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양민혁이 또다시 명단에 포함된 이후 결장했다.
양민혁이 출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양민혁은 에버턴전을 앞두고 토트넘 홋스퍼으 경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벤치에 앉아 출전을 대비해 몸을 풀기도 했다. 그러나 토트넘이 전반전에만 세 골을 실점하면서 양민혁처럼 경험이 없는 선수들을 기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양민혁은 지난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리그컵)에 이어 다시 한번 명단에 포함되고도 출전하지 못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이번 시즌에는 양민혁이 프리미어리그(EPL)에 데뷔하는 걸 보기 힘들 수도 있다. 토트넘이 계속해서 패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민혁처럼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으려면 팀이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거나 승점 등 상황이 여유로워야 하는데 토트넘은 경기나 상황이나 둘 다 여유가 없다. 당장 강등권과의 승점 차도 8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축 선수들을 계속해서 선발 및 교체로 투입해야 한다.
토트넘은 19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패배했다.
승점을 얻지 못한 토트넘은 승점 24점을 유지하며 리그 테이블 15위에 머물렀다. 리그에서도 2연패에 빠졌다. 반면 3연패를 기록 중이던 에버턴은 연패를 깨고 승점 3점을 추가, 승점 20점을 기록하면서 울버햄튼을 제치고 리그 16위로 올라섰다.
토트넘은 3-4-3 전형을 내세웠다. 안토닌 킨스키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벤 데이비스, 라두 드라구신, 아치 그레이가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제드 스펜스와 페드로 포로가 측면에, 루카스 베리발과 파페 마타르 사르가 중원에 배치됐다. 제임스 매디슨, 손흥민,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공격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가 아닌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양민혁이 지난 9일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4강 1차전에 이어 다시 한번 명단에 포함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양민혁은 브랜던 오스틴, 세르히오 레길론, 말라치 하디, 다몰라 아자이, 칼럼 올루세시, 마이키 무어, 히샬리송, 윌 랭크셔와 함께 토트넘의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생 양민혁은 지난해 고등학생 신분으로 K리그1을 수놓았다. 강원FC와 준프로 계약을 맺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양민혁은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12골 6도움을 올리며 강원의 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양민혁이 한창 펄펄 날 때인 지난해 여름 빠르게 접근, 양민혁 영입을 확정했다. 계약 직후 강원에 임대 신분으로 뛰고 2024시즌을 마친 뒤 토트넘에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양민혁은 2025년 1월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구단의 요청으로 지난달 중순 런던으로 향했다. 새해가 되자 공식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등록된 것은 물론 토트넘에서도 등번호 18번을 받았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봤던 양민혁은 등번호를 받은 직후 리버풀전 벤치에 앉았다.
그러나 토트넘은 아직까지 양민혁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고 있고, 지난 12일 5부리그 클럽인 탬워스FC와 FA컵 3라운드(64강) 원정 경기에서 양민혁을 명단 제외하면서 데뷔전이 멀었음을 알렸다. 탬워스가 세미프로 클럽이기 때문에 양민혁이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을 아예 명단에서 뺐다.
양민혁은 이어진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도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마침 지난해 11월 부상을 당한 뒤 회복에 전념하던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히샬리송이 복귀하면서 양민혁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양민혁이 두 경기 연속 명단에서 빠지자 그가 적응을 위해 1군이 아닌 유소년 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토트넘 ITK(In The Known)로 유명한 폴 오 키프는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토트넘 팬들과 소통했는데, 한 팬이 양민혁의 21세 이하(U-21) 팀 경기 출전 가능성을 질문하자 "좋은 질문"이라면서 "아마도 토트넘은 그것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토트넘이 양민혁을 U-21 팀 경기에 출전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말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내놓은 평가와 비슷하다. 당시 매체는 양민혁을 두고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보다 토트넘의 아카데미 유소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민혁이 당장 1군에서 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양민혁을 당장 기용할 계획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뉴캐슬전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양민혁과 관련된 질문에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양민혁은 아직 어린 선수다. 그는 경쟁 수준이 여기서 마주하게 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고 말했다.
이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의 말을 지키듯 양민혁을 경기에 기용하지 않았다. 사실 양민혁만이 아니라 1군에서 뛴 경험이 없는 선수들을 교체 투입할 여유가 없기도 했다.
양민혁이 명단에 포함된 리버풀전은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토트넘이 우승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상대가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이기에 토트넘도 최선의 라인업과 전술을 꺼내야 했고, 1-0 진땀승을 거뒀다. 양민혁이 경기장을 밟을 타이밍은 아예 없었다.
아스널전도 마찬가지였다. 양민혁이 명단에서 제외되기는 했으나 최대 라이벌과의 경기이자 리그에서 승점을 긁어 모아야 하는 토트넘이 양민혁에게 프리미어리그에서 데뷔할 기회를 주기는 힘들었다.
에버턴전에서도 양민혁의 데뷔전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토트넘은 전반전에만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히샬리송을 먼저 내보냈고, 이후 그나마 교체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 중 1군에서 뛴 경험이 있는 마이키 무어를 출전시켰다. 확실히 필요한 선수들만 교체로 꺼낸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토트넘이 계속해서 패배한다면 양민혁이 이번 시즌에는 토트넘에서 데뷔전을 치르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있다.
여유가 없이 패배하는 경기가 반복될 경우 양민혁을 비롯해 아직 1군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는 힘들다. 손흥민을 비롯한 주전 선수들이 혹사당하더라도 실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시즌 막바지에 토트넘의 순위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면 기대할 만하다. 많은 팀들이 시즌 말미 2~3경기에서 1군과 함께 훈련하는 유스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과 같은 그림을 기대할 수 있다. 양민혁의 데뷔전을 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