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9.16 07:00 / 기사수정 2007.09.16 07:00
[엑스포츠뉴스 = 탄천, 박형진 기자] "비중 있는 심판이 나왔으면‥" "관중까지 모두 피해자"
성남 일화와 전북 현대의 K리그 경기는 당초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른 두 팀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경기는 결국 성남의 2-1 승리로 끝났지만 승자와 패자 모두 즐거운 모습이 아니었다. 탄천종합운동장을 메운 9000여 명의 관중은 지루한 90분 경기를 관람한 후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 날 경기의 주연은 '심판'이었다. 이 날 주심을 맡은 이민후(29) 심판은 K리그 최연소 심판이자 국제 심판 자격증을 가진 몇 안 되는 국내 심판. 그러나 이민후 주심은 전반 중반부터 이따라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을 내리며 선수와 관중의 거센 항의에 직면해야 했다.
첫 장면은 모따의 경고. 모따와 정경호의 가벼운 충돌이 있는 후 모따가 정경호의 얼굴을 살짝 건드리고 지나갔고, 이에 정경호는 과장된 몸짓으로 쓰러졌다. 주심은 선심의 설명을 들은 후 모따에게 곧바로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성남 선수들이 모두 항의했지만 이민후 주심은 아랑곳 않고 경기를 속행했다.
성남이 프리킥을 얻은 상황에서 서둘러 전반전을 종료시킨 것 역시 논란거리가 되었다. 성남이 전반 종료 직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으나, 주심은 주어진 추가시간 1분이 되기도 전에 경기를 종료시킨 것. 화가 난 성남 관중은 "심판 퇴장!"을 외치며 거칠게 항의했으나 이민후 주심은 서둘러 라커룸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판정 피해를 입은 것은 전북이었다. 이따마르가 후반 9분 성남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으나, 이따마르가 수비수를 제치는 과정에서 발을 높이 들며 전북 선수를 가격한 것. 이를 보지 못한 주심은 곧바로 성남의 골을 인정했고, 전북 선수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마지막 모따의 퇴장 역시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이었다. 모따는 전북 골문 쪽으로 쇄도하다 전북 수비수와 충돌하며 넘어졌고, 이를 시뮬레이션으로 판단한 주심이 모따에서 두 번째 경고를 준 것. 모따는 두 번의 납득할 수 없는 경고로 퇴장을 당한 것이 분한 듯 유니폼을 벗어던지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양 팀 감독 이구동성 "심판이 경기 주도했다"
이민후 주심은 잦은 휘슬로 경기 흐름을 끊었고, 흥미로운 빅 매치는 시시한 승부로 끝이 났다. 양 팀 감독은 최근 대전이 심판 판정에 문제를 제기하다 징계를 받은 사건을 떠올리는 듯 공식적인 항의는 자제하였지만, 우회적으로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비중 있는 경기엔 비중 있는 심판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경기를 재미 없게 만든 심판을 질책했다. 김학범 감독은 모따의 퇴장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징계를 의식한 듯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패장' 최강희 전북 감독은 좀 더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최강희 감독은 "상대 팀 감독인 나도 모따의 퇴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판이 머릿 속이 복잡해 자주 휘슬을 분 듯 하다"며 "경기를 룰대로 이끌면 될 것을 지나치게 개입해 결국 9000 여 명 관중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강희 감독은 "비디오 분석관이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편집하면 경기시간이 약 70분은 된다. K리그 경기는 50분도 안 된다. 심판이 경기 반을 잡아먹는 셈"이라며 심판의 잦은 휘슬이 K리그를 재미없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최 감독은 농담투로 "축구가 재미 없어 내년부터 농구로 전향해야겠다"는 익살스런 멘트를 던지며 심판 문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문제는 비단 한 두 주심의 문제가 아니다. 연맹이 의지를 갖고 재미있는 축구, 공정한 판정이 나오도록 갖은 노력을 해야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는다. 빅 매치를 초라하게 만든 심판과 그러한 심판을 방치하는 연맹, 이들이 이제는 변화할 때다.
[사진= 대전과 성남 경기를 마치고 퇴장하는 심판들에게 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으며 물병과 휴지 등 오물을 투척하자 경호원들이 보호하고 있다 (C) 엑스포츠뉴스 박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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