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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인터뷰] KBS SKY 프라이드 해설자 '차성주 해설위원'

기사입력 2004.11.13 23:37 / 기사수정 2004.11.13 23:37

박지훈 기자

국내 최초의 이종격투기 해설자. 현재 KBS SKY 스포츠 채널에서 프라이드, 판크라스를 중계하고 있는 차성주 해설위원에게는 꼭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02년 겨울 처음 ‘킹 오브 더 케이지’라는 이종격투기 프로그램을 국내에 방영할 때부터 중계를 시작한 ‘원조 해설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처음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지금의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바로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쉽게 이종격투기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하는 자세. 이것이 바로 지금의 차성주 해설위원을 만들었다. 여기에 편안한 목소리와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매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2002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입을 맞추고 있는 강준형 캐스터와 국내 최고의 이종격투기 중계 콤비로 불리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차성주 해설위원.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그이지만 정작 우리는 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래서 지금 그에게 무차별 질문을 던져 보았다. 물론 이종격투기에 대한 질문도 잊지 않았다.

1. 처음 이종격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과거 이종격투기가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 때 우연히 UFC 경기 테잎을 보게 되었다.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다. 대학 때부터 킥복싱 선수를 해왔었고 그 때까지만 해도 킥복싱이 가장 강하고 험한 운동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경기 화면에서는 전혀 몰랐던 세계가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깊던 장면은 킥복싱 선수들이 이상한 기술(지금 생각해보면 그래플링 기술)에 당하고 마는 것이다. 그 때부터 관련 자료를 찾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이야 인터넷 혹은 동호회를 통해 자료 수집이 용이하지만 당시에는 동호회도 없었을뿐더러 기술을 배울 데도 전혀 없었다. 물론 타격은 다니던 무에타이 도장에서도 했었지만 그라운드는 생소했다. 그 때 도장으로 외국인 한 명이 찾아왔다. 체육관이 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탓에 외국인 강사가 운동을 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테잎에서 봤던 그 기술을 하는 것이다. 바로 주짓수(유술)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했던 것은 아닌데 당시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2. 그런 점이 해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알기로는 최초의 이종격투기 해설자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게 되었나?

정말 우연히 하게 되었다. K-1 해설을 했던 정의진 해설위원이랑 친한 사이였는데 KOTC테잎을 가져와서 이게 무엇인지 물어보는 거다. 그래서 ‘킹 오브 더 케이지’에 대해서 아는대로 설명해줬더니 대뜸 해설위원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 처음에는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하게 되었다. 처음 이종격투기 해설할 때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국내 최초로 이종격투기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이 나가게 될지도 미지수였다. 오죽하면 담당 피디가 만약 방영되고 항의가 들어오면 바로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3. 현재 프라이드와 판크라스 그리고 국내 대회까지 바쁜 걸로 알고 있다. 먼저 프라이드 얘기를 해보자.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는지...

내가 처음 프라이드 맡았던 것은 아니고 세 번째 해설자로 시작했다. 지금은 프로레슬링을 해설하고 있는 천창욱 씨가 초대 해설위원이었고 뒤를 이어 프라이드 선수 출신인 한태윤 씨가 했고 그 다음이 나였다. 그게 아마 작년 여름부터였을 것이다.

4. 이번 프라이드28의 퀸튼 잭슨과 반다레이 실바의 미들급 매치 중계를 보니 실바의 승리를 점쳤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단 실바는 지금 워낙 물이 올라 있는 상태이다. 때문에 지금 그 기량으로는 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예상했던 것이다. 실바가 그 정도 상황이 아니었다면 아마 퀸튼 편을 들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종격투기라는 것이 모르는 것이다. 워낙 이변이 많기 때문에 자료만 보고 얘기하기에는 어렵다. 또 내 예상이 틀리는 것도 재밌다. 예전에는 해설자라는 부담감 때문에 틀리는 것이 겁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틀렸을 때 시청자들에게는 더 재미를 줄 수 있는 것 같다. 

5. 지난 프라이드 GP때 효도르와 노게이라전에서는 누구의 승리를 예상했었나? 그리고 이번 남제 때 경기에는 누가 이길 것 같은가?

경기 시작 전에는 효도르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물론 경기 내용으로 보면 워낙 순식간에 무효처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이번 남제 때 다시 붙는다면 아무래도 효도르가 가능성이 높다. 노게이라가 먼저 효도르를 넘어뜨려 측면이나 배 위에서 공격할 수 있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지겠지만 노게이라가 가드 포지션을 선호하는 것이 효도르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효도르는 탑 포지션, 노게이라는 가드 포지션이라면 지난 1차전과 같은 양상이 될 것이다.

6. 남제 때 루머로 실바와 크로캅의 경기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내가 그런 얘기를 하고 다녔다(웃음). 둘이 붙는 것이 재밌다고. 사실 실바는 이제 헤비급이랑 싸워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예전 무승부를 기록했던 크로캅과 싸우는 것이 재밌을 것이다. 두 선수는 예전 프라이드 특별 룰에서 경기를 가진 적이 있는데 당시 룰은 종료시간이 마감될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그냥 무승부가 되는 것이었다. 판정도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번에 특별 룰 말고 제대로 한 번 붙어보는 것도 괜찮다. 아마 프라이드는 이 대진을 만들 가능성도 높다. 원래 그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단체이니까.


7. 만약 두 선수 중에서는 누가 이길까?

아까 말했던 특별 룰 경기에서는 경기 후 실바가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했다. 물론 양 쪽 모두 정타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도 실바의 손을 들고 싶었다. 판정으로 갈 경우 정타나 KO도 중요하지만 누가 선제공격을 했고 더 밀고 들어가느냐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실바가 더 공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붙는다면 또 다른 양상일 것이다. 아마 확률은 반반일 것이다. 크로캅이 그때보다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바가 체중을 90킬로 후반대로 맞춰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또 모른다.


