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다. 최근 3연패에 빠지면서 분위기가 침체되는 듯했지만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올 시즌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LG 트윈스 얘기다.
LG는 21일 대전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전서 작재적소에 터진 득점타와 상대 실책에 편승, 11-2 대승을 거두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패했다면 4연패와 더불어 정확히 5할 승률로 내려앉을 수도 있었지만 '달라진' LG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7회까지도 알 수 없는 승부가 이어졌다. LG는 경기 종반까지 한화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3-2로 1점 앞선 5회말 무사 2루 위기에 몰렸지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 한숨을 돌린 뒤 6회초 추가점에 성공, 4-2로 달아났다. 6회말에는 2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으나 '필승 불펜' 유원상이 위기를 넘기면서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고 막판 타선 폭발과 상대 실책으로 편안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경기 전부터 이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연패 중이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야수들이 오늘 던지게 해준다는데 믿어야죠"라고 말하는 마무리투수 봉중근의 목소리에서는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봉중근은 지난 15일 KIA전 이후 4경기째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LG는 봉중근이 등판하지 못한 4경기 중 최근 3경기서 2득점에 그치는 극심한 부진에 허덕였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투수들은 막아줘야 할 상황에 확실히 막아줬고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시타가 터졌다. 1회 2사 2루 기회에서 적시타에 이은 도루, 후속 타자의 적시타가 연이어 터지며 기선을 제압했고 4-2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에는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가장 이상적인 득점 패턴이다. 이후 LG는 단 한차례도 동점, 역전을 허용치 않으며 리드를 지켜냈다. 타선이 터지자 마운드도 힘을 낸 것이다. 한화가 무려 11개의 잔루를 남기며 2득점에 그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전날인 21일 경기서 1-4로 패한 뒤 "위기다"라는 짤막한 한 마디만을 남겼다.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고 하나로 뭉치자는 메시지였다. LG는 위기 상황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 후 김기태 감독은 "의미있는 승리"라며 "30승 고지에 올랐는데 선수들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LG는 올 시즌 단 한차례도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5할 승률 마지노선에서 10차례나 반등에 성공했다. '지키는 힘'이 생겼다는 증거다. 물론 아직 시즌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언제 위기가 찾아올 지 모른다. 하지만 올 시즌 LG는 승부처에서 패한 이후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지던 지난해의 모습을 되풀이하지 않고 있다. 예상 외의 선전에 팬들도 싱글벙글이다.
큰 기대 없이 출발한 '김기태호'는 순항중이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힘이 있기에 순항이 이어진 것이다. LG가 올 시즌 최종일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며 10년만의 가을잔치에 동참할 지 궁금해진다.
[사진=LG 트윈스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