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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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만 징계? 서포터에게 면죄부 준 꼴

기사입력 2007.09.15 03:10 / 기사수정 2007.09.15 03:10

엑스포츠뉴스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서울 축구팀이 있다. 하나는 K리그 소속의 FC 서울이고, 다른 하나는 K3리그 소속의 서울 유나이티드이다. 전자는 세계 수준의 경기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고, 후자는 어느새 먼지가 자욱이 쌓인 잠실운동장을 사용 중이다.

두 개의 서울팀은 최근 관중과 선수의 충돌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서울 유나이티드는 지난 6월 대구한국파워트레인과의 경기 중 대구 선수와 서울 서포터가 충돌을 빚으며 대구 선수 및 감독이 무더기 징계를 당하고 서울 역시 엄중 경고를 받았다. 이어 양주시민축구단과의 경기에서도 서포터 일부가 경기장에 난입하자 대한축구협회 K3리그 운영위원회는 서울 유나이티드에 대해 원정경기 2경기 관중 출입 금지 및 홈경기 1경기 무관중 경기 처분을 내렸다.

한편, 최근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2군 리그 경기에서 FC 서울 서포터와 수원의 안정환(31)이 충돌을 빚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기장을 이탈해 관중석으로 올라간 안정환에 대해 벌금 1000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안정환에 대한 징계의 명목. 그러나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FC 서울의 서포터에 대해서는 아무런 징계나 조치가 없었다.

약자의 '난동', 강자의 '해프닝'

분명 두 사태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K3리그의 경우 한국축구연맹 산하의 K3리그 운영위원회가 담당하고 있고, K리그의 경우 프로축구연맹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의 내막을 살펴보면 결코 두 사태에 대한 징계가 공정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유나이티드의 경우, 발단이 된 대구한국파워트레인과의 경기에서 대구 선수들이 주심 판정에 지나치게 항의했고 일부 선수는 선심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에 관중이 야유하기 시작했고, 이 야유를 참지 못한 대구 선수들이 관중을 폭행하고 관중석 난입을 시도하면서 사태가 커진 것이다. 운영위원회는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엄중 경고를 내리고 시정 명령을 내렸고, 결국 서울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는 후기리그 3경기 동안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

한편, FC 서울 서포터와 안정환의 사건은 서포터의 도발이 발단이 되었다. 서울 서포터들은 안정환에게 인신공격성 야유를 보냈고, 이를 참지 못한 안정환이 이에 항의하기 위해 관중석으로 올라갔다. 서울 유나이티드 사건에서는 김완수 등이 관중 폭행을 시도하고 물품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인데 반해, 안정환은 욕설이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정환은 1000만 원 벌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FC 서울의 서포터에 대한 징계 및 경고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두 사태 모두 관중과 선수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사건이었다. 굳이 그 발단을 따지자면 서울 유나이티드 사건은 선수에게, FC 서울 사건은 관중에게 그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전자의 사건은 국내 최초의 '무관중 경기'라는 징계를 받았지만, 후자의 사건은 선수에게만 모든 책임이 물어졌다.

안정환 징계, 왜 팬들이 분노하냐고?

2군 경기는 엄밀한 의미에서 정식경기가 아니다. 따라서 1군 경기와 연계하여 책임을 묻기 모호한 상황이다. 안정환에게 출전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도, FC 서울의 관중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도 이와 같은 모호함 때문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 축구팬들이 유독 주목하는 이유는 그 당사자가 안정환이어서만은 아니다. 선수라는 이유로 인격모독과 명예훼손을 감수해야 하고, 관중이기 때문에 이 모든 행위에 대해 면책특권을 갖는다는 것은 일반인의 시각에도 옳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관중이 '클린 서포팅'을 자처하는 FC 서울의 서포터라는 사실이 축구팬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인종차별적 응원과 같이 선수의 인격을 모독하는 서포터의 행위는 연맹이나 협회가 엄중히 징계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은 사태의 전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선수에게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이는 결국 서포터의 명예훼손적 행위에 면죄부를 준 셈이고, 이와 같은 사태를 방임하는 꼴이다.

물론 안정환은 선수로서 좀 더 자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 자신도 말한 것처럼 선수라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상실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연맹은 축구장의 주인인 관중을 보호해야 하지만, 그 관중을 즐겁게 해주는 선수를 보호했어야만 했다. 프로축구연맹의 이번 결정은 많은 의문과 분노를 낳은 안타까운 결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엑스포츠뉴스 데스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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