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황희찬의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연이어 골을 터트리면서 골 가뭄에서 벗어난 황희찬은 이후 두 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해 75분을 소화하는 등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의 신임을 받는 듯했으나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페레이라 감독과 울버햄튼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말았다.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황희찬을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울버햄튼이 최근 리그에서 3경기 무승(1무 2패)을 기록하며 강등권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울버햄튼 팬들은 부진에 빠져 있는 황희찬을 내보내고 최전방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며 황희찬 매각을 요구하는 중이다.
페레이라 감독이 지휘하는 울버햄튼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알렉산더 이사크에게 멀티골을 허용하고 앤서니 고든에게 추가골까지 내주며 0-3으로 대패했다.
승점을 얻지 못한 울버햄튼은 강등권인 18위로 주저앉았다. 레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차례대로 격파하고 토트넘과 2-2로 비기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듯했던 울버햄튼은 노팅엄 포레스트전(0-3)에 이어 뉴캐슬전에서도 패배하면서 리그 연패에 빠졌다.
반면 승점 3점을 획득한 뉴캐슬은 리그 4위로 올라섰다. 더불어 뉴캐슬은 리그 6연승, 공식경기 9연승을 질주하며 말 그대로 파죽지세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30분 넘게 지속되던 0의 균형은 전반 34분 뉴캐슬의 주포 이사크의 중거리포로 깨졌다. 페널티지역 바깥쪽에서 공을 잡은 이사크 골문 구석을 향해 강력한 슈팅을 쐈고, 이것이 울버햄튼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달아오른 이사크의 득점포는 후반 12분 다시 한번 불을 뿜었다. 브루노 기마랑이스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이사크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시도한 오른발 슈팅으로 한 골을 더 추가했다. 이후 뉴캐슬은 후반 29분 역습 상황에서 터진 고든의 추가골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울버햄튼은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결정력이 부족했고, 후반 34분 코너킥에서 나온 산티아고 부에노의 득점이 비디오판독(VAR) 끝에 핸드볼 파울이 선언돼 취소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울버햄튼의 0-3 대패로 마무리됐다.
페레이라 감독이 부임한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을 상대로 두 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던 황희찬은 이날도 페레이라 감독의 신임을 받아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전이 끝난 뒤 곧바로 교체됐다.
부진 탓이었다. 황희찬은 공격 상황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물론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범했다. 전반 34분 상대에게 공을 뺏기는 '턴오버'를 했고, 이후 이어진 뉴캐슬의 역습 끝에 이사크의 선제골이 터졌다.
황희찬을 신뢰하던 페레이라 감독도 이 장면에서는 황희찬에게 분노했다.
울버햄튼 관련 소식을 다루는 울버햄튼 지역지 '몰리뉴 뉴스'는 "페레이라 감독의 선수들은 단순하게 밀렸으며, 상대팀의 끊임없는 압박과 에너지에 맞서기 힘들었다. 퀄리티의 차이가 눈에 띄었지만, 울버햄튼은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고 수 차례 위험에 빠졌다"면서 "황희찬이 경기에서 저지른 엄청난 실수로 인해 울버햄튼 팬들이 그를 비난했고, 그의 팀도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됐다"며 황희찬의 실수를 주목했다.
이어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뉴캐슬전에서 황희찬에 대해 격노했다. 울버햄튼이 긍정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완벽해야 했지만, 불행하게도 황희찬은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페레이라 감독이 황희찬의 플레이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취재한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 소속 언론인 네이선 주다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울버햄튼의 선제 실점 장면을 올리면서 "황희찬이 경기장 반대편에서 끔찍하게 공을 내준 것부터 시작됐다. 경기를 지배한 뉴캐슬은 리드를 잡을 자격이 있었지만, 울버햄튼이 그들에게 선물을 줬다. 페레이라 감독은 분노했다"고 전했다.
'몰리뉴 뉴스'는 마테우스 쿠냐가 출장 정지 징계에서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황희찬을 선발로 내세운 페레이라 감독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페레이라 감독은 쿠냐를 선발로 기용하는 유혹을 뿌리치고 대신 황희찬을 공격 3인조 중 하나로 기용했으나 이는 대가가 큰 결정이 됐다"며 "황희찬은 최근 울버햄튼 유니폼을 입고 최악의 모습을 보였고, 쿠냐가 하프타임에 황희찬을 대신해 출전해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짚었다.
매체는 그러면서 "그들이 다시 경기를 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쿠냐의 뛰어난 활약이었다"라면서 "비록 그가 그것을 제공하지는 못했지만 쿠냐는 다음 경기에서 황희찬을 대신해 선발로 출전할 것"이라며 황희찬이 다음 경기에서 선발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당연히 현지 팬들의 민심도 좋지 않다.
'몰리뉴 뉴스'에 따르면 한 울버햄튼 팬은 "황희찬에 대한 2500만 파운드(약 444억원)의 제안을 거절한 게 제정신인가?"라며 지난 여름 황희찬을 영입하겠다는 팀이 나왔을 때 황희찬을 팔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황희찬은 프랑스의 명문 올랭피크 마르세유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다른 팬들도 "황희찬은 우리가 게리 오닐 감독을 경질했기 때문에 구단을 망치려고 하는 건가?", "황희찬은 경기장에서 나와야 한다, 최악이다", "지금 당장 황희찬을 빼라", "황희찬이 후반전에도 출전한다면 이는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