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은 한 곳만 바라봤지만 토트넘은 아니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이 손흥민과 토트넘의 1년 연장 계약 사인 이면에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특히 토트넘이 그의 기량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주장이 속출하면서 일단 1년 연장 계약으로 봉합된 손흥민의 거취 논란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게 됐다.
토트넘에서 2023년 여름까지 손흥민과 호흡했던 해리 케인이 손흥민을 가리켜 "빅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라고 극찬한 것이 드러나는 등 손흥민의 클래스에 대한 갑론을박, 이에 따른 다년 재계약 여부는 계속 화제가 될 전망이다.
토트넘은 지난 7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과의 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해 2026년까지 그와 계약을 맺게 됐다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손흥민과의 계약 연장 소식을 알렸다.
지난 2021년 재계약을 맺을 당시 손흥민의 계약 조건에 포함된 1년 연장 옵션을 행사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옵션은 오로지 구단의 결정에 따라 발동 여부가 결정되는 옵션으로, 토트넘의 결정에 따라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2026년 6월30일까지로 늘어났다.
계약 연장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후 손흥민은 구단을 통해 "정말 감사한 일"이라면서 "나는 팀을 사랑하고, 이 시간을 사랑한다. 나는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토트넘에서 보냈다. 토트넘에서 앞으로 1년 더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손흥민은 또 "프리미어리그는 많은 아이들이 꿈꾸는 무대다. 팀의 주장을 맡은 순간부터 더 많이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나는 항상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 때로는 힘든 일이지만 어려운 시간이 올 때마다 '다시 뛰어야 할 시간이 온다'는 생각을 한다. 좋지 않은 시간이 있으면 그 뒤에는 항상 좋은 시간이 온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했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반겼다. 그는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에서 뛰어난 커리어를 보유한 선수"라면서 "그는 지난 10년 동안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며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러면서 "손흥민이 팀에 남아 기쁘다. 그가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커리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손흥민이 토트넘 주장으로 트로피 들어올리는 그림을 그렸다.
다만 논란은 존재한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당초 구단이 핵심 자원인 손흥민과 1년 더 동행하면서 손흥민을 팀에 남겨 전술적으로나 경기 외적으로 손흥민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였지만, 토트넘이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손흥민이 다수의 클럽들과 이적설로 연결되면서 사람들이 토트넘의 의도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계약 연장 옵션 발동을 고민하는 사이 스페인 라리가 '3대장'으로 묶이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물론 영혼의 파트너 케인과 김민재가 뛰는 바이에른 뮌헨, 프리미어리그 최고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연결되는 등 수많은 이적설에 휩싸였다.
특히 바르셀로나 이적설이 짙었다. 재정 문제로 인해 다니 올모를 선수단에 등록하지 못하는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르셀로나가 여름 이적시장 FA 최대어가 될 손흥민을 노린다는 내용이었다.
초기에는 공신력 낮은 현지 매체에서 시작된 루머였지만, 바르셀로나 소식 관련으로는 꽤나 준수한 공신력을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의 '문도 데포르티보'마저 손흥민의 바르셀로나 이적설을 다루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영국의 유력지 '텔레그래프' 역시 손흥민이 바르셀로나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공교롭게 토트넘은 문도 데포르티보의 보도가 나오자마자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활성화했다.
그렇게 손흥민과 토트넘의 동행은 무난하게 이어지는 듯했으나, 또다시 잡음이 생기고 말았다. 그동안 꾸준히 토트넘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던 손흥민은 토트넘과 장기 재계약을 맺길 원했지만, 구단은 손흥민에게 장기 재계약을 제안하는 대신 연장 옵션을 발동시키는 데 그쳤기 때문에 나오는 잡음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2026년 6월 이후 손흥민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현 계약서의 만료 기간이 1년 늘어났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결정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스페인 매체 '피차헤스'는 "손흥민과 토트넘 보드진의 관계는 최고의 상태가 아니"라면서 "손흥민 측은 토트넘이 제안한 계약 연장에 불만을 갖고 있다. 손흥민의 불만은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하려는 구단의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토트넘 관련 소식을 전하는 '투 더 레인 앤드 백'도 손흥민의 계약 연장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이 팀을 떠날 거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 손흥민은 불만을 갖고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토트넘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브라이언 킹은 '토트넘 홋스퍼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손흥민 플레이를 보면, 마음이 토트넘에 100% 있는지 의문"이라며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 분명 억울할 것이다. 손흥민이 지금 행복한지 잘 모르겠다"고 손흥민의 심정을 추측했다. 이후 한 달 정도 지나서야 토트넘은 손흥민의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
구단 발표 뒤에도 손흥민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타나고 있다.
1년 연장한 만큼 올 여름 이적료를 지불하겠다는 구단에 손흥민을 팔아야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손흥민이 여전히 세계적인 선수라고 주장하며 토트넘에 종신 계약 가까이 놔둬야 한다는 주장으로 엇갈린다.
크리스털 팰리스 전 구단주 사이먼 조던은 "손흥민이 이번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손흥민이 토트넘의 가장 큰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이라기보다는 그저 조연 선수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손흥민 부진 원인으로 선수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기 때문일 수 있다며, 손흥민이 지난 시즌 수술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을 이번 시즌 직후 1000만 파운드(180억원)에 팔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다.
손흥민은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 10골을 간신히 채울 만큼 부진했는데 시즌 도중 탈장 증세로 고통을 참고 뛰다가 시즌 직후 수술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이에 반해 케인은 11일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가장 저평가된 선수라고 외쳤다.
케인은 "난 손흥민과 매우 잘 지냈다"며 "난 손흥민이 빅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선수 중 하나라고 본다. 우린 기술적인 관계가 항상 좋았다"고 손흥민을 극찬했다.
이어 "조세 모리뉴 감독이 토트넘에 왔을 때 나와 손흥민은 다른 차원으로 접어들었다"며 "무리뉴 감독이 온 뒤 공격 듀오로 거듭났고 그러면서 훨씬 더 많이 변화하는 사이가 됐다. 나와 손흥민은 거의 텔레파시 같은 연결을 만들었다"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가 손흥민의 변함 없는 클래스를 인정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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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