9. 안 그래도 인터넷 상에서는 실바의 체급 때문에 얘기가 많더라.

사실 체급은 선수가 알아서 할 부분이다. 실바의 평소 몸무게는 100Kg 이상 나간다. 그러나 경기 때 93Kg 딱 맞춰서 나온다고 해서 비겁한 것이 아니다. 그건 선수의 전략이다. 체급 경기에서 체급을 빼고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만큼 맞출 자신 없으면 그 위로 나오는 것이다. 110Kg이 93Kg에 맞추긴 어렵기 때문이다. 체급경기라는 것이 너는 미들로 오지마라, 너는 헤비급으로 오지마라. 이런 것 없다. 맞출 수 있으면 맞춰서 나오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오픈되어 있으니까. 그런 것 가지고 얘기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10. 이번 프라이드28에서 최무배 경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어떻게 보았나?

정말 잘 싸웠다. 공식기록으로는 2라운드 5초 남겨놓고 끝났다. 투지와 근성으로 아주 잘 싸워주었다. 


11. 이번 대회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지만 프라이드가 정말 많이 큰 것 같다. 반면에 K-1은 좀 주춤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원래 일본에서는 격투기하면 K-1이었을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최근 프라이드가 엄청나게 따라잡았다. 하지만 과거에도 국내에서는 K-1보다는 프라이드였다. 그러나 K-1이 이번에 국내 대회를 개최하면서 엄청나게 따라잡았다. 그러니까 프라이드도 국내 상황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프라이드는 최무배라는 물건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K-1도 그래플링을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모습을 보이며 프라이드와 정면 대결을 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복싱과 레슬링이 다른 종목이듯이 K-1과 프라이드도 다른 분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12. 프라이드 뿐만 아니라 판크라스도 하고 있는데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판크라스만의 매력이나 혹은 즐기는 요령을 소개해주겠나?

판크라스는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프로레슬링에서 탈피해서 제대로된 경기위주의 프로레슬링을 해보자는 취지하에 만들어졌다. 국내에는 작년 11월부터 방영을 했고 이번에 100회 특집이 나가기도 했다. 우선 가장 큰 매력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섬세한 그래플링을 보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핑거글러브를 착용했지만 2000년까지는 맨손으로 정통 프로레슬링을 했다. 때문에 그래플링에 대한 이해가 깊은 시청자들에게는 큰 재미를 줄 것이다. 또한 후나키 마사가쓰, 스즈키 미노루 같은 선수들의 옛날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13. 판크라스 선수들이 프라이드 무사도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프라이드가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메이저 단체로 급부상했을 당시 다른 일본 격투기 단체들은 많이 힘들었다. 2001년 만들어졌던 딥(DEEP)이나 슈토 뿐만 아니라 판크라스도 마찬가지였다. 프라이드는 메이저,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 이런 인식이 팽배해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딥이나 판크라스 무대에 있던 실력 좋은 일본 경량급 선수들이 프라이드로 넘어가게 되고 그들을 위해서 무사도 대회가 만들어 진 것이다. 아무래도 외국 선수들은 거의 미들 아니면 헤비급이니까 자국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현재는 최무배나 실바, 크로캅같은 외국선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원래는 일본 경량급을 위한 무대이다. 하지만 그 저변에 숨은 의도는 바로 K1 맥스 겨냥이다.


14. 혹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개인적으로 공격적인 선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반다레이 실바를 좋아한다. 또한 무에타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무에타이 출신인 실바에게 더 애착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전 국내에 방한했을 때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


15. 현재 국내 이종격투기는 작년에 비해서 많이 분위기가 조용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분위기가 맞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이종격투기의 인기만 밑고 너무 크게 시작했다. 프라이드를 모델로 하고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프라이드처럼 하려고 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판크라스, 슈토 혹은 프로레슬링까지 10년, 20년 동안에 걸쳐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데 그것을 1년만에 해보려고 하니 부작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작년 한창 인기 있을 때 국내 격투 대회 우승 상금이 3천만원이었다. 그리고 저마다 경쟁 대회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결국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물론 상금이 많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주최측도 그 선수를 통해서 그 이상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때문에 많은 자금이 들어간 대회들이 망해나갔다. 그리고 그나마 현존하는 국내 대회도 상금 규모가 많이 낮아졌다. 현재는 작년의 거품이 많이 빠진 상황이다. 이제 다시 시작할 때이다.

16. 그래도 상금이 많으면 선수들에게도 좋은 것 아닌가?

물론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당장은 좋다. 하지만 단체들이 살아남지 못하면 선수들이 뛸 데가 없어진 것이다. 당장은 좋아도 장기적으로 보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이제 단체도 거품이 많이 걷어 냈으니 이제는 선수들 차례다.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좋은 일본 선수들도 일급 선수가 아니면 대부분 직업을 가지고 있다. 지난 네오파이트에서 우승한 쿠하라도 원래 직업은 ‘건물해체’이다. 이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직업을 가지면서 오로지 격투기가 좋아서 선수로 뛰고 있다. 작년 상황이 우리 선수들에게 복권처럼 잘하면 큰 돈 벌 수 있다는 환상일 심어준 것 같다. 이제는 국내 상황도 많이 바뀌었으니 선수들도 작년의 컸던 것만 생각하지 말고 기량을 키웠으면 좋겠다.



17.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국내 격투기가 세계적으로도 큰 대회를 만드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 소중한 시간 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좋은 해설 부탁 드린다.

항상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열심히 해서 시청자들이 이종격투기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송을 위해 노력하겠다.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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