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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1위' 워즈니아키, 왜 큰 대회에서 약할까

기사입력 2012.01.25 07:34 / 기사수정 2012.01.25 10:0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현재 여자 테니스 무대는 '절대 강자'가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슈퍼스타'가 없는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오랜 세월동안 윌리엄스 자매(미국)가 여자 테니스 무대를 호령해왔다. 하지만, 언니인 비너스와 동생인 세레나는 서른을 넘기면서 서서히 쇠락하고 있다. 이들의 빈틈을 노리고 혜성 같이 등장한 '신예'가 바로 캐롤라인 워즈니아키(22, 덴마크, 세계랭킹 1위)다.

워즈니아키는 2010년 말,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지난해 2월 중순에는 2010년 호주오픈 우승자인 킴 클리스터스(28, 벨기에, 세계랭킹 14위)에 잠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두바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주일 만에 정상 자리를 탈환했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었던 워즈니아키는 광고 시장도 점령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8월 2일, 2010년 7월부터 12개월 동안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여자 스포츠 선수 순위를 발표했다. 워즈니아키는 1250만 달러를 벌어들여 7년 동안 이 부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리아 샤라포바(25, 러시아, 세계랭킹 4위, 2500만 달러)의 뒤를 이었다.(피겨 스케이팅 김연아는 1000만 달러 수준으로 8위)

아디다스와 요넥스, 그리고 터키 항공 등의 CF와 패션 쇼에 출연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린 워즈니아키는 '차세대 테니스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에겐 늘 명예롭지 못한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바로 '무관의 여제'라는 호칭이다.

워즈니아키는 지난해 6개의 WTA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그러나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 롤랑가로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우승은 끝내 이룩하지 못했다.

호주오픈과 US오픈에서는 4강 진입에 성공했지만 결승 진출은 좌절됐다. 프랑스오픈에서는 3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윔블던은 4회전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지금까지 워즈니아키가 메이저대회에서 올린 가장 좋은 성적은 2009년 US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현재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2012 호주오픈'은 워즈니아키에게 중요한 대회였다. 이 대회의 성적에 따라 세계랭킹 1위 자리 내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16강까지 승승장구한 워즈니아키는 8강에서 최대 고비를 맞이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2009년 US오픈 결승전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단한 클리스터스와 만났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 워즈니아키는 0-2로 패하고 말았다. 워즈니아키가 8강에서 탈락하면서 세계랭킹 2위인 페트라 크비토바(22, 체코)와 3위인 빅토리아 아자렌카(22, 벨라루스)는 세계 1위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크비토바는 8강에 진출한 상태이고 아자렌카는 준결승전에서 클리스터스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워즈니아키의 장점은 정교한 백핸드를 비롯해 모든 요소에서 고른 기량을 지녔다는 점이다. 기복이 없는 꾸준한 기량을 지닌 그는 중소 규모의 투어에서 많은 승수를 올렸다. 그러나 노련미를 갖춘 선수들과 메이저대회에서 만날 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열린 호주오픈에서 워즈니아키는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만난 리나(30, 중국, 세계랭킹 6위)의 능숙한 경기운영을 넘어서지 못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발휘되는 집중력 싸움에서 워즈니아키는 위축된 모습을 노출했다.



클리스터스와의 8강전에서도 워즈니아키는 위기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내지 못했다. 워즈니아키가 큰 대회에서 고전하는 것과 비교해 클리스터스는 유독 메이저대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5년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클리스터스는 그 이후로 US오픈에서 2회(2009, 2010), 호주오픈에서 1회(2011) 정상에 등극했다. 이번 8강전에서 클리스터스는 위기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내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두뇌플레이에서 워즈니아키보다 한 수위였음을 증명해냈다.

메이저대회 우승의 중요성은 '테니스의 전설'들도 동조하고 있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는 "6년 전 랭킹 포인트 시스템 제도대로라면 현재 2위인 페트라 크비토바가 1위에 오르는 것이 맞다. 아무도 워즈니아키가 진정한 세계 1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나브라틸로바와 라이벌 관계였던 크리스 애버트(미국)도 "여러번의 우승보다 메이저대회 우승이 더욱 값져 보인다. 진정한 강자는 큰 대회에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워즈니아키는 실력과 함께 '스타성'까지 지녔다. 그러나 이번 호주오픈을 통해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1인자에서 물러난 워즈니아키가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하면서 세계 1위를 재탈환 할 수 있을까.

[사진 =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C) 호주오픈 공식 홈페이지, WTA 공식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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