인자'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400m에 출전한 그는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의 진가는 400m는 물론 자유형 200m에서도 나타났다.
'수영 황제'인 마이클 펠프스(26, 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또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3분41초53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이 때 박태환의 뒤를 이어 은메달을 획득한 이가 쑨양이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에서 당시 중국 수영의 간판인 장린에 뒤쳐졌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드러내며 결선에서 장린을 압도했다.
2010년에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박태환의 우승은 확실히 점칠 수 없었다. 쑨양이라는 '떠오르는 태양'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박태환은 쑨양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400m에서 박태환은 쑨양에 패한 적이 없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 2007,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연패를 차지하면서 자유형 400m 세계챔피언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혔다.
그러나 박태환의 올림픽 2연패를 바라보는 해외 언론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캐나다 국영방송 CBS는 14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박태환이 자유형 남자 400m와 1500m 은메달과 자유형 200m 동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망했다. 400m 금메달의 주인공으로 쑨양을 꼽았다.
최근 급상승 중인 쑨양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굵직한 대회에서는 모두 박태환이 쑨양을 앞질렀다. 그러나 올 시즌 자유형 400m 최고 기록은 쑨양이 세웠다.
쑨양은 지난 4월 자국 선수권대회에서 3분42초31을 기록했다. 박태환이 5월 멜제이잭주니어 국제대회에서 작성한 3분44초22보다 앞선 기록이다. 비록 자국대회에서 나온 성적이지만 쑨양은 박태환을 1분91초로 앞질렀다.
198cm의 장신인 쑨양은 체격조건에서 183cm인 박태환을 넘어선다. 여기에 올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우면서 400m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나섰다.
마이클 볼(호주)코치와 런던올림픽 2연패 프로젝트에 들어간 박태환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산타클라라 그랑프리'에 출전해 자유형 100m와 200m, 400m, 800m 등을 모두 석권하며 대회 4관왕에 등극했다.
박태환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쑨양의 상승세는 박태환의 2연패를 위협하고 있다.
쑨양의 주종목은 400m가 아니라 자유형 1500m이다. 힘과 지구력이 뛰어난 쑨양은 장거리에서 장점을 보이고 있다. 1500m에서 쑨양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쑨양은 지난해 열린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1500m에서 14분34초14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1500m에서 박태환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고 기록은 14분47초38이다. 쑨양에는 13초 이상 뒤진다. 장거리인 1500m에서는 박태환이 쑨양보다 한 수 아래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박태환의 주 종목인 400m다. 이 종목에서만큼은 세계 1인자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박태환의 목표다. 박태환은 그동안 큰 경기에서 강한 장점을 보이며 쑨양을 압도해왔다. 탁월한 경기 운영은 물론 상대 선수와의 심리전에서 강한 점이 박태환의 강점이다.
여기에 비해 쑨양은 체격조건과 파워에서 앞선다. 승부는 300m 지점부터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환은 200m까지 힘을 비축하면서 상위권에서 밀리지 않는 레이스를 주로 펼쳤다. 그리고 300m 지점부터 스퍼트를 시작해 마지막 50m를 앞두고 1위로 골인하는 전략을 세워왔다.
쑨양은 광저우아시안게임과 상하이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박태환의 경기운영에 말려들었다.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 쑨양은 박태환에 두 번 무릎을 꿇었다.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처럼 박태환은 모든 구간에서 최고의 레이스를 펼쳐왔다.
이번 런던올림픽 수영은 '황제' 마이클 펠프스와 '다크호스' 라이언 록티(미국)의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맞붙는 박태환과 쑨양의 대결도 런던올림픽 수영에서 놓쳐서는 안 될 명승부전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 = 박태환, 쑨양